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곧 표징입니다!>
2월 17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
(루카 11,29-32)
“이 세대는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인류 역사 안에 계속 펼쳐지는
하느님 아버지의 적극적인 현존의 표징을
대체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인간 세상 안에서 거룩한 성령의 능동적인 활동의 표징은
또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느님을 찾고 그분을 절대자 주님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정말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곰곰이 묵상해보니 그 해답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 세상 안에서 ‘작은 예수님’,
‘제2의 예수 그리스도’로 살아가는 동료 인간들을 통해
표징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확실한 표징을 발견하기 위해
굳이 저 멀리 남녘땅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좀 더 정확한 표징을 확인하기 위해
굳이 목돈 들여 지구 반대편까지 가는
비행기 표를 끊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눈이 조금만 밝아지고 맑아진다면
아옹다옹,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네 인간 세상 안에서도
충분히 뚜렷한 표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매일 혹독한 고통 가운데서도 용기와 희망을 읽지 않고
환한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분명히 이 세상에 현존하고 계신다는 표징입니다.
복음 때문에, 예수님 때문에
매일 같이 갖은 박해와 모진 고생을 겪으면서도
의연하게 그 길을 걸어가는 백색 순교자들의 존재야말로
성령께서 능동적으로 활동하고 계신다는 표징입니다.
땡전 한 푼 나오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을 위해 기쁘게 헌신하는 사람들은
존재 자체로 하느님께서 이 세상 안에 생생히 살아계심을
온 몸으로 증거하고 있습니다.
그 옛날 예수님 시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시대 많은 사람들 역시 뭔가 특별한 표징,
뭔가 대단한 기적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들을 향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나를 한번 바라보십시오.
끝도 없이 반복되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환히 웃고 지내는 내 삶이 곧 표징입니다.
우리 공동체를 바라보십시오.
부족한 죄인들의 집합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의지하고 신뢰하며
희망하는 우리 공동체야말로 기적입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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