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세계를 한 바퀴 도는 시간
"바다는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을 절대 멈추지 않는데요. 북극 지방에서 천천히 내려오면서 일부는 얼음이 되고, 일부는 소금기를 더 머금고 차가워져서 아래로 가라앉기도 하고요. 이렇게 바다가 세계를 도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요?" "얼마나 걸리는데요?" 그가 나를 놀리는 게 분명했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 "천 년이요." - 샬롯 매커너히의 《마이그레이션》 중에서 - * 바다가 세계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이 어찌 천 년씩이나 되겠습니까. '천 년의 세월'은 쉬이 다다랄 수 없는 영겁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천 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 년 같다'는 말도 있듯이 시간의 범주를 넘어서는 개념도 있습니다. 우리 인간의 변화무쌍한 양태도 그 한 보기입니다. 천 년 걸릴 것 같은 일도 하루아침에 이뤄지고, 하루면 될 일도 천 년이 걸립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
동물들이 죽어 가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이곳에 홀로 남겨질 것이다.
가까운 미래, 기후 변화로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한 세상. 새를 연구하는 프래니는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린란드로 향한다. 북극에서 여름을 보내고 다시 남극으로 이주하는, 지구상에 살아 있는 생명체 중 가장 먼 거리 이동을 하는 철새 북극제비갈매기의 여정을 따라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프래니는 얼음이 덮인 바위 위에 새장을 설치하고, 운 좋게 북극제비갈매기 세 마리의 다리에 위치 추적기를 다는 데 성공한다.
이제 자신을 남극으로 데려다줄 배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일곱 명의 선장에게 모두 거절당한다. 미신을 믿는 뱃사람들은 훈련도 안 된 낯선 사람을 배에 태우지 않았고, 자신들의 루틴이 흐트러지고 항로가 바뀌는 것도 싫어했다. 특히나 물고기가 거의 멸종되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러했다. 마지막 남은 배는 청어잡이 어선 사가니호뿐이다. 프래니는 이 상황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이 배에 끌렸기 때문이다. ‘사가니’는 바로 어린 시절 그녀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준 새인 ‘까마귀’를 뜻했다. 그녀는 우연히 사가니호의 선장 에니스 말론을 만나게 되고, 그를 설득하기 위해 위치 추적기를 단 새들이 물고기가 많은 곳으로 배를 이끌어 줄 것이며, 오랜만에 그물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하지만 선장 에니스 말론은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는 없다며 그녀의 부탁을 거절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프래니는 결국 그의 허락을 받아낸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북극제비갈매기의 이동을 따라 남극에 가려고 하는 프래니. 그리고 만선을 꿈꾸는 선장 에니스와 일곱 명의 선원들.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그들은 사가니호에 함께 몸을 싣고 먼바다로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위치 추적기에 의지해 새들을 따라가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바다에는 목숨을 위협하는 온갖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항해가 계속될수록 선원들 간의 오해와 갈등은 커져만 간다. 그리고 프래니의 어두운 기억과 그녀 자신조차 외면하고 살아야 했던 커다란 슬픔, 새들을 따라가기로 결심한 진짜 이유가 서서히 밝혀지게 되는데……. 프래니가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한 황폐한 세상에서 끝까지 여정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이그레이션》은 심각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이라면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끔찍한 세상에서 모든 생명체의 터전인 지구를 소중히 여겨야 할 이유와 어려움에 맞서는 용기, 그리고 희망을 발견하게 해 줄 것이다. |
저자(글) 샬롯 맥커너히(Charlotte McConaghy)
호주 시드니 출생. 시나리오 창작(Screenwriting), 스크린 아트(Screen Arts) 두 분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20년 발표한 《마이그레이션(Migrations)》은 작가의 데뷔 소설이자 전 세계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다. 《타임(Time)》 선정 ‘2020년 꼭 읽어야 할 책 100선’ 및 《인디넥스트(Indie Next)》 《아마존(Amazon Editors’ Pick)》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os Angeles Times)》 《라이브러리 저널(Library Journal)》 《굿리즈(Goodreads)》 《반스앤노블 디스커버(Barnes and Noble Discover)》 외 다수의 매체에서도 올해의 책 및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2022년 더블린 문학상(Dublin Literary Award) 후보, 2021년 퀸즐랜드 문학상(Queensland Literary Awards) 최종 후보, 2020년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소설 부문 후보, 2020년 러블리북스 독자상 소설 부문 후보에 올랐다. 2022년 발표한 작가의 두 번째 소설 《한때 늑대가 있었다(Once There Were Wolves)》는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인디 북어워드(Indie Book Award) 소설 부문 및 노틸러스 북어워드(Nautilus Book Awards) 금상을 수상했다. |
번역 윤도일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마이그레이션》은 역자가 번역한 첫 장편소설이다.
