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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 과 비움 /독서

들리 블라호스의 《삶이 흐르는 대로》 체중계에 찍히는 숫자


체중계에 찍히는 숫자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체중계에 찍히는 숫자를
학교 성적처럼 여겼다. 그 숫자가
내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았다.

성적이 잘 나오거나 몸무게가 줄어드는 건
축하할 일이고, 그 반대일 경우에는 타인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자 더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몸무게를 향한 집착은 대학과 간호학교에
다니면서도, 심지어 간호사로 일하기
시작했을 무렵까지도 계속됐다.


- 해들리 블라호스의 《삶이 흐르는 대로》 중에서 -


* 날마다 체중계를 보며
몸무게를 재는 것도 자기 관리의 핵심입니다.

체중계에 찍히는 숫자에 일희일비합니다. 그러나
몸무게가 절대적인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젊은이들의
잘못된 가치관은 몸과 마음과 정신을 망가뜨립니다.

무엇이 더 귀하고 가치 있는가를 알지 못하고
소중한 몸을 혹사시키기도 합니다.

건강한
아름다움은 몸의 무게보다 마음의
무게에 있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나는 그들을 돌보고, 떠나보내고,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호스피스 간호사가 써 내려간 눈물과 사랑의 기록
죽음을 앞둔 이들이 나누어준 삶의 중요한 진실들
책을 읽으며 얼마 전 메시지와 함께 도착한 초콜릿을 떠올렸다. 1년 전 하늘로 떠난 17세 소년은
외래 때마다 나에게 다양한 단것들을 가져와서는 힘내라는 얘기를 건네곤 했다. “내가 가고 나서도, 선생님한테 가끔 달달한 것 보내줘.” 소년이 보내준 초콜릿을 먹으며 다정했던 아이의 기억을 소년의 어머니와 나누었다. 의료진으로서 죽음의 과정을 돕는 일이 힘들지 않은지 종종 질문을 받는다. 환자, 가족과 함께 기적을 기다리면서도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 시간 동안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와 눈물, 그리고 그 와중에도 선물처럼 찾아오는 기쁨과 웃음. 그것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저자와 함께 환자를 만나는 듯한 글을 읽으며, 그가 이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_ 김민선(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죽음은 늘 갑작스레 찾아오는가? 죽음은 언제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가? 죽음은 의학적 실패인가? 죽음을 둘러싼 이 모든 신화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한 호스피스 간호사가 있다. 『삶이 흐르는 대로』 저자 해들리 블라호스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 온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고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고자 수년간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며 느끼고 경험한 바를 이 책에 담았다. 서른둘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가 환자들과 함께한 마지막 여정을 아름답게 그려낸 에세이이자, 죽음을 앞둔 이들이 전해준 삶의 지혜와 감동을 담아낸 이 책은 출간 직후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 논픽션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월스트리트 저널》 베스트셀러 1위로 선정되는 등 미 전역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독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겼다.
Hadley Vlahos, RN

호스피스 간호사. 22세에 일을 시작해 현재 9년 차 간호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다. 외조모부가 장의사였던 까닭에 죽음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고등학생 시절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죽음이라는 게 얼마나 갑작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인지 깨달으며 상실에 대한 분노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이후 간호사로 일하는 동안 삶의 마지막을 앞둔 환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죽음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어갔다. 죽음과 임종에 관한 오해를 풀고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살아가는 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이들에게 그 메시지를 전하고자 온라인에서 ‘간호사 해들리(Nurse Hadley)’로 활동하며 호스피스 간호사로서 겪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금기시되어 온 주제들에 관해 조심스럽지만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내며 뜨거운 관심을 얻었고, 현재는 3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에게 위로와 감동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잊지 못할 열두 명의 환자들과 보낸 마지막 시간을 기록한 이 책은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아마존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미 전역을 휩쓸며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여전히 간호사로 일하면서 비영리 호스피스 하우스 설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
@dexy.koh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며, 종종 번역을 한다. 서울의 오래된 집에서 남편, 털 많은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목차

  • 들어가며

    1 사랑한다고 한 번 더 말해주세요·글렌다
    2 기다리는 것이 오직 죽음만은 아니기를·칼
    3 결국 모든 것이 지나간다·수
    4 저마다 누군가의 사랑이었음을·샌드라
    5 꼭 케이크를 먹어요·엘리자베스
    6 절대 그럴 리 없는 일도 일어난다·이디스
    7 혼자 짊어질 수 없는 짐도 있다·레지
    8 어떤 답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다 ·릴리
    9 삶도 죽음도 예측할 수 없는 것·바베트
    10 깊이 사랑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앨버트
    11 누구도 혼자 죽게 내버려두지 않기를 ·프랭크
    12 모든 일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애덤

