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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 과 비움 /윤동주

나 사는곳/오장환

나 사는곳/오장환

밤늦게 들려오는 기적소리가
산짐승의 울음소리로 들릴제
고향에는가지 않고
거리에 떠도는 몸은 얼마나 외로울 건가

여관방의 심지를 돋우고
생각없이 쉬고 있으면 단칸방 구차한 살림의 벗은
찬술을 들고와 미안한 얼굴로 잔을 권한다.

가벼운 술기운을 누르고
떠돌고 싶은 마음조차 악제하며
조용조용 잔을 나눌 새
어느듯 눈물방울은 옷깃에 구르지 아니하겠는가.

내일은 또 떠나겠는가
벗은 말없이 손을 잡을때

아 내 발길 대일곳은 아무데도 없으나
아 내 장담할 아무런 힘은 없으나
언제나 서로 합하는 젋은 보람에
홀로서는 나의 길은 미더웁고 든든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