|
목차
|
책 속으로언제 처음 이 여정을 꿈꾸기 시작했는지, 마치 본능적으로 숨을 쉬는 것처럼 언제부터 내 안에 이토록 크게 자리하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오래된 것 같은데. 아니면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일부러 계획한 것도 아니고 어느 순간 나를 통째로 집어삼킨 듯했다. 처음에는 불가능하고 어리석은 환상에 불과한, 어선에 자리 하나를 얻고 선장을 설득해 가능한 한 가장 먼 남쪽까지 나를 데려가도록 할 생각이었다. 북극에서 여름을 보내고 다시 남극으로 이주하는, 지구상에 살아 있는 생명체 중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인 북극제비갈매기의 여정을 따라서. 하지만 의지란 강력한 것이고, 내 의지는 끔찍하리만큼 강력했다.
-27p 우리 인간이 끝내 무너뜨리지 못하는 유일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조류의 리듬이다. -32p “북극제비갈매기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이쪽에서 보긴 했어요. 지금이 알을 낳는 시즌 아니에요?” “맞아요. 북극제비갈매기는 이 세상 동물 중에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새예요. 북극에서 반대편 남극까지 갔다가 1년 안에 다시 돌아오죠. 그 작은 몸으로 엄청난 거리를 날아다니는 거예요. 30년 정도 산다고 봤을 때 평생 동안 이동하는 거리를 계산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세 번 왕복하는 거리와 같다고 볼 수 있죠.” 그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우리는 한동안 그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생명체의 우아하고 하얀 날개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용기를 생각하자니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에니스의 눈빛도 그런 나를 이해한다는 듯 보였다. “그 새들을 따라가 보고 싶어요.” -46p 나는 떨리는 손으로 지도를 접었다. 깊은 안도의 여파가 휘몰아쳐 구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나무 널빤지로 만든 다리 위를 걷는 내 발걸음이 가볍게 울렸고, 땅에 발을 디뎠을 때 다시 몸을 돌려 배에 휘갈겨 쓴 이름을 바라봤다. 엄마는 내게 단서를 찾으라고 말하곤 했다. “뭐에 대한 단서요?” 내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물었다. “삶에 대한 단서. 곳곳에 숨겨져 있단다.” 그 이후로 나는 단서들을 찾아다녔고, 마침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내 마지막 남은 생애를 보내게 될 이 배까지. 어떻게든 내가 남극에 도착해서 이 여정을 마치게 되는 날, 내 삶도 거기서 끝내리라 결심했으니까. -55p 바다의 흐름과 겹겹이 쌓인 얼음들, 날개를 빼곡하게 수놓은 섬세한 깃털들. 나는 이토록 놀라운 것들이 가득한 삶에 지쳐 있지 않았다. 단지 나 스스로에게 지친 것뿐이었다. -74p 나는 바다거북이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안도의 웃음이 번졌다. 손등으로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바다 깊숙이 사라지는 바다거북을 바라봤다. 그리고 바다거북과 함께 저 어두운 바다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는 상상도 했다. 다른 선원들은 그물에 남은 길 잃은 물고기들을 다시 물속으로 던져 주었고, 에니스는 바다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닉이 그의 어깨를 한 손으로 토닥였다. 처음으로 본 그의 친절한 행동이었다. “다 그런 거지 뭐.” 에니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아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물을 정리해 볼까?” 그가 선원들에게 말했고, 누구 하나 지친 기색 없이 거대한 그물을 다시 풀었다 감는 작업에 착수했다. -136p “우리 결혼합시다.” 나는 웃음을 터트렸고, 그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키스를 하고, 또 했다. 나는 우리가 정신이 나갔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며, 멍청하고 또 어리석은 짓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외로움이 끝나리라고. -154p 내가 떠나고 나면 내게 남겨진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내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도 없고, 글이든 위대한 행동이든 내 이름을 기념할 만한 작품도 없으니까. 그러한 삶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봤다. 조용하고,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 않는 삶에 대해서. 가본 적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포인트 니모’ 같은 삶에 대해서. 하지만 그보다 더 분명한 사실이 있다. 삶의 영향력이란 무엇을 주고 무엇을 남겼느냐로 측정될 수도 있지만, 세상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로 측정될 수도 있다는 점 말이다. -163~164p 결국 물고기는 놓쳤고 케이블은 완전히 끊어져 나갔다. 사무엘은 케이블에 맞아 등에 심한 열상을 입었다. 선원들은 모두 지쳤고, 놓친 물고기 때문에 속상해하면서도 사무엘을 걱정했다. 에니스는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는지 아예 입을 닫아 버렸다. 나는? 내게 더 이상 날개는 없었다. 내 새들의 길을 보여주던 빨간 불빛이 폭풍의 콧바람에 날려 햇빛도 닿지 않는 저 깊은 바다 아래로 끌려 내려가 사라졌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처럼. -177p 나는 바다에 누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가장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게는 고향을 그리워할 자격이 없었다. 