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지금 내리는 비는 어디로 가는 걸까
길을 걷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차도 위에 수많은 차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 민시우의 동시집 《고마워》 에 실린 시 〈나도 갈께〉 전문 - *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어릴 적엔 곧잘 던졌던 질문입니다. 떠가는 구름을 보며 '어디로 가는 걸까.' 구름 속에서 흐르듯 가는 달을 보며 '어디로 가는 걸까.' 어른이 되면서 가장 원초적인 그 질문은 잊혀지고 그저 바삐 어디론가 정처 없이 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
26p 나는 누구인가 1 깊은 곳이 있다. 거기에 내가 있다. 더 깊은 곳이 있다. 거기에도 내가 있다. 높은 곳이 있다. 거기에 내가 있다. 더 높은 곳이 있다. 거기에도 내가 있다. 모든 곳에 내가 있다. 29p 액자는 항상 벽에 걸려있다 바닥에 누워있는 액자. 베개를 베고 있는 액자. 파도에 살랑이는 액자. 무지개를 통과하는 액자. 새들이 물고 가는 액자. 이 모든 게 자유로움. 46p 침묵 침묵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어떠한 표현도 말도 마음도 감정도 누구도 모르지만 엄마는 내 마음을 다 알고 있지. 50p 나 아빠는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아빠는 들어가지 말라는데 들어가고 싶은 바다가 있다. 하고 싶은 그런 나, 그게 나다. 58p 정답은 없다 읽고 또 읽으라고 한다. 생각하라고 또 생각하라고 한다. 노력하고 더 노력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65p 너 네가 지나가면 소리가 들려. 네가 서 있으면 음악이 들려. 네가 춤추고 있으면 주변이 고요해져. 네가 웃으면 나는 행복해. 88p 울지 마 엄마 많은 사람들이 힘들겠지라는 눈빛을 보내지만 난 괜찮아.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토닥거려주지만 난 괜찮아. 많은 사람들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지만 난 괜찮아. 그러니까 엄마 울지 말고 웃어줘. 92p 혼자서도 괜찮아 어른들은 날 보고 떠든다고 하지만, 난 떠드는 게 아니라 속삭이고 있는 거야. 어른들은 날 보고 너무 뛴다고 하지만, 난 조용히 걷고 있는 거야. 어른들은 날 보고 잘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난 잘 먹고 있는 거야. 어른들은 날 보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고 하지만, 난 모든 친구들이 좋아. 난 혼자서도 괜찮아. 103p 내 이름은 유퀴즈 시우라는 이름은 내가 날 부르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날 부르기 위해 지은 것이다. 유퀴즈라는 이름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 위해 지은 것이다. 유퀴즈라는 이름은 향기도 오래가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꽃이다. 107p 친구 대나무에게 너의 이름은 오죽 검은 대나무라는 뜻이지. 너는 몸은 검지만 잎은 항상 청결하면서도 부드럽지. 우리 집엔 네가 있어서 멋있고 포근해. 그리고 너는 일주일 만에 나보다 키가 커져서 좋겠다. 키는 충분하니까 더 안 커도 돼. 수명도 100~150살이니까 내가 죽기 전까지 아늑하고 포근하게 지켜줘. 언제나 아빠와 내 곁에서 좋은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어. 항상 건강하고, 늘 고마워. 112p 방 나에게 방은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학교에 갈 때 마지막으로 보는 방은 아쉽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보는 방은 기쁘다. 시를 쓸 때 보는 방은 복잡하고 시를 다 쓰고 보는 방은 아름답다. 122p 슬픔에 관하여 나는 엄마가 매일 보고 싶다. 그때마다 펑펑 울고 싶다. 난 괜찮아 울지 말라는 말보다 그럴 수 있어 펑펑 울어도 돼 라고 말하는 게 좋지만 펑펑 울기엔 너무 커버렸고 울음을 참기엔 너무 어리다. 그래도 나중에 행복이 찾아오겠지만 지금 느끼는 슬픔이 나중에 올 행복보다 더 클 것 같아 두렵다. 126p 견뎌라 실패와 힘듦으로 고통받으니 결국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시련이라는 과정에 불과하다. 센 고통을 견디면 나중에 작은 고통이 오더라도 고통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기반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다. 