    나가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스너피------  돌고래 무리 

책 속으로

“엄마, 나야. 어제 모질게 굴어서 미안해요.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그랬어요. 엄만 내가 아는 모든 걸 가르쳐주었으면서 가장 중요한 거 하나를 빠뜨렸네.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잖아요. 엄마 없이 난 어떻게 살아?”
_48~49쪽 〈사랑한다고 한 번 더 말해주세요〉

“미안해요. 할머니, 정말 미안해요. 제가 할머니를 위로해 드려야 하는데.” 내가 흐느끼며 말했다. 할머니는 몸을 떼고 내 눈을 들여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서로 위로해야죠. 사과는 하지 마요. 우리 둘 다 선생님을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 같았다니까. 칼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계속 흘러서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메리 할머니의 품에 안겨 처음에 할머니를 보고 겁을 먹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제 그때 일은 우습게 느껴졌다.
_79쪽 〈기다리는 것이 오직 죽음만은 아니기를〉

수 할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할머니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언젠가 선생님이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천국에서 선생님을 마중 나갈 사람이 줄지어 기다리겠지만, 전부 비켜야 할 거예요. 내가 제일 먼저 선생님을 안아줄 거니까요.”
수개월 동안 수 할머니에게 위안이 되려고, 내가 할머니를 진심으로 위한다는 사실을 전하려고 온 힘을 다해 노력했더니 지금은 되레 할머니가 날 위로하고 있었다.
_121쪽 〈결국 모든 것이 지나간다〉

그들을 보고 있자면 처지가 어떻든 간에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단 사실을 매번 깨닫게 됐다. 어떤 울타리도 자연의 섭리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만큼 튼튼하진 않았다. 죽음이 임박하면 사람은 모두 한결같이 같은 걸 원했다. 그건 바로 관심과 위로 그리고 유대감이었다.
_146쪽 〈저마다 누군가의 사랑이었음을〉

“선생님을 볼 때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해서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었어요. 난 내가 마흔에 죽게 될 줄 몰랐거든요. 항상 아직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 못해서 아쉬워요. 그때 그 빌어먹을 케이크를 그냥 먹어버릴 걸 그랬나 봐요.”
“좋은 충고군요.” 내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케이크를 먹어라.”
“네, 꼭 케이크를 먹어요.” 엘리자베스가 침대에 도로 누우며 했던 말을 반복했다.
_167~168쪽 〈꼭 케이크를 먹어요〉

내 직업을 어렵게 생각하는 건 비단 낯선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몇몇 친구와 가족도 이 일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아무리 말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유독 가슴이 아팠던 건, 아빠가 언제 ‘진짜 간호사’로 돌아갈 계획이냐고 물었을 때였다. 지금도 진짜 간호사라고 대꾸하니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환자가 그냥 죽어나가도록 내버려두는 간호사 말고 진짜로 생명을 살리는 간호사 말이다.”
_231쪽 〈혼자 짊어질 수 없는 짐도 있다〉

한때 깊이 사랑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깊이 사랑한 모든 것은 우리의 일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_321쪽 〈깊이 사랑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다양한 종교적 배경이 있는, 삶의 끝자락에 다다른 환자를 여럿 간호하면서 중요한 건 종교가 아니라 그가 살아온 인생이라고 믿게 됐다. 종교가 있든 없든 근사하고 풍요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을 수없이 봤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찾는 일이다. 그게 자신에게 뭘 의미하든 말이다. 나의 경험에 따르면 삶의 끝자락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걸어온 삶을 갈무리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은 사람, 사후 세계에 대한 자기 믿음을 의심하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_408~409쪽 〈나가며〉
 
 
이렇듯 환자들은 죽음 앞에서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해들리는 그들이 기꺼이 나누어준 삶의 지혜와 교훈을 소중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스스로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삶의 끝자락에 선 이들이 죽음을 앞두고 가장 후회하는 일, 가장 그리운 사람, 가장 소중한 것을 반추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영원하지 않은 인생의 항로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후회로 남을 일들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일이라는 삶의 진실을 깨달으면서.
 
