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아야!~"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
어디선가 할머니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 "철아야!~ 철아야!" 유년 시절, 내 생일은 없었다. 생일 떡이나 생일 선물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왜 그랬을까. 할아버지와 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나는 아주 어렸을 땐 내게 아버지와 어머니가 없다는 것조차도 몰랐었다. - 임철호의 《길 위의 정원》 중에서 - * 아버지와 어머니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자란 아이. 천애 고아로 자라면서 겪었을 고초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옵니다. 생일 떡이나 생일 선물을 받아본 기억은 없고, 오직 "철아야!~" 부르는 할머니의 음성만 기억하는 아이에게 할머니를 대신하여 누군가 '사회적 아버지', 또는 '사회적 어머니'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
작가 임철호는 상처의 자리에서 혼자 일어나 그 상처를 지우며 살아왔고 이제 그 상처 위에 지금 막 하나의 부도탑을 세우고 있다. 1948년 여수순천 사건으로 부모님을 잃었을 때, 세살박이 아이였던 그는 이제 칠순을 넘겼지만, 그를 덮친 재앙은 70년이란 긴 시간을 관류하며 그의 삶 전반을 지배해왔다. 따라서 이 책은 어떤 선택이나 저항의 여지가 없었던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개인’의 일생은 역사에 편입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새로운 시도이다. 역사는 끊임없이 현재로 회귀할 뿐 종료되거나 단절되지 않는다. |
저자(글) 임철호구례에서 출생
에세이스트 수필 등단(2013) 에세이스트 작가회의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더수필』(2019) 선정 〈올해의작품상〉(2019, 2020) 수상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국방대학원 91안보과정 졸업 육군본부 관재 계획관(부이사관) 국가 유공자(월남전 참전) |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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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여우가 죽을 때 고향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이 책에서 만난다. 조부모 밑에서 유년기를 보낸 작가에게 고향이란 상실과 그리움이 원형, 실존의 터전이다.
시골집 골목길에서 듣던 유년의 소리들을 환청으로 들으며, 이미 남의 손으로 넘어간 고향의 「빈 집」을 찾아간다. “이 집을 사버릴까 하다가 에라 그만두어라. 어차피 인생은 그저 세들어 살다가 비워주고 떠나는것”. 도연명의 ‘가위역 어사(家爲逆 旅舍)’를 깨우친다. 집이란 잠시 묵는 여관과 같은 것.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선산에 나란히 모시고, 집 나간 엄마를 한 장 남아있는 결혼사진으로 그 옆에 영묘(榮墓)를 쓴다. 원망과 그리움과 아픈 세월을 함께 묻는다. “아무리 억울하고 서러운 죽음(아버지의 희생사)도 세월이 지나면 범사일뿐” 동그런 봉분이 이제는 편안한 쉼터로 보인다는 작가. 삶과 죽음의 대단원의 화해이다. 봉분에 내려앉는 고운 햇살처럼 달관(達觀)의 평화가 가슴에 옮겨진다. -맹난자 / 수필가 『길위의 정원』은 회감의 정서와 우리가 잃어버린 시원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솔직 담백한 선생의 글은 다감하고 다정하여 읽는 이의 마음을 절로 따뜻하게 덥히는 힘이 있다. 물질은 풍요로우나 마음은 가난하여 춥게 사는 이들에게 선생의 글들은 달아오른 난로와 같은 훈기를 준다. 고졸한 문채(文彩/文采)는 황국의 향기처럼 깊고 은은하다. 군데군데 창공에 빛나는 별처럼 반짝이는 시적 진술이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선생의 글들을 읽다 보면 시난고난 살아온 굴곡 심한 자전적 생애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문학의 재부가 되어주었고, 부모 없이 외롭게 살아온 상대적 결핍과 절대적 고독이 문학의 앞길을 틔워주었으며 또 속정 깊은 선생의 할아버지의 말 없는 훈계가 삶의 나침판과 지도가 되어주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때로는 봄비처럼 뭉클, 처연하게 몸으로 스며들고 때로는 갓 끓여낸 장국처럼 구수하게 마음의 배를 데워주는 선생의 글들이 세상 속으로 크게 번지고 퍼져서 이 시대 추워 떠는 영혼들을 위무해주기를 기원해 본다. -이재무 / 시인 이제 우리 사회에서 칠십은 노인 축에 끼지 못한다. 의무는 내려놓았지만 신체는 꼿꼿하고 얼굴엔 주름살이 없으며 머리는 검고 눈빛은 총총하다. 인류가 처음으로 마주친 장수시대의 장년층으로 이분들이 낯선 시대에 새 길을 열어가실 주역들이다.우리나라 법적 가동연한은 65세. 아무리 초고령화 시대가 된다 해도 지금의 시스템에서 가동연한을 높인다는 것은 난감한 문제다. 그런데 우리의 장년층들은 스스로 가동연한을 높여가고 있다. 당장 돈이 되지는 않으나 훗날 인류에게 특별한 문화유산이 될 만한 유의미한 일들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음이다. 그 중 하나가 수필 쓰기이다. 이 책은 격동기 우리 역사가 개인의 가족과 삶에 어떤 상흔을 남겼으며 또 국가권력은 이들 역사의 희생자들에게 얼마나 무책임한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지극히 사소한 것 같지만 다시 주목해야 할 지극히 소중한 역사의 문제가 이 안에 있다. 사소한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 스스로가 쓰는 우리 자신의 역사이면서 주류 역사가 누락시킨 감정의 역사다. -조정은 / 수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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