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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욥기 주해’)단순하고 정직하며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욥기 주해’에서 (Lib. 1,2. 36: PL 75,529-530. 543-544)
단순하고 정직하며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
욥기의 시작 1,1-22
욥이 자기 재산을 잃다
제1독서
욥이 자기 재산을 잃다
1 우스라는 곳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욥이었다. 그는 완전하고 진실하며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악한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2 그의 슬하에는 아들 일곱과 딸 셋이 있었다. 3 그에게는 양이 칠천 마리, 낙타가 삼천 마리, 겨릿소가 오백 쌍, 암나귀가 오백 마리나 있었고 종들도 매우 많았다. 그는 동방에서 으뜸가는 사람이었다. 4 그의 아들들은 번갈아 가며 자기 집에서 잔치를 차리고 세 누이도 불러다가 함께 먹고 마셨다. 5 이런 잔치가 한차례 돌아가고 나면 욥은 그들을 불러다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게 하고 아침 일찍이 그들 하나하나의 몫으로 번제를 드렸다. 아들들이 속으로 죄를 짓고 하느님께 욕을 돌렸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므로 그렇게 했던 것이다. 욥이 하는 일은 언제나 이러하였다.

6 하루는 하늘의 영들이 주님 앞에 모여왔다. 사탄이 그들 가운데 끼여 있는 것을 보시고 7 주께서 사탄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디 갔다 오느냐?” 사탄이 대답하였다. “땅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왔습니다.” 8 주께서 사탄에게, “그래, 너는 내 종 욥을 눈여겨보았느냐? 그만큼 온전하고 진실하며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악한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은 땅 위에 다시 없다.” 하고 말씀하시자, 9 사탄이 주님께 아뢰었다. “욥이 어찌 까닭 없이 하느님을 두려워하겠습니까? 10 당신께서 친히 그와 그의 집과 그의 소유를 울타리로 감싸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가 손으로 하는 모든 일을 축복해 주셨고 그의 가축을 땅 위에 번성하게 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11 이제 손을 들어 그의 모든 소유를 쳐보십시오. 그는 반드시 당신께 면전에서 욕을 할 것입니다.” 12 주께서 사탄에게 이르셨다. “좋다! 이제 내가 그의 소유를 모두 네 손에 부친다. 그러나 그의 몸에만은 손을 대지 말아라.” 이에 사탄은 주님 앞에서 물러 나왔다.

13 하루는 욥의 아들과 딸들이 맏형의 집에 모여서 잔치를 벌이고 있었는데, 14 한 심부름꾼이 욥에게 뛰어와서 고하였다. “소는 밭을 갈고 나귀는 그 근처에서 풀을 뜯고 있었는데 15 스바 사람들이 달려들어 모두 약탈해 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일꾼들을 모조리 칼로 쳐죽였는데 저만 가까스로 살아 남아서 이렇게 말씀 드리러 왔습니다.” 16 그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또 한 사람이 와서 고하였다.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양 떼와 일꾼들을 모두 살라 버렸습니다. 저만 가까스로 살아 남아서 이렇게 말씀 드리러 왔습니다.” 17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한 사람이 와서 고하는 것이었다. “갈대아 사람 세 무리가 달려들어 낙타 떼를 모두 약탈해 가고 일꾼들을 칼로 쳐죽였습니다. 저만 가까스로 살아 남아서 이렇게 말씀 드리러 왔습니다.” 18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한 사람이 와서 고하였다. “주인님의 자녀분들이 맏형님의 집에 모여서 먹고 마시는데 19 광야에서 모진 바람이 불어와 그 집 네 모퉁이를 쳐서 무너뜨렸습니다. 젊은이들은 모두 깔려 죽었고 저만 가까스로 살아 남아서 이렇게 말씀 드리러 왔습니다.”

20 그제야 욥은 일어나 겉옷을 찢고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는 땅에 엎드려 21 입을 열었다.
“벌거벗고 세상에 태어난 몸, 알몸으로 돌아가리라.
주께서 주셨던 것, 주께서 도로 가져 가시니
다만 주님의 이름을 찬양할지라.”

22 이렇게 욥은 이 모든 일을 당하여 죄를 짓지 않았고 하느님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시는 전능하시고 어지신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며 우리의 마음을 열어 드립시다.◎ 주여, 당신께 찬미 드리며 의탁하나이다.

우주의 임금이신 전능하신 천주여, 우리 죄인들을 부르시어,
― 당신의 진리를 깨달아 당신을 섬기도록 하셨으니 찬미 드리나이다.◎ 주여, 당신께 찬미 드리며 의탁하나이다.

자비의 문을 우리에게 열어 주시려 하신 천주여,
― 우리로 하여금 생명의 길을 벗어나지 않게 하소서.◎ 주여, 당신께 찬미 드리며 의탁하나이다.

지극히 사랑하시는 당신 성자의 부활을 기념하오니,
― 영적 기쁨으로 이 하루를 지내게 하소서.◎ 주여, 당신께 찬미 드리며 의탁하나이다.

주여, 당신 신자들에게 기도와 찬미의 정신을 심어 주시어,
― 만사에 항상 주님께 감사 드릴 수 있게 하소서.◎ 주여, 당신께 찬미 드리며 의탁하나이다.
제2독서
단순하고 정직하며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
너무 단순해서 정직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정직이라는 덕행에 오르지 못해서 참된 단순성이 지니고 있는 결백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들은 정직이 지시하는 방향을 지킬 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단순성은 결백으로 인도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자기 제자들에게 권고합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선한 일에는 현명하고 악한 것에는 물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형제 여러분, 판단하는 데는 어린아이가 되지 말고 악한 일에는 어린아이가 되십시오.” 진리께서도 다음 말씀으로 당신 제자들에게 권고하십니다. “너희는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단순해야 한다.” 주님은 이 권고 말씀에서 두 가지를 필연적으로 연관시키십니다. 즉 뱀의 슬기가 비둘기의 단순성을 일깨워 주고 비둘기의 단순성이 뱀의 슬기를 억제하도록 하십니다.