 
 
 

출판사 서평

★ 《뉴욕 타임스》 논픽션 베스트셀러 ★ 《월스트리트 저널》 베스트셀러 1위

호스피스 간호사가 찾은 진정한 치유의 순간
사랑과 연대로 생의 마지막을 품으며
스물둘, 이제 막 호스피스 간호사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해들리 블라호스. 어느 날 그녀가 담당하던 환자에게 극심한 호흡곤란이 찾아왔다. 한 번도 다뤄본 적 없는 증상에 당황한 그녀는 의사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만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요.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게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됩니다.”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며 치료가 제일 중요하다고 배운 해들리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여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마음을 읽은 의사 선생님은 그녀에게 이런 조언을 남겼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할머니께선 이미 집에서 편안하게 계시니까요. 선생님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세상이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말이에요.”
호스피스(Hospice), 즉 임종간호는 의학적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가 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에서 받던 치료를 중단하는 대신, 인생의 마지막 나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편안한 보살핌을 받는 활동을 말한다. 호스피스 간호사는 환자와 가족이 모두 이 과정을 잘 헤쳐 나가도록 안내하고 환자가 가능한 한 통증 없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환자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곧 삶을 되찾는 방식이라 여기며, 그들이 마지막 순간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해들리 블라호스는 수년간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며 때론 손을 놓는 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환자들을 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이를 인정하고 나자 환자들과의 관계도 새롭게 쌓아가게 되었다. 과거에는 병실을 돌아다니며 말 한마디 없이 약을 건네주기 바빴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환자들의 곁에 있어주는 것, 위로하며 연대하는 것,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로 자리 잡았다. 그러자 환자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둘 꺼냈다.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 죽음을 앞두고 중요해진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은지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그렇게 나눈 수많은 대화가 해들리에게 쌓여 어느샌가 그녀의 삶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삶도 죽음도 익숙하지 않았던 젊은 간호사,
SNS를 뜨거운 눈물바다로 만들기까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주 평범한 날이었다. 절친한 친구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날. 열다섯 살의 해들리는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고, 이 충격적인 이별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죽음이란 삶의 끝자락에나 찾아오는 것이라 믿었던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졌다. ‘왜 신은 소아성애자나 살인자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내버려두면서 선하디선한 내 친구의 목숨은 이렇게도 빨리 앗아갔을까.’
죽음과 상실에 대한 분노를 가슴 한편에 안고 살아가던 해들리는 대학교 2학년 진학을 앞두고 19세에 미혼모가 된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녀가 혼자 아이를 낳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과 가까운 가족조차 모두 등을 돌렸다. 홀로 출산과 육아를 감당해야 하는 해들리는 학교로 돌아갈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자신과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당장 생계를 이어갈 직업을 구해야 했다.
처음엔 그저 생계 수단으로 선택한 간호 일이었지만 삶과 죽음에 관해 묻고 싶은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은 해들리에게 이 일은 점차 사명처럼 다가왔다. 시간이 흐르며 낯설었던 업무도 점차 익숙해지고 환자들을 대하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 병을 안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던 환자들도 따뜻하고 다정한 해들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깊은 속이야기를 꺼냈고, 간호사로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들로부터 더 큰 위로와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연차가 쌓이고 경험이 많아져도 정든 환자들을 떠나보내는 일만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때마다 해들리는 언젠가 병원에서 들었던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한때 깊이 사랑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깊이 사랑한 모든 것은 우리의 일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며 환자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얻은 삶의 진실과 감동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해들리가 SNS를 통해 처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을 때, 많은 이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해들리와 환자들의 이야기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며 3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오래도록 금기시되어 온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흘러가는 대로 내맡길 것을, 더 깊이 사랑할 것을,
빌어먹을 케이크 따위 그냥 먹어버릴 것을…”

죽음 앞에서 도리어 선명해지는 생의 가치에 관하여


죽음을 앞둔 이들은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단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기 삶을 되돌아보며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교훈을 간절히 나누고 싶어 한다. 식이장애로 삶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던 해들리에게 환자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러닝머신 위에서 인생을 너무 많이 낭비한 것 같다며 살면서 가장 후회로 남은 일에 대해 털어놓는다.
“친구들이 바다에 놀러 가자고 했을 때, 뱃살이 부끄러워서 가지 않았던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칼로리 계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내가 직접 만든 음식만 먹느라 가지 못했던 생일 파티들도요. 심지어 내 생일마저도 친구들을 부르지 않고 그냥 건너뛰었어요. 케이크를 억지로 먹기 싫었거든요. (…) 선생님을 볼 때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해서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었어요. 난 내가 마흔에 죽게 될 줄 몰랐거든요. 항상 아직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 못해서 아쉬워요. 그때 그 빌어먹을 케이크를 그냥 먹어버릴 걸 그랬나 봐요.”(1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