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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스크랩] 보물 중의 보물, 주님의 기도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보물 중의 보물, 주님의 기도> 2월 16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 (마태 6,7-15)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언젠가 한 피정 집에서의 겪은 일입니다. 경당 정면에는 조금은 특별한 십자가가 걸려있었는데 십자가의 이름이 부활 예수님 상이었습니다. 저희 살레시오회 공동체를 다녀보면 이 십자가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맞긴 한데, 고통 속에 신음하시는 수난 십자가가 아니라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예수님 상입니다. 그 예수님은 미사 때 사제들이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처럼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그렇게 십자가에 매달려 계셨습니다. 그 부활 예수님상은 마치 세상의 모든 가난하고 고통 받는 백성들, 상처입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은 다 나에게로 오라고 말씀하시는 듯 했습니다. 저는 부활 예수님상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그분을 따라 양팔을 활짝 벌렸습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주님의 기도가 제 입술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저는 평소 습관처럼 아무 생각없이 신속하게 한번 두 번 세 번 주님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리고 한 번 더 바쳤는데, 이번에는 아주 천천히 주님의 기도 기도문 한 글자 한 글자를 음미해가면서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깜짝 놀랄 일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주님의 기도가 아주 훌륭한 묵상기도로 바뀌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하루에도 수차례씩 습관적으로 달달 외고 말던 주님의 기도가 이토록 아름답고도 완벽한 묵상기도가 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 크신 하느님을 나같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감히 아버지라고 부르다니 얼마나 송구스러운지,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혈육으로 맺어진 지상의 아버지도 계시지만 천상에도 저리 든든하고 완벽한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 바라오니 오늘 하루 동안 제가 아버지의 이름에 누가 되는 일을 하지 않게 하여주십시오. 부디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다른 어떤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아버지 나라 건설을 위한 선구자가 되게 하여주십시오. 오늘 내가 몸담고 있는 바로 이 자리에 사랑과 나눔으로 충만한 아버지의 나라를 완성하게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 건설할 아버지의 나라는 어느 다른 하늘 아래가 아니라 바로 내가 소속된 이 공동체,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아버지, 돌아보니 참으로 송구합니다. 그간 줄기차게 내 의지만 관철시키려고 기를 썼지 아버지의 뜻은 염두에도 없었습니다. 내 성공, 내 의지, 내 계획도 중요하지만 아버지의 뜻을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아버지의 품을 떠나서, 아버지의 손길을 벗어나서 산다는 것, 세속적이고 인간적이고 육적으로만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를 이제야 조금 깨닫습니다. 아버지, 오늘 하루 제게 필요한 양식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것은 영혼의 양식입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자비하신 아버지, 돌아보니 머리칼보다 많은 죄 속에 살아왔습니다. 진심으로 아버지께 용서를 청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용서를 청하기에 앞서 제게 잘못한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겠습니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버지,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유혹거리들이 저희를 끌어당기는지 모릅니다.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지고 마는 저희입니다. 그 모든 유혹에 당당히 맞서는 가장 좋은 길은 제가 지속적으로 아버지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천천히 바쳐보니 주님의 기도, 얼마나 좋은 묵상기도였는지 모릅니다. 여러분께서도 저를 한번 따라 주님의 기도가 얼마나 훌륭한 묵상기도인지 한번 맛보시기 바랍니다. 어디든 좋습니다. 아무도 없는 성당 안이든 사람들로 빼곡한 전철 안이든, 깊은 산속 바위 위에서든 사무실이나 거실에서든 다 좋습니다. 편안하게 자리를 잡으십시오. 그리고 크게 양팔을 벌려보십시오. 주변 분위기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마음의 팔’을 벌리십시오. 죄와 상처로 힘겨워하는 세상을 내가 위로하는 마음으로, 삼라만상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기운을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마음으로 크게 팔을 벌리십시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주님의 기도 한 구절 한 구절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맛보듯 음미하면서 달콤하고도 행복한 주님의 기도 세계로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기도는 정말이지 풍요롭고 가치가 있습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보화가 담겨 있을 뿐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삶의 지침이 거기 다 들어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들어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이웃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간단명료한 지침들도 들어있습니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는 ‘완덕의 길’에서 주님의 기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책보다도 훌륭한 주님의 기도를 정성스런 마음으로 겸손한 자세로 묵상한다면 다른 책이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 이제부터라도 좀 잘 바쳐봐야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세 살배기 어린이가 부르듯이 신뢰심과 친밀함을 담아 주님의 이름을 불러야겠습니다. 오늘 비록 우리가 보잘 것 없고 부족하지만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빛나는 예수님의 얼굴로 변화되기를 희망하며 주님의 기도를 바쳐야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출처 : 가톨릭 영성의 향기 cafe
글쓴이 : andre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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