우리 맛과 재료를 찾아서 15: 용인 청경채
청경채 하나로 주민 대부분이 부농이 된 ‘청경채 마을’
중국 음식을 통해 가장 자주 접하는 채소가 청경채입니다. 웬만한 고기 볶음이나 찜에는 모두 이 채소가 쓰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중국 채소로만 여겼습니다. 대부분 수입해 쓰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나마 중국 음식 수요가 늘면서 최근에야 일부 지역에서 재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배추의 일종인 이 채소가 중국 화중 지방이 원산지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것도 제법 됐습니다. 1970년대부터 본격화 됐으니까요. 최근에는 중국 요리뿐만 아니라 우리 음식에도 이 채소가 많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국에서 청경채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합니다. 청경채(靑莖菜)라는 말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말일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경(莖)이라는 한자어는 ‘줄기’라는 뜻이니, 우리 말로 하면 ‘줄기까지 푸른 채소’라는 뜻 정도일 겁니다. 실제로 청경채는 다른 채소와 달리 줄기까지 푸른 색이 이어집니다. 정작 중국에서는 유채(油菜)나 청채(靑菜)라고 불립니다. 그러니 이 채소를 우리 전통 재료로 여기고 궁리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청경채는 서늘한 기운을 품은 채소입니다. 이 때문에 여름 경작이 힘든 반면, 한겨울인 11월과 12월이 제 철입니다. 요즘이야 비닐하우스 재배로 사시사철 즐길 수 있지만. 특히 이 채소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다량 함유돼 면역체계를 돕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결국 청경채는 가격은 싼 반면 몸에는 좋은 채소입니다. 네티즌 속어를 빌리자면, ‘가성비’가 좋은 우리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국에서 청경채로 가장 유명한 곳은 경기도 용인 모현면입니다. 이 곳은 아예 청경채 마을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80년대부터 청경채 재배 농가가 하나 둘 늘어, 지금은 1백30여 가구가 대부분 청경채를 생산합니다. 국내 최대의 청경채 재배 단지지요. 특히 30여년간 이 채소 연구와 재배에 힘써온 권숙찬 용인시설채소연합회 회장님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청경채 박사’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청경채 마을 어귀에서 눈에 띄는 장면은 어떤 수입차 영업사원 한 분이 걸어두신 현수막이었습니다. ‘ㅇㅇㅇ 특가 구매,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엉뚱한 곳에서 영업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마을 어르신들 설명을 듣고서야 납득이 됐습니다. 청경채 재배로 농가 소득이 크게 뛰면서 외제차를 사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억대 수입을 올리는 농가만 해도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습니다.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한 특용작물을 잘 골라, 열심히 연구해가며 재배하면 농업으로도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가 결코 빈 말이 아니었습니다.
권 회장님은 댁에서 청경채 본연의 맛을 보여주시겠다며, 가장 단순한 요리를 했습니다. 청경채 무침과 된장국이었습니다. 좋은 청경채는 수분이 많고 아삭아삭해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된장을 풀어가며 끓여도 파릇함을 유지할 정도입니다. 대신 청경채를 잘 고르고 보관해야 합니다. 청경채 박사님의 조언은 이렇습니다. 잎은 짚은 녹색, 줄기 부분은 넓고 두껍되 푸르스름한 것이 좋습니다. 혹시 줄기에서 갈색 빛이 돌기 시작하면 수확한 지 오래된 것입니다. 청경채는 그 특성상 냉동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구입한 지 사나흘 안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부득이하게 며칠 보관해야 한다면, 깨끗이 씻은 후 비닐팩에 담아두면 됩니다. 이 때 꼭 세워서 보관해야 싱싱함이 더 오래 유지됩니다.
청경채 마을에 청경채를 배우러 취재팀이 들렀다는 말이 돌아서인지, 이웃집에서도 청경채 요리를 하느라 마을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담장 안으로 빼곡히 들여다보니, 기름을 두른 팬에 돼지고기며, 닭고기를 볶다가 청경채를 얹어 다시 볶는 장면이 익숙합니다. 중국 요리에서 유독 육류를 볶을 때 청경채를 썼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름에 볶으면 청경채에 많이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의 흡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찬 성질의 청경채와 따뜻한 성질의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궁합도 잘 맞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댁 이웃 김순옥 여사님이 내놓은 밥상에는 육류볶음 외에 낯선 청경채 요리도 더러 보입니다. 청경채 겉절이와 청경채 전입니다. 별 다른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우리가 흔히 쓰는 배추대신 청경채를 썼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그 맛이 별미입니다. 수분이 많고 아삭아삭한 이 채소가 각종 양념과 부침가루와 기름을 만나 독특한 풍미를 냅니다. 이로써 중국에서 들어온 이 채소는 확실히 우리 전통 재료의 일부가 됐습니다. 소비자도 밥상에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고, 농가도 소득을 올리니. 전통의 폭과 깊이가 더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1. 청경채 닭가슴살 계란말이
청경채를 잘 다져서 계란 지단을 부칩니다. 지단을 김처럼 펼치고 그 안에 간장으로 양념한 닭가슴살을 넣고 김밥처럼 말아서 미나리로 고정시켜 줍니다.
2. 청경채 깔조네
청경채와 버섯을 치즈를 넣은 생크림에 졸입니다. 밀가루 반죽을 피자도우로 만들어 반을 접습니다. 그 안에 청경채와 버섯 졸임을 넣고 덮습니다. 오븐에 30분간 구워줍니다. 일반 깔조네 레시피와 동일한데 속재료로 청경채를 쓴 요리입니다.
3. 청경채 치즈컵 샐러드
파마산치즈를 곱게 갈아 동그랗게 팬에 부쳐줍니다. 치즈가 굳기전에 쿠키틀 뒷면 등에 틀을 잡아 컵모양을 만들어줍니다. 그안에 크림치즈, 청경채, 새우등을 채워 컵샐러드를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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