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속에서 마음 다스리기>
1월 30일 연중 제3주간 토요일
(마르 4,35-41)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요즘 각 교구나 수도회에서 인사이동이 한창입니다.
여러모로 힘겨운 곳으로 발령받아 떠나가는 형제에게
한권의 책을 권했는데, 제목이 정말 멋있습니다.
‘폭풍 속에서 마음 다스리기’
(에크낫 이스워런 저, 도서출판 바움)
저자는 한 평생 자신의 내면에
깊은 저수지 하나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 사람입니다.
그는 오랜 수련 끝에 강한 확신과 함께 이렇게 외칩니다.
“진정으로 고요한 마음은
어떤 폭풍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저자가 한번은
구식 여객선을 타고 큰 바다를 건너갈 때였습니다.
사흘내리 불어오는 강한 비바람에 그 여객선은
끊임없이 요동쳤습니다.
계속되는 풍파에 승객들의 고초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고생 끝에 어느 항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퀸 메리’호라는 좀 더 나은 배로 바꿔 탔습니다.
놀랍게도 구식 여객선과는 대조적으로
아무런 동요도 없이 거친바다를 늠름하게 해쳐나가더랍니다.
저자는 한 선원에게 물었답니다.
“왜 이 배는 큰 파도 앞에서도 요동치지 않는 것입니까?”
그 선원은 자랑스럽게 대답했답니다.
“평형장치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설치했는데,
이젠 거친 파도에도 끄떡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요동치는 우리네 인생,
큰 시련의 파도에 보다 당당히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평형장치가 필요합니다.
그 평형장치는 우리의 신체 어딘가에 설치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내면에,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설치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폭풍이 부는 곳은 우리의 내면이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것은 우리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정작 중요한 곳은
외부의 혼란이라기보다 우리 내면의 날씨입니다.
우리 내면만 잘 정리정돈하고 있다면,
우리 영혼만 늘 푸르고 당당하다면,
우리 안에 하느님의 영이 굳건히 자리하고 계신다면
그 어떤 외부의 자극, 혼돈, 폭풍 속에서도 잠잠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평화롭지 못한 사람,
내면이 흔들리는 사람, 영혼의 빛이 바랜 사람은
작은 외부의 자극에도 민감하게, 까칠하게 반응합니다.
별것도 아닌 아주 사소한 사건에도 마음을 크게 상합니다.
마하트마 간디 같은 분은 얼마나 내면을 잘 갈고 닦았으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폭풍을 좋아합니다.”
여객선이 출항한 후
갑판위로 올라가보면 ‘난간’이란 것이 있습니다.
배가 심하게 요동칠 때 꽉 붙들라고
여기 저기 설치해놓았습니다.
인생의 폭풍을 헤쳐 나가는 우리에게
고맙게도 든든한 난간이 하나 있습니다.
흔들릴 때 마다 꽉 움켜쥐고 의지해야 할 난간,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이것 놓치면 죽음이다,
이것 놓치면 끝이다, 하는 마음으로
죽기 살기로 잡아야 할 난간,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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