내가 늘 필사적으로 떠나려고 했던 것들을 그리워할 자격이 없었던 나였기 때문이었다. 사랑은 할 수 있지만 머물지 못하는 부류의 존재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는 게 마땅하겠지. -211p 영상이 재생되고 스크린에 크게 비쳤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갑작스레 비친 크고 하얀 영상 때문에 잠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그리고 다시 보이기 시작했을 때, 눈앞에는 진홍색 부리를 가진 눈처럼 하얀 수백 마리의 새들이 우아하고 멋진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홀린 듯 스크린에 가까이 다가갔다. “북극제비갈매기예요.” 나일이 말했다. 그는 새들의 기나긴 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들의 생존 방식과 그를 위한 도전정신에 대해서 설명해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새들을 따라가 보고 싶어요.” “새들의 여정을 따라서요?” “네, 그렇게 해 본 적이 없어요. 새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심장이 마구 뛰었다. 갑자기 활력이 샘솟으면서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함께해요.” “정말 같이 가고 싶어요?” “바로 갈 수 있는 거죠?” 그가 웃음 지었다. “글쎄요. 일을 해야 하니까…….” “이게 당신이 할 일이에요.” “재정지원도 신청해서 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나는 애써 실망감을 숨기고 다시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 “갈 거예요, 프래니. 언젠가는 꼭. 약속해요.” 그는 전에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에도 가지 못했다. -285~286p “선장은 반드시 이 시련을 이겨낼 방법을 찾을 거예요.” 내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강한 사람이니까요.” 아닉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강하면 강할수록 세상은 더 위험한 법이죠.” -308p 엄마는 늘 내게 말하곤 했다.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멍청이밖에 없다고. 나는 그 말을 품고 살아왔다. 하지만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두려워할 필요도 없잖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은 내가 바다를 두려워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숨 쉬고 내 심장이 뛰는 한, 모든 순간 바다를 사랑했다. -327p 지금 이렇게 배에서 가장 높은 이곳에 앉아 있자니 그 수많았던 밤들 중 한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내 몸의 일부라도, 내 살과 피, 심장마저도 내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할머니를 곁에 두고 서 있던 그 밤으로, 나를 분노하게 하고 혼란스럽게 만들던 할머니 곁으로, 속을 알 수 없어서 쉽게 다가갈 수 없었지만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를 사랑해 준 내 할머니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는 지독한 외로움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미처 그 사랑을 보지 못했다. -337p |
출판사 서평가까운 미래,
기후 변화로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한 세상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북극제비갈매기의 이동을 따라 세상의 끝 남극을 향한 프래니의 여정 ★출간 즉시 전 세계 베스트셀러 등극 ★《타임》 선정 ‘2020년 꼭 읽어야 할 책 100선’ ★《아마존》 에디터 선정 ‘2020년 최고의 소설’ ★《타임》 《인디넥스트》 《라이브러리 저널》 《굿리즈》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반스앤노블 디스커버》 등 수많은 매체 선정 올해 최고의 책 2022년 더블린 문학상 후보 2021년 퀸즐랜드 문학상 최종 후보 2020년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소설 부문 후보 2020년 러블리북스 독자상 소설 부문 후보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의 오만과 무지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빙하기나 해빙기 등 자연현상의 하나로 지구는 오랜 시간에 걸쳐 기후의 변동을 수반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지구는 그 변화에 맞춰 자정효과를 수반하며 진화와 퇴화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늘어난 북극의 미세조류가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갑작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기 위한 연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가 특정 부류를 위한 정치적·경제적 수단일 뿐이라는 제법 타당한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진실이 무엇이든 온실가스의 주원인이 이산화탄소라는 것이 확실한 이상, 특히 산업화 이후 그 누적 배출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지구 표면 온도 및 해수면의 높이 또한 상당 부분 상승하는 등 약 150년 전 산업화와 동시에 시작된 갑작스러운 변화 속도에 인간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한때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곳이었습니다. 한때 바다에 있던 생명체들은 공상 세계에서 뛰쳐나온 듯 보일 정도로 신비했습니다. 평야를 천천히 달리거나 키 큰 잔디 사이를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나뭇가지에서 뛰노는 동물들도 정말 많았죠. 