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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 과 비움 /윤동주

안윤자의 시집 《무명 시인에게》 〈정이 가는 사람〉 -순한 사람이 좋아요

순한 사람이 좋아요



순한 사람이 좋아요
잔정은 많고
말수는 적은 사람
부끄럼에 가끔은 볼이 발개지는
눈매엔 이따금 이슬이 어리고
가만히 한숨을 숨기는 그런 사람이 좋아

오랜만에 만나고도
선뜻 밥값을 계산해 주는
그런 사람이 좋아

-  안윤자의 시집 《무명 시인에게》 에 실린
시 〈정이 가는 사람〉 중에서 -


* 순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손해를 봐도
티 안내고 배려하고 또 배려하는 사람은
누구나 좋아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리고 순한
사람일수록 사실은 스스로 상처받는 일이
많습니다.
혹여나 스스로 상처받을까
살펴보며 염려하고 벗이 되어주는
사람이 진짜 친구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무명 시인에게』는 안윤자 시인이 엮는 첫 번째 시집이지만 그녀는 이미 지난 세기인 1991년 등단하여 수필집과 역사 장편소설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낸 중견작가다. 안윤자는 영성이 강한 시인이다. 단순히 감성적 인식이나 이성의 한계를 초월하여 우주적 본질과 만나게 되는 시인의 상상력은 경계가 없다. 구속도 없다. 그 무엇도 뚫을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종교의 장벽도 허문다. 인간과 삶의 본체 그 키워드를 시의 언어로 형상화하는 중심에 안윤자 시인은 서 있다. 따라서 그의 시 작품의 지평은 넓게 열려 있다.

저자(글) 안윤자

시인이며 수필가. 가천대학교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현대문학을 전공했으며 정사서로 가톨릭의대부속성바오로병원, 서울의료원 의학도서실장으로 재직하여 정년퇴임을 했다. 평생을 도서관 안에서 오직 책과 더불어 책의 관리자로, 또 생산자가 되어 살아갔다.

1991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였고 2021년 계간 『문파』 신인상을 통해 시인이 되었다. 오랜 직장 생활로 작품 활동에 미온했으나 현재는 시작(詩作)과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월간사보 편집장, 한의도협 이사 및 편집 위원장, 서울의료원 사사편찬위원장을 역임했고 한국문인협회 복지위원으로 활동한다.

수필집 『벨라뎃다의 노래』 『연인4중주』, 12인 공저 『우리 기도할까요?』 등의 저서와, 기업사 『서울의료원 30년사』 『경동제약 30년사』를 집필하였고 석사 논문집으로 『운동주 시 연구』가 있다. 2020 가톨릭 평화방송, 평화신문 공모에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왕조에 대한 깊은 사색과 인식으로 6년여에 걸친 집필 기간을 통해서 2021년 첫 장편이자 역사 소설인 『구름재의 집』을 상재하였다.

목차

  • 시인의 말

    1부 팡세
    바다에서 띄운 편지
    윤회의 기슭
    책값
    다시 태어난다면
    조각달
    천 근 같은 침묵
    고독이라는 병
    유년의 동화
    어느 순례자의 기도
    초추

    2부 무명 시인에게
    쉽게 써지는 시
    늙은 시인의 고백
    무명 시인에게
    시인의 넋
    가스등
    저물녘
    내 마음속 수채화
    그 너머
    모닝커피
    노크 소리
    감꽃
    나도 너를 사랑해
    눈물
    벽오동 나무에도

    3부 장미와 교회당
    지하철에서 쓰는 시
    장미와 교회당
    무채색 연정
    설날 아침
    한때는
    거기는
    물미역
    작은 보시
    시월에는
    북악 아래 노천카페
    정이 가는 사람
    육지 것들
    동네 삼촌
    거울 보고 웃어보렴

    4부 달맞이꽃
    달맞이꽃
    춘야
    나의 집은
    어머니
    성배의 민족
    새벽에 쓰는 시
    노정
    어떻게 하니
    백학
    화장하지 않는 여자
    겨울비
    서촌길
    일몰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작품해설 | 유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