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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성 아타나시오 주교의 강론에서)말씀께서 사람이 되셨습니다

성 아타나시오 주교의 강론에서 (Oratio de incarnatio Verbi, 8-9: PG 25,110-111)
말씀께서 사람이 되셨습니다
사도행전에 의한 독서 20,17-36
에페소 교회의 원로들에게 한 바오로의 고별 연설
제1독서
사도행전에 의한 독서-----에페소 교회의 원로들에게 한 바오로의 고별 연설
그 무렵 17 밀레도스에서 바오로는 에페소에 사람을 보내어 그 교회 원로들을 불렀다. 18 원로들이 오자 바오로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내가 아시아에 발을 들여놓은 첫날부터 지금까지 여러분과 함께 어떻게 지내 왔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19 나는 유다인들의 음모로 여러 차례 시련을 겪으면서도 눈물을 머금고 온갖 굴욕을 참아가며 주님을 섬겨 왔습니다. 20 그리고 여러분에게 유익한 것이라면 하나도 빼놓지 않고 공중 앞에서나 여러분의 가정에서 전하며 가르쳤습니다. 21 그리고 유다인에게나 이방인에게나 똑같이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우리 주 예수를 믿어야 한다고 애써 권면하였던 것입니다. 22 이제 나는 성령의 지시를 따라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거기에 가면 나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모릅니다. 23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어느 도시에 들어가든지 투옥과 고통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성령께서 나에게 일러주신다는 사실입니다. 24 그러나 내 사명을 완수하고 하느님의 은총의 복음을 전하라고 주 예수께서 나에게 맡겨주신 임무를 다할 수만 있다면 나는 조금도 목숨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25 나는 이제 분명히 압니다. 여러분은 모두 내 얼굴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여러분과 함께 지내는 동안 하느님 나라를 줄곧 선포하였으니 26 앞으로 여러분 가운데 누가 멸망하게 되더라도 나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해 두는 바입니다. 27 나는 하느님의 모든 계획을 남김없이 여러분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28 여러분은 늘 자신을 살피며 성령께서 맡겨주신 양 떼들을 잘 돌보시오. 성령께서는 여러분을 감독으로 세우셔서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피로 값을 치르고 얻으신 당신의 교회를 보살피게 하셨습니다. 29 내가 떠나가면 사나운 이리 떼가 여러분 가운데 들어와 양 떼를 마구 헤칠 것이며 30 여러분 가운데서도 진리를 그르치는 말을 하며 신도들을 이탈시켜 자기를 따르라고 할 사람들이 생겨날 것은 분명합니다. 31 그러므로 여러분은 언제나 깨어 있으시오. 그리고 내가 삼 년 동안이나 밤낮으로 눈물을 흘리며 각 사람에게 쉬지 않고 훈계하던 것을 잊지 마시오.

32 나는 이제 하느님과 그의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그 말씀은 여러분을 완전한 사람으로 키울 수 있으며 모든 성도들과 함께 유산을 차지하게 할 수 있습니다. 33 나는 누구의 은이나 금이나 옷을 탐낸 일이 없습니다. 34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와 내 일행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나의 이 두 손으로 일해서 장만하였습니다. 35 나는 여러분도 이렇게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또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하신 주 예수의 말씀을 명심하도록 언제나 본을 보여 왔습니다.”

36 바오로는 이 말을 마치고 그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제2독서
(성 아타나시오 주교의 강론에서) 말씀께서 사람이 되셨습니다
비육체적이고 부패할 수 없으며 비물질적인 하느님의 말씀께서 우리가 사는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렇다고 그 전에 멀리 떨어져 계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주의 어느 부분에도 그분이 계시지 않은 곳이 없었고 그분은 성부와 함께 계시면서 만물을 채우고 계셨습니다.

말씀께서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오셨고 우리에게 환히 나타나셨습니다. 우리 인간의 연약함을 불쌍히 여기시고 또 우리의 부패를 보시고는 마음이 움직이시어 죽음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두실 수 없었습니다. 그분은 창조된 것이 멸망하지 않고 성부께서 사람을 지어내실 때 행하신 그 업적이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육신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육신을 친히 취하셨습니다. 말씀께서는 단순히 육체 안에 머무르거나 또는 육신의 모양으로만 발현하시는 것으로 그치기를 원치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 발현만 하시기를 원하셨더라면 인간이 지닌 육신보다 더 고귀한 육신을 취하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우리의 실제 육신을 취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께서는 동정녀 몸에서 육신의 성전을 지어내시어 그 안에서 거처하시고 그 육신을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로 삼으셨습니다. 이처럼 그분은 우리에게서 우리와 똑같은 육신을 취하셨고, 모든 사람이 죽음의 부패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그 육신을 모든 이를 위해 죽음에 내맡기시어 지극한 사랑으로 그것을 성부께 바치셨습니다. 이렇게 하심으로써 한편으로는 당신 안에서 죽으려 하는 모든 사람들의 생활에서 그들을 거슬러 공포된 죽음의 법을 폐기시키셨습니다. 죽음은 주님의 육신을 너무도 강력히 공격했기에 그 힘을 잃어, 같은 육신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를 입힐 기력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부패의 법에 빠진 사람들에게 불멸을 되돌려 주시고 그들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돌이키셨습니다. 그분은 당신이 취하신 육신과 부활의 은혜로 말미암아 흡사 밀짚을 불에 태우듯 그들 안에서 죽음을 소멸시켰습니다.

그러므로 그분은 친히 죽을 수 있는 육신을 취하시고, 그 육신은 모든 이들 위에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에 참여함으로써 죽음이 모든 사람에게서 요구하는 것을 충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육신 안에 거하신 말씀으로 말미암아 부패하지 않으시고 부활의 은총으로 인해 모든 이에게서 부패를 없애 버리셨습니다.

그분은 당신이 취하신 이 육신을 아무 흠도 없는 희생 제물로 죽음에 내 맡기심으로써 그 봉헌의 힘으로 같은 육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죽음을 쫓아 버리셨습니다. 이렇게 하여 만물들 위에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께서는 모든 이들을 위해 당신 육신의 성전을 바치심으로써 죽음에게 빚진 것을 갚으셨습니다. 우리 육신과 동일한 육신을 취하심으로 우리와 일치하신 부패할 수 없는 하느님의 말씀께서는 부활의 약속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불멸을 입을 권리를 주시고 또 실제로 입히셨습니다. 우리와 같은 육신을 가지고 사람들 가운데 거처하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죽음의 부패마저 이제는 사람들에게 아무 힘도 미치지 못합니다.
 
마침기도
기도합시다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천주여, 성 아타나시오 주교를 보내시어 당신 성자의 천주성을 확고히 변론하게 하셨으니, 그의 가르침과 보호를 기꺼이 받고 있는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성장하여 당신을 깊이 깨닫고 더욱 뜨겁게 사랑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