하늘을 배회하는 날개 달린 아름다운 새들 역시 많았고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아니,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의 무관심 때문에 폭력적이고 무차별적으로 도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인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경제성장이라고 결정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멸종 위기는 그들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대가입니다.” -본문 중에서 기후 변화가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로 인해, 혹은 그 때문이 아닐지라도 폭염, 가문, 홍수, 해일 등 자연재해가 늘어나게 되면 현재 자연의 모습이 변화되면서 그 속에 온전히 몸을 맡기고 의지해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멸종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10년 후가 될 수도 있고, 100년 후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당장 1년 뒤부터 시작되지 않으리라는 법 또한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동물의 멸종에 대한 이야기는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가장 먼저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될 것이고, 처음에는 한 종씩 차례로 멸종 위기를 겪다가 이내 공식적으로 멸종되었다는 뉴스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한때 얼음으로 덮여 있던 북극의 북극곰과 남쪽 내륙의 파충류도 사라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후회를 안고 재앙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채, 박물관에 전시된 공룡의 뼈를 구경하듯 강을 가로지르는 기러기 떼의 영상을 보며 아련한 마음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 동물들이 암울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경고로서가 아니라 현재, 바로 지금처럼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멸종 위기에 처했을 때였다. 나는 대양을 횡단하는 철새를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다. 모든 철새가 날아간 곳으로, 우리가 멸종시켰다고 생각한 모든 생물이 있는 곳으로 나를 이끌어 줄 것이라는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끊임없이 누군가의 곁을 떠나고, 정착하지 못하고, 세상 모든 것을 멀리하게 만드는 잔인한 그 무언가의 정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철새의 마지막 이동으로 내가 속할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마이그레이션》은 가까운 미래 대부분의 멸종한 세상을 배경으로, 북극제비갈매기를 따라 남극으로 가기 위한 주인공 프래니의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주인공 프래니의 암울했던 어린 시절부터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 그리고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방황해야만 하는 야생성을 지닌 사회적 사람으로서가 아닌 동물적 인간으로서의 본능 등 가장 사적일 수 있는 부분들을 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에게 전한다. 그럼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속에 적절히 등장시키며 소설의 재미와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프래니의 여정을 함께하기로 한 사가니호의 선장 에니스와 일곱 명의 선원들을 적절히 등장시킴으로써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고 긴장감 있게 만든다. 그리고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지는 듯한 풍경 묘사이다. 독자들은 책을 보는 내내 실제로 자신이 빙하 위에서, 바다 위에서, 때로는 좁은 선실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책은 출간 즉시 전 세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영화화가 결정되었다. 나는 한 번 더 새를 보기 위해 산마루에 잠시 멈춰 섰다. 그 순간 바람이 일며 정적이 찾아왔다. 빙하가 눈부시게 반짝이며 넓게 펼쳐져 있었고, 그 끄트머리에는 흑백의 바다와 멀리 잿빛 수평선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거대하고 새파란 얼음 조각이 한여름인 지금에도 느릿느릿 떠다녔고, 수십 마리의 북극제비갈매기가 새하얀 하늘과 대지를 가득 채웠다. 세상에서 마지막 무리일지도 모를 북극제비갈매기들이었다. 내가 어딘가 정착할 수 있다면 이곳일 것이다. 하지만 새들은 머물지 않을 테지. 나 또한 그럴 테고. -본문 중에서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그리고 미래에는 완전히 없어질지도 모르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삶도, 우리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도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다. 위치 추적기를 단 새들을 따라 남극으로 가겠다는 프래니의 선택은 무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러한 용기를 준 것은 자신의 삶과 사랑하는 이의 삶, 그리고 세상에 남은 마지막 철새들에 대한 최소한의 고해일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은 독자들은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살았고 살아가고 있더라도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단 한 줄기의 희망이라는 사실을. [추천사] “강렬하고 역동적이며 독특한 매력을 지닌 책이다. 