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나무처럼 싱싱하게..>
3월 4일 사순 제3주간 금요일
(마르 12,28-34)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회개의 시기 사순절도 어느덧 반환점을 돌아서고 있습니다.
‘회개’의 어원을 살펴보면 대체로 ‘가던 길을 돌아서다’
‘방향을 바꾸다’
‘원점으로 돌아가다’
‘거슬러 올라가다’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언젠가 강줄기를 따라
계속해서 위로 위로 거슬러 올라가본 적이 있습니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하류에서 보던 강의 정취와 사뭇 달랐습니다.
올라갈수록 강폭을 좁아지지만,
물의 맑기가 하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깨끗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인적이 드문 상류의 풍광은 산과 강,
하늘이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었습니다.
가장 상류에 도착했을 때는 마치 무릉도원에라도 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조금도 손상 받지 않은 태초의 모습,
천연 그대로의 모습이 거기 그려져 있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향해 거슬러 올라갈 때도 마찬가지겠습니다.
잠시 나를 내려놓고, 세상의 소란함을 뒤로하고
하느님을 향해 계속 올라가면
그 끝에는 순수 자체이신 하느님,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
연민과 측은지심으로만 가득 차신 하느님,
지고지선하신 하느님이 우리를 반겨주시겠지요.
참된 회개란 하느님의 본 모습을 뵙고 너무 행복한 나머지
기쁜 마음으로 그분께로 발길을 돌리는 것입니다.
참된 회개란 하느님 그분이 어떤 분이란 것을 잘 알았기에
더 이상 슬퍼하지도 낙담하지도 않고,
좌절하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백배용기를 내어 그분께로 힘차게 나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호세아 예언서에서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분의 실체에 대해서 명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이스라엘의 이슬이 되어 주시는 분,
그래서 날마다 새벽마다 그 이슬을 머금은 이스라엘이
나리꽃처럼 활짝 피어나게 해주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우리 각자를 향한 그분의 역할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가 당신 안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시는 분,
우리의 씨앗에서 싹들이 힘차게 돋아나게 지지해주시는 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올리브나무처럼
싱싱하게 아름답게 가꿔주시는 분,
우리 삶을 향기롭게 만들어주시는 분,
그분이 바로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우리의 하느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한 가지 과제를 안겨주시는군요.
이토록 우리를 각별히 사랑해주시고
특별히 생각해주시는 하느님께
작은 목소리로나마 응답하는 일,
비록 작고 미약한 우리 사랑이지만,
그분의 크신 사랑에 우리 작은 사랑을 합치는 일,
조금 더 나아가서 우리의 마음, 목숨, 정신, 힘을 다해
그분을 사랑하는 일,
결국 우리의 삶 전체를 통해,
생활 전체를 통해 그분께 영광을 드리는 일이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