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늦은 봄.
남편이 어디선가 곰취 뿌리를 얻어왔습니다.
곰취는 높은 산에서나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귀한 곰취를 뜯어다가 먹고
그 뿌리는 여기저기 나눈 모양이었습니다.
그렇게 업둥이로 우리집 밭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곰취.
그 곰취가 살아날까 싶었는데,
작년 봄,
이파리 몇개 피워올렸습니다.
너무 반가웠지요.
작년 봄에는 올라 온 이파리 그대로 눈으로 구경만하였습니다.
힘 보태서 잘 크라고
응원만 해주었던 것이지요.
그랬던 곰취가
올해는 그래도 꽤 무성하게
그 싱싱하고 향 짙은 이파리를
나에게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
이 곰취를 정성스럽게 거두었지요.
곰취장아찌를 만들려고요.
아시는 분이 곰취 장아찌 담아서 맛보기로 주셨었는데,
그 맛이 참 일품이었습니다.
향기도 좋고,
식감도 좋고,
그래서 나도 꼭 한 번은 만들어서
두고두고 먹어보고 싶은 욕심이 났었답니다.
그 바램을 이루게 된 셈이지요.
한 잎 한 잎 정성으로 거둔 곰취가
우리 식구 먹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이 곰취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바구니에서 1차 물기를 뺀 다음,
다시 한잎 한 잎 물기를 털어내며
차곡차곡 쌓아갔습니다.
그러는 동안
간장과 물, 설탕, 그리고 식초와 매실, 소주를
5:4:2:2:1:1/2의 비율로 섞어서 팔팔 끓였지요.
이런저런 비율로 해 보았는데
이 비율이 가장 순하고 맛깔스러운 맛을 내더군요.
그래서 저는 장아지는 반드시
위의 재료를 위의 비율로 썩어서
소스를 만들어내고 있답니다.
이렇게 끓인 소스를 적당히 식힌 다음,
차곡차곡 쟁여놓은 곰취에다
부었습니다.
곰취나 깻잎, 그리고 취처럼 얇은 재료들에게는
소스를 식혀서 부어주고
마늘이나 양파, 오이 같이 두께가 있는 재료들에게는
뜨거울 때 부어주는 것이 좋답니다.
이제 조금 복잡한 과정은 끝났습니다.
이렇게 소스를 부어 이틀 정도 두었다가
다시 소스만 따라서 끓인 다음
또 식혀서 부어주는 일을 두 번 정도 하고 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한 번만 끓여 부어서 바로 먹어도 되지만,
이렇게 두 번 정도를 더 해주면
일 년 이상을 두고 먹어도 될 정도로
보관력과 깊은 맛이 더해진답니다.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그러고 보면 부자되기 참 쉽습니다.
쌉싸한 맛과
짙은 향기를 진하게 내면서
식감도 좋은 맛있는 곰취장아찌.
두고두고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어서
행복을 전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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