대부분의 기후 소설이 독자들에게 인간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강한 걱정을 불러일으키며 긴장감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 책은 극한의 아픔 속에서도 활력을 잃지 않는 인물을 통해 완전히 새롭고, 더 넓은 소설적 영역으로 우리를 이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읽는 내내 전율이 흐르는 소설이다. 작가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주인공 프래니의 솔직한 목소리를 통해 가까운 미래가 될지도 모를 암울한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어떻게 자연이 우리를 치유하고 왜 우리 모두가 이 소중한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지 강조한다.” -《타임》 “기후 변화를 소재로 한, 마음속 깊이 오래도록 기억될 최고의 소설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우리의 책임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철새의 이동을 훌륭히 엮어 냈다. 책과 함께하는 항해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것이다.” -《뉴욕타임스 북 리뷰》 “이 소설의 아름다움과 비통함은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는 이 진실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둘러싼 슬픔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기후 변화로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된 세상에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한 사람의 고뇌와 내밀한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가슴 아프고 시린,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아주 시기적절한 소설이다. 비극적으로 변한 세상에서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슬픔과 사랑을 통해, 이 세상에서 우리가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 자신이 잊고 있었던 야생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가디언》 “한 문장도 눈을 뗄 수 없다. 우리가 저지른 환경 파괴의 정신적, 감정적 대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이코노미스트》 “훌륭한 해양 소설! 인간이 아닌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그들의 파괴에 대한 분노를 빠른 전개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엮어 냈다.” -《월스트리트 저널》 “애타도록 아름다운 서사시.” -《엘르》 “소설을 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산산이 부서지는 빙하 소리와 하늘을 선회하는 북극제비갈매기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릴 것이다.” -《벌처》 “긴장감 넘치고 분위기 있는 미스터리로 가득한 대서사시.” -《보그》 “심장을 찌르는 듯한 아픔을 담은 이 소설은 파괴된 환경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한 송가이다.” -《리터러리 허브》 “기후 변화로 위기에 처한 지금,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를 파괴된 세상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카타르시스와 희망을 동시에 보여 준다.” -《하퍼스 바자》 “사라지는 우리의 자연에 대한 송가!” -《뉴스위크》 “인간과 동물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의 아름다움과 살아남기 위한 희망을 담은 매혹적인 이야기.” -《시에라 매거진》 “슬픔과 전율을 함께 지닌 특출한 소설.” -《맥클린스》 “동물의 멸종은 2년 또는 20년 후에 일어날 수도 있지만, 오늘 당장 일어나더라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환경 문제와 현실, 우리에게 전하는 경고와 불편한 진실이 완벽하게 혼합된 이 가슴 아프고 웅장한 소설은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다.” -《라이브러리 저널》 “가슴을 찌르는 듯한 슬픔과 눈부신 희망으로 가득하다. 수수께끼로 가득한 주인공 프래니의 여정은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북리스트》 “지금까지 읽은 어떤 책보다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소설.”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글래스 호텔》 《스테이션 일레븐》 작가 “우리의 영혼을 움직이는 마법 같은 이야기.” -제랄딘 브룩스, 《시크릿 코드》 《마치》 작가 “경이롭다!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작가의 목소리는 뼛속까지 파고든다. 기후 변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책이다.” -라라 프레스콧, 《우리가 간직한 비밀》 작가 “인간과 인간이 아닌 모든 생명의 상실에 대한 애가.” -제프 밴더미어, 《애니힐레이션》 작가 “사랑, 트라우마,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 책을 펼치는 순간 마지막까지 숨죽이고 읽게 될 것이다.” -줄리아 파인, 《왓 슈드 비 와일드》 작가 “한겨울의 크리스털처럼 아름다운 문장으로 완성된 이 책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것을 기적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고 오래도록 마음에 울림을 전한다.” -캐롤라인 리빗, 《픽처 오브 유》 작가 “황폐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 눈으로 보는 듯한 생생한 이미지와 감정으로 가득한 이 책을 통해서 붕괴 직전의 세상에 직면한 가까운 미래를 구하기 위한 한 사람의 분투와 고해, 그리고 결코 희망을 놓지 않는 강한 의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셸프 어웨어니스》 |