성령께서 사람들에게 비둘기의 형상으로뿐만 아니라 불의 형상으로도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신 것은 이 때문입니다. 비둘기로써는 단순성을 표시하고 불로써는 열성을 표시해 주십니다. 성령께서 당신 자신을 비둘기와 불의 형상으로 드러내시는 것은 성령으로 충만한 이들이 단순성과 양순함을 지니게 될 때 악에 대항하는 정직의 열성으로 불타오르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사람은 단순하고 정직하며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악한 일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영원한 나라를 갈망하는 사람은 의심할 여지없이 단순하고 정직한 생활을 해나갑니다. 그는 행동에서 단순하고 신앙에서 정직합니다. 현세의 물질을 사용하는데 있어 단순하고, 마음속에서 진리를 의식하는 데 있어 정직합니다. 자신이 행하는 선행에서 단순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내부에서 나오는 상급보다는 외부로부터 갈채를 받으려고 애씁니다. 집회서는 이 점을 잘 말해 줍니다. “두 길을 가는 죄인은 화를 입으리라.” 죄인이 행동으로는 하느님의 일을 하지만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세상의 것을 갈망할 때 두 길을 가는 셈입니다.

“그는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악한 일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이었다.”라는 앞의 말씀도 옳은 말씀입니다. 뽑힌 이들의 교회인 성교회는 단순성과 정직의 길에 두려움을 지닌 채 들어서지만 사랑 안에서 그 여정을 끝마칩니다. 사람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 때문에 죄를 짓고 싶지 않은 마음을 느끼기 시작할 때 “악에서” 완전히 “떠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아닌 두려움 때문에 선행을 한다면 그는 아직도 악에서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벌받지 않으면 죄를 범할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죄를 범하게 됩니다.

그래서 욥이 하느님을 두려워했다고 할 때 “그는 악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두려움 뒤를 사랑이 따를 때 그의 마음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죄악은 의지의 결정으로 인해 짓밟히게 됩니다.
+ 온갖 선의 근원이신 주님 안에서 기뻐하며 성실한 마음으로 기도합시다.
◎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만물의 주인이신 성부여, 당신의 이름을 도처에 빛내시려고 당신 성자를 세상에 보내셨으니,
― 당신 교회로 하여금 이방인들 가운데서 힘찬 증인이 되게 하소서.◎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우리로 하여금 사도들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며,
― 우리의 생활을 신앙의 진리와 일치시킬 수 있게 하소서.◎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의인들을 사랑하시는 주여,
― 부당하게 고통 받는 이들을 정의로 심판하소서.◎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묶인 이를 풀어 주시고 맹인들에게 빛을 주시며,
― 노인들에게 힘을 주시고 나그네를 보호하소서.◎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주님의 평화 속에 이미 잠든 이들의 소망을 채워 주시고,
― 당신 성자를 통하여 거룩한 부활에 이르게 하소서.◎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사은찬미가
찬미하나이다 우리 천주여 *주님이신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영원하신 아버지를 *온 세상이 삼가 받들어 모시나이다.

모든 천사 하늘들과 그 모든 능한 이들 +케루빔과 세라핌이 *끊임없이 목청을 높이어 노래부르오니,
거룩하셔라 거룩하셔라 *온 누리의 주 천주 거룩도 하시어라.

엄위로운 당신의 영광 *하늘과 땅에 가득도 하시어라.
영광에 빛나는 사도들의 대열 *그 보람 뛰어나신 선지자의 대열,

눈부시게 무리진 순교자들이 *아버지를 높이 기려 받드나이다.
땅에서는 어디서나 거룩한 교회가 *그 엄위 한량없는 아버지를,

뫼셔야 할 친아드님 당신 외아드님을 *아울러 위로자 성령을 찬미하나이다.
영광의 임금이신 그리스도여 *당신은 아버지의 영원하신 아드님,

인간을 구하시려 몸소 인간이 되시고자 *동정녀의 품안을 꺼리지 않으셨나이다.
죽음의 가시를 쳐버리시고 *믿는 이들에게 천국을 열어 주셨나이다.

지금은 천주의 오른편 아버지의 영광 안에 계시어도 *심판하러 오시리라 우리는 믿나이다.
보배로운 피로써 구속받은 당신 종들 *우리를 구하시기 비옵나니,

우리도 성인들과 한몫에 끼어 *영원토록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 주여 당신 백성을 구원하시고 *당신의 기업을 강복하소서.

그 백성 당신이 다스리시고 *영원까지 그들을 이끌어 주소서.
나날이 주님을 기리는 우리 *세세 대대 당신 이름 기리오리다.

비오니 주여 우리를 지키시어 *이날에 죄 없도록 하여 주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당신 자비를 우리에게 내리시어 *당신께 바란 대로 되게 하소서.
주여 우리 당신께 바랐사오니 *영원토록 부끄럼이 없으리이다.
마침기도
기도합시다
주여, 비오니, 주께서 섭리하신 대로 이 세상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시고, 또한 성교회로 하여금 평온한 가운데 주를 섬기며 즐기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기도합시다
주여, 오늘 우리가 주님의 부활 신비를 경축하였사오니, 겸손되이 비는 우리 목소리를 귀여겨들으시어, 거칠 것 없는 당신의 평화 속에 쉬게 하시고 내일도 당신께 찬미 드릴 수 있도록 기쁜 마음으로 잠 깨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