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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 과 비움 /윤동주

희망에 부쳐

희망에 부쳐 
 
                                                                 김현승 
 

희망은 가장 멀리 가는 내 마음의 뱃머리

우리가 더 붙들 수도 없는 그곳에선

까뭇까뭇 꿈을 꾸는

한 점 생명의 씨앗으로

망막한 바다에 떨어진다

 

희망은 가장 깊이 묻힌 내 마음의 순금

분별의 오랜 금언들 깨어져 골짝에 잠들고

사자의 울음을 부르는 수풀들 우거지면

너의 빛은 불 같은 손을 기다리며

한 줄기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이

소리 없이 빈 들에 묻힌다

 

희망은 가장 높이 뜨는 내 마음의 흰 구름

우리가 너를 붙들러 산마루에 오르면

더욱 높은 곳으로 우리를 끄을며

너는 갖가지 꿈들에 형상을 입혀

우리의 눈을 즐거움에 어둡게 만든다

 

희망은 가장 아름다운 내 마음의 떨기꽃

낙엽은 떨어져 뿌리에 돌아가고

그 뿌리들 다시 꽃의 무덤가에 잠들 때에도

너는 내 생명의 줄기 그 가장 가녀린 꽃에서

눈부시게 타오른다 타오른다

 

희망은 가장 멀리 가는 내 마음의 뱃머리
한 점 생명의 씨앗으로
망막한 바다에 떨어진다
희망은 가장 깊이 묻힌 내 마음의 순금
희망은 가장 높이 뜨는 내 마음의 흰 구름
희망은 가장 아름다운 내 마음의 떨기꽃 
 
- 김현승(75년 4.11  62살에 돌아가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