리뷰 --sp*******마이그레이션, 이주라고 하면 뭔가 이별의 애틋한 마음이 떠오르지만 한편으로는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도약하는 굳센 의지와 희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표지에 묘사된, 힘찬 날개짓을 하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동물은 북극제비갈매기들입니다. 북극제비갈매기는 북극에서 남극으로 다시 북극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반복하며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먼 거리를 비행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이 살기 어려운 환경에 서식하는 종을 뜻하기도 하죠.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새들은 익사하고, 해양 동물들은 무분별한 포획으로 대량 멸종하고, 육지 동물은 밀렵으로 그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모두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만행의 말로입니다. 이 책은 야생동물이 다 멸종된 환경에서 우리 인간은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합니다. 주인공 프래니 스톤은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살아 외로움이 컸지만 소녀시절부터 목적지 없이 어딘가를 방황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가 부러웠고 그 자유를 누리고 싶어 바다를 수영하는 것을 사랑하던 그녀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방랑을 본능이라고 인정해주며 그녀가 돌아 올 때까지 기다려주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새를 사랑한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구 상 유일하게 남아있을 거라 추정되는 북극제비갈매기를 단 한 마리라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들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죠. 그리고 한 배의 선원들은 그녀의 여정에 동참하며 서로 우정을 쌓아갑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면서 가족구성원으로서 역할과 도리를 하지 않고 자기 만족을 위해 무작정 여기저기 떠도는 프래니가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을 수록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서 본능대로 살아가는 이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누구든 갇혀서 사는 삶은 생동력을 잃고 말죠. 자유롭게 떠나는 삶, 그것이 외로움과 위험을 가져다주고, 또 우리를 힘에 부치게 하더라도 누구나 그런 삶을 동경합니다. 그렇기에 일상생활에서 매너리즘을 느끼고 낯선 곳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에서 삶의 기쁨과 쾌락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그 곳이 아무것도 남은 것 없이 텅빈 곳이라면, 황폐화된 자연이라면 우리는 과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지구 상에 인간보다 더 오래 진화해왔던 모든 생명체들이 다 멸종해버린 환경에서 유일하게 인류만이 살아남았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해 고찰합니다. 초창기 인류는 사실은 수렵, 유목 생활에 익숙했습니다. 농경과 목축을 시작하여 정착하고 마을을 이루며 산 것이 마치 인류의 운명이고 신화인 듯 찬양받고 있지만, 실상 그 결과는 자연 속에서 동물과 함께하는 삶에서 벗어나 사유재산을 증식하고 다른 이들을 억압하고 정복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동물을 멸종시키는 이기심의 발현으로 이어졌습니다. 인간에게 유익한 가축이나 애완동물은 멸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야생동물은 우리에게 이로움을 주지 않기에 그들의 삶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아무도 그들의 멸종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마음 아파하지 않습니다. 좁은 우리에 가둬놓고 먹이만 챙겨주면 보호 의무를 다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합리화에 불과합니다. 본성과 야생성을 잃은 동물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말미에 주인공 프래니가 도달한 곳, 인간이 살지 않는 곳은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생동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양한 생명체들이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은 지구가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줍니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개입만 없으면 지구는 더 이상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환경파괴와 동물멸종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도 하지만, 소설로서 재미도 풍부합니다. 주인공 프래니가 왜 떠도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는지 과거 속에서 그 이유를 찾다보니 한 번 펼친 책을 도저히 덮을 수가 없었습니다. 현재와 과거와 절묘하게 교차되지만, 그 흐름이 산만하거나 내용의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이해되지 않았던 프래니의 감정이, 어느 새 내가 프래니가 되어 그녀의 운명에 마음 아파하고 있는 것을 깨달으며, 우리도 누구나 프래니의 떠나고 싶은 본능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 이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리뷰 ---kk******"맞아요. 