큰 힘듦을 넘긴다면 어떤 힘듦이 찾아오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견디면 결국 승리할 수 있다. 133p 마음의 소리 숲에 가면 나무가 말한다. 보고 싶었다고. 바다에 가면 파도가 말한다. 힘내라고. 비가 오면 빗방울이 말한다. 기억하라고. 안개가 오면 새들이 말한다. 그리워하라고. 꿈을 꾸면 엄마가 말씀하신다. 사랑한다고. 나도 크게 대답한다. 더 사랑한다고. 137p 내일 쓸 시 시를 생각하면 여름이 온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 겨울이 온다. 시를 완성하면 마음이 온다. 시를 누군가한테 들려주면 엄마가 온다. 시는 사랑이고,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이다. 141p 부산 국제 영화제 관객들과 영화를 보고 난 후 대화를 하였다. 좋은 말씀을 해주시니 긴장이 풀렸다. 아빠는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하는데 나도 그렇다. 약속을 통해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 이 모든 것이 고맙다. |
유퀴즈를 울린 시 쓰는 소년 민시우 두 번째 감동 시집 섬에 사는 소년은 별이 된 엄마를 만나기 위해 매일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엄마를 만나기 위해 소년은 밀려오는 파도에게 엄마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고, 그것이 시가 되었다. 소년은 엄마와 머물렀던 자리에 가서 엄마를 만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모두 빈자리가 되었지만, 엄마 대신 그 자리에 놓일 시를 한 편씩 썼다. 운동장, 꽃, 바다, 빈방, 파도...... 그 어디에나 엄마가 있었기에, 무얼 보거나 눈을 감으면 거기 엄마가 있었기에 생각이 도망치기 전에 시를 써서 엄마의 모습을 남겨 두고 싶었다. 커가면서 세상을 알고 현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소년의 눈빛은 점점 먼 데를 보게 될 테니. 엄마를 떠나보낼 때보다 조금 더 컸다. 어른이 되면 엄마가 잊힐 것 같아서, 소년은 어른이 되기 전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시와 그림으로 남겨 두고 싶었다. 저 하늘의 엄마에게 시와 그림을 자랑하고 싶었다. 소년은 사람들이 슬픔에 젖은 내 등을 토닥거려주지만 난 괜찮다고, 그러니까 엄마도 울지 말고 웃어 달라고 부탁한다. 소년은 몇 번의 방송 출연과 아빠와 함께 영화제에도 다녀왔다. 첫 번째 시집 〈약속〉의 주인공이기도 한 영화 〈약속〉은 여전히 릴레이 상영을 이어가고 있고 틈틈이 관객과의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대나무처럼 소년의 성장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소년은 그림 동시집 〈고마워〉와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도 섬에서 동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아빠 따라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끝에는 언제나 별이 된 엄마가 서 있다. 여전히 엄마 생각만 하면 슬프고 꽃만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하지만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다. 슬픔 또한 엄마를 만나는 방식이기에. ‘시는 사랑이고,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이라고 소년은 말한다. 《고마워》는 엄마 잃은 소년의 먹먹한 바람을 담아낸 두 번째 동시집이다. 첫 동시집 〈약속〉에는 아직 엄마를 떠나보내지 못한 슬픔이 그대로 몽우리 져 뭉쳐 있었다면, 이번 두 번째 동시집에서 소년은 “미래의 희망은 몸이 불편하시거나 어렵고 힘든 분들을 위한 선한 영향력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라고 말한다. |
리뷰 in***
<<약속>>의 아픔이 자라면 <<고마워>>가 될 것 같아요. <<약속>>에서 많이 아팠다면 <<고마워>>에서는 깊이 아파요. 겉으로 드러나는 슬픔보다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속 깊은 그리움이 시와 그림으로 나타납니다. 잊는다는 것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가라앉은 것이고, 그 위로 다른 이야기들이 쌓여도 늘 그 자리에 있는 거라서. 겉으로는 화사해도 손 집어넣으면 온통 긁히고 찢기는 장미넝쿨처럼 군데 군데 때로는 깊이, 때로는 얕게 녹아있어요. 그 아픔은 나눌 수 없는 것이라 보면서 안타깝지만 또 대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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