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지는 것은 한 순간>
1월 29일 연중 제3주간 금요일
(마르 4,26-34)
“그 사람은 모른다.”
때로 죄나 악의 세력들이 지닌 힘이 얼마나 강렬한지...
나약한 우리가 홀로 막아내고 저항하기가 이만저만 힘겨운 게 아닙니다.
인간을 악의 골짜기로 인도하는 어둠의 세력이 지닌 확장성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나는 아무 걱정하지 마. 그 정도는 이겨낼 수 있어.’ 라고
큰소리치는 순간 우리는 어느새 깊고 깊은
악의 수렁으로 빠져 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자신의 약함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지속적인 겸손이며, 유혹 앞에서의 즉각적인 기도인 것입니다.
죄란 것이 그렇더군요.
한번 짓기 시작하면 어느새 몸에 익숙해집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딱 이번 한번만이라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죄는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습관화됩니다.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죄의 사슬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게 되고 맙니다.
죄란 것이 그렇더군요.
한 가지 죄를 지으면 또 다른 죄가 고개를 내밀며 유혹합니다.
죄들은 서로를 부추기면서 점점 한 인간 자체를
죄의 소굴로 만들어버립니다.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칠죄종(七罪宗)
다시 말해서 일곱 가지 대죄(大罪)는
교만, 인색, 음욕, 탐욕, 분노. 질투, 나태인데,
이들 각자는 서로 단합해서 한 인간을 점점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고
결국 한 존재를 폐허처럼 만들어버립니다.
오늘 우리가 아무리 멀쩡하다 할지라도
절대 방심해서는 안되겠습니다.
허물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다윗 왕이었습니다.
주님으로부터 이스라엘의 성왕으로 점지된 다윗이었습니다.
주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성덕으로 백성들을 잘 다스렸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나약한 한 인간이었습니다.
잠시 하느님에게서 눈을 떼고 살짝 방심한 사이 그는 어느새
깊은 죄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첫 번째 죄는 또 다른 죄로 연결되었습니다.
그는 충신 중의 충신 우리야를 사지로 몰아넣고 죽게 했습니다.
또 다른 충직한 신하 역시 공범으로 전락하게 만들었습니다.
죄는 또 다른 죄를 불러왔습니다.
다윗의 실수는
죄와 악의 세력이 지닌 확장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이상 죄와 악의 확장성에
놀라워하고 가슴을 쳐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보다는 하느님 나라가 지니는
놀랍고 신비한 확장성을 체험하며 기뻐해야겠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지니고 있는 두드러진 특징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확장성’이 아닐까요?
상상을 초월하는 ‘풍요로움’이 아닐까요?
한없는 관대함과 자비로움이 아닐까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겨자씨 하나가 자라고 자라서
날아가는 새들까지 깃들일 큰 나무로 성장하듯이 말입니다.
우리의 아주 작은 선행 하나, 이웃을 향한 아주 미세한 희생 하나,
우리가 이 세상사는 동안 실천한 티끌만한 사랑의 봉사 하나가
백배, 천배 확장되어 하느님으로부터의 아낌없는
칭찬과 보상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일 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