북극제비갈매기는 이 세상 동물 중에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새에요. 북극에서 반대편 남극까지 갔다가 1년 안에 다시 돌아오죠. 그 작은 몸으로 엄청난 거리를 날아다니는 거예요. 30년 정도 산다고 봤을 때 평생 동안 이동하는 거리를 계산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세 번 왕복하는 거리와 같다고 볼 수 있죠." (-46-) 여섯 살 때 나는 엄마와 뒷마당에 앉아 까마귀들이 거대한 버드나무 위에 앉아 있는 광경을 보곤 했다. 겨울이면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는 오랜 나뭇잎들이 땅에 쌓인 눈처럼, 혹은 나이 든 남자의 듬성듬성한 구레나룻처럼 하얗게 변했고, 그 사이에 숨어 있으면 까마귀종은 석탄처럼 또렷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겨우 여섯살의 아이였지만, 내게 까마귀들은 뭔가 심오한 존재였다. 뭔가 외로운 존재, 혹은 그 반대의 존재였다. 까마귀들은 시간이자 세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날아갈 수 있는 만큼의 거리였으며 내가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장소이기도 했다. (-106-) 리아와 가미, 해일리가 마침내 나를 발견했다. 그들은 해변가로 나를 끌어 올려 담요로 온몸을 감싸 주었다. 어디선가 계속 그냥 죽게 내버려 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거미가 내 이마에 키스해 주었고. 해일리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들이 나를 너무 꽉 꺼안아 줘서 서로의 몸이 함께 떨렸고, 그 순간 나는 그 의심의 주인공이 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정해요." 해일리가 내 귀에 속삭였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211-) 차가운 빗방울이 내 얼굴을 묵직하게 때렸다. 우의도 없이 그대로 비를 마음껏 맞았다. 더블린은 잿빛 한믈 아래 음울한 기운을 풍기는 곳이지만, 그래도 뭔가 쓸쓸하면서도 신비롭고 빠져들 것 같은 분위기를 물씬 자아내고 있었다. 나는 부두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263-) 나일이 예전에 내게 써 준 편지가 생각났다. 나는 당신 삶에 있어 두 번째 사랑이에요 .하지만 어떤 멍청이가 바다를 질투하려 할까요? (-327-) 그녀를 만져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접촉은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이것은 본부의 지침이 아닌 나일의 지침이었다. 이제 인간이 동물을 만지는 것은 파괴적이고 잔인한 행동이라고 그가 말했다. 이 조그만 새의 친구는 독특한 소리로 빽빽거리며 더 크게 울어댔는데, 그 수컷북극제비갈매기는 더 오래전부터 씨앗을 먹어 온 터였다. 그러나 이 작은 암컷 북극제비 갈매기는 자유를 고집스럽게 꿈꾸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버텼다. (-371-) 인간이 문명화 되면서, 자연과 도시가 분리되었다. 그로 인해 자연 속의 새들과 야생동물들이 인간의 삶에 이로운 동물이라고 인식하기 전에 ,인간에게 해로운 동물로 각인되고 만다. 도시 속의 새들의 삶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느 새들의 삶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고속도로 위에 야생동물이 있으며, 차량과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의 삶의 일부분이며, 결코 떨어질 수 없다. 소설 『마이그레이션』 은 자연,환경 소설이다. 주인공 닐스는 조류학자로서,북극제비갈매기를 연구하고 있다. 처음엔 자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 에세이의 형식으로 채운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북극제비갈매기에 대한 생태를 꼼꼼하게 기술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우리가 놓칠 수 없는 것으로서, 주인공이 북극제비 갈매기에 위치추적장치를 달아서 날려 보내는 그 장면이다. 평생동안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 세차리를 갈 정도의 긴거리를 움직이는 북극제비 갈매기는 평균 30년 가까이 살고 있다. 남극에서, 북극으로, 북극에서 남극으로 지나가는 그 긴 여정 속에서, 생존과 죽음, 먹이사슬에 다라서 움직이는 제비갈매기 , 우리가 놓칠 수 없는 것으로 북극제비갈매기의 서식지와 생활반경, 그리고 함께 자연과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여러가지 흔적들까지 , 기후 변화로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멸종하고 있지만, 인간은 그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북극제비갈매기가 살아오면서, 그 안에서 배울 점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살아가는 방벙을 하나 둘 터득해 나가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
' 채움 과 비움 > 독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철호의 《길 위의 정원》"철아야!~"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 (1) | 2023.11.01 |
---|---|
유진 피터슨의 《이 책을 먹으라》먹고, 씹고, 물고, 느긋한 기쁨 (1) | 2023.10.31 |
홍영철의《너는 가슴을 따라 살고 있는가》지나고 보면 아름다웠다 싶은 것 두 가지- 여행과 청춘. (1) | 2023.10.27 |
김혜령의《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올가을과 작년 가을 (2) | 2023.10.26 |
김민식의《나무의 시간》사람 만드는 목수 (0) | 2023.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