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론

[스크랩] 무엇을 봉헌할 것입니까?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무엇을 봉헌할 것입니까?> 2월 2일 연중 제4주간 화요일 주님 봉헌 축일(봉헌 생활의 날) (루카 2,22-40)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가게 해주셨습니다.” 주님 봉헌 축일을 맞아 ‘봉헌’이란 말의 의미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봉헌한다는 것은 드린다는 말, 바친다는 말, 내어놓는다는 말이겠지요. 나를 고집하지 않고, 내 안에 갇혀있지 않고, 나만 생각하지 않고, 보다 큰 흐름, 보다 큰 물결, 보다 큰 선, 보다 큰 가치관이신 하느님과 합일하기 위해 내 전존재를 내어놓는 행위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봉헌한다’고 할 때 주로 뭔가 좋은 것, 고가의 것, 귀중한 것, 가치 있는 것을 바쳐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 봉헌되신 아기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삶 전체에 대한 봉헌, 아무런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냥 바치는 봉헌도 좋은 모습의 봉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어깨를 내리누르는 일상의 고통을 하느님께 봉헌해보시기 바랍니다. 돌아보기도 싫은 끔찍했던 지난 세월도 있는 그대로 하느님께 바쳐보시기 바랍니다. 죽어도 용서하기 힘든 그 누군가도 ‘그냥’ 하느님께 드리기 바랍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헤어날 수 없는 내 한계, 부끄러움, 죄... 이 모든 것 역시 하느님께 맡겨보시기 바랍니다. 결국 우리 매일의 삶 전체가 봉헌의 대상입니다. 우리가 매일 겪는 기쁨과 슬픔, 고통과 십자가, 좌절과 방황, 한계와 모순, 회한과 눈물, 이 모든 것들 주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봉헌의 대상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참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의 빛나는 외모, 그의 재산, 그의 성공, 그의 젊음만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의 부족함, 그의 실패, 그의 한계, 그의 쇠락, 그의 죽음조차도 사랑해야, 그것이 참 사랑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열렬히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장점, 우리의 긍정적인 측면, 우리의 성공만을 사랑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한 부분만을 사랑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통째로 사랑하십니다. 봉헌한다는 말, 내어맡긴다는 말에는 조금은 수동적인 분위기, 소극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러나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꼭 그런 의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봉헌한다는 말, 바친다는 말에는 자기 자신이라는 작은 울타리를 벗어나는 적극성과 도전정신이 담겨져 있습니다. 자신을 보다 큰 흐름에 내어맡김으로 인해 얻는 자유, 더 이상 내가 내 삶을 좌지우지 않고 크신 하느님께서 의지한다는 결단이 봉헌이란 말에 내포되어 있습니다. 크게 내어맡김으로 인해 더 크게 성장하고, 완전히 바침으로 인해 더 큰 해방을 얻는 그런 봉헌축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봉헌하고 온전히 빈손으로, 완벽히 텅 빈 마음으로 하느님께 나아갈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상상을 초월할 대자유를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텅 빈 충만, 완벽한 평화가 반드시 찾아올 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출처 : 가톨릭 영성의 향기 cafe
글쓴이 : andrea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