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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스크랩] 복음 때문에..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복음 때문에..> 2월 15일 사순 제1주간 월요일 (마태 25,31-46)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요즘 들어 우리네 삶이 왜 이다지도 팍팍한지 모르겠습니다.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그저 내 한 몸 챙기기도 벅찹니다. 내 식솔들 챙기기에 바쁩니다. 벌어져서는 안 될 참혹한 사건사고가 바로 내 눈앞에서 벌어지지만 그저 내 길을 갈 뿐입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도 아주 가끔씩 특별한 분들을 만납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것을 잘 알면서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웃들을 위해 지극정성으로 따뜻한 밥 한 끼를 지어 올립니다. 놀라운 것은 밥 짓는 태도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밥을 짓는 분위기입니다. 어떤 분들은 두렵고 떨리는 일임에도 매주 높디높은 담 너머 갇혀 사는 분들을 만나러 가십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오해도 상당합니다. 좀 더 쌩고생 해봐야 될 사람들인데 뭐가 좋다고 기를 쓰고 거길 가냐고... 재미있는 것은 이 봉사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큰 봉사가 아닌데도 은근 중독성이 있습니다. 10년 20년 30년째 육중한 철문을 내 집 드나들듯이 다니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언젠가 교정사목에 종사하시는 신부님을 뵈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 얼굴을 본 순간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오른쪽 눈이 많이 부어올랐습니다. 시쳇말로 눈탱이 밤탱이가 된 것입니다. 끝끝내 말씀이 없으셔서 알아봤더니 사연이 그랬습니다. 큰 집에서 출소한 형제가 찾아와 거금을 요구하면서 계속 땡깡을 부리길래, 좋을 말로 좀 타일렀더니... 아니 글쎄 미처 방어할 틈도 주지 않고 다짜고짜 강력한 펀치가 날아왔답니다. 얼굴이 그 모양인데도 신부님께서는 조금도 개의치 않으시고 또 다른 큰 집 미사를 드리러 가시더군요. 길거리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시다가 조폭들로부터 살해위협까지 당하면서도 용감하게 계속 그 일을 해나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쉼터란 쉼터는 다 전전하던 청소년들, 잔뜩 화장한 얼굴로 담배 삐딱하게 꼬나물고 껌 짝짝 씹던 청소년들, 입만 열면 쌍욕이던 청소년들 다루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그저 낮이나 밤이나 그들 가운데 서 계십니다. 그분들이 그렇게 살아가시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이 우리 시대 소외되고 취약 계층, 상처입고 방황하는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복음 때문입니다. 그분들은 예수님의 권고대로 굶주리고 목마른 이들 안에 현존하고 계시는 하느님을 만난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갇혀있고 묶여있는 사람들을 또 다른 예수님으로 여기고 섬기는 분들입니다. 오늘도 이 세상의 가장 변두리에 살아가는 이웃들을 위해 묵묵히 밥을 짓는 분들, 언젠가 도래할 하느님 나라에서 예수님 오른 편에 앉을 분들입니다. 그 어디도 받아주지 않는 가난한 행려환자들을 정성껏 치료하는 분들, 예수님으로부터 크게 칭찬 받을 분들입니다. 고통 받는 환우들, 상처 입은 청소년들과 끝없이 눈높이를 맞추는 사랑의 봉사자들, 언젠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상패를 받으실 분들입니다. 나도 가난하고 힘들고 불편하지만 나보다 더 가난하고 힘들고 불편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펼치시는 분들, 세상 창조 때부터 준비된 나라를 차지할 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출처 : 가톨릭 영성의 향기 cafe
글쓴이 : andre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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