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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스크랩] 평생 웬수 앞에서..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평생 웬수 앞에서..> 2월 20일 사순 제1주간 토요일 (마태 5,43-48)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원수란 말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요즘은 ‘웬수’, ‘평생 웬수’란 말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원수란 한 마디로 적(敵)을 의미합니다. 내게 치명적인 손해를 끼쳐 사무치는 원한을 맺히게 한 사람입니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생각해보니 이런 사람들도 원수에 포함시킬 수 있겠습니다. 내게 깊은 상처를 준 사람, 견딜 수 없는 수모를 준 사람, 그래서 대면하기 껄끄러운 사람, 같은 식탁에 앉아 밥 먹기 싫은 사람, 자다가도 얼굴을 떠올리면 심장이 벌렁벌렁 뛰게 만드는 그 사람, 내 인생에 매운 고춧가루를 뿌린 사람, 틈만 나면 내 인생길을 가로 막는 사람... 결국 원수는 멀리 있지 않고 아주 가까이 살아가는 존재들이군요. 원수는 어느 다른 하늘 아래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 내 가정 안에, 내 직장 안에, 내 공동체 안에,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가운데 버젓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비하신 주님께서 바로 그 ‘원수’를 사랑하라고 강조하십니다. 그 원수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상종하기 싫은 사람이라고 안면몰수하지 말고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라고 권고하십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만 사랑하지 말고 꼴 보기 싫은 그 인간도 사랑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예수님의 당부말씀을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해도 해도 너무한 요구를 하고 계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이건 뭐 속도 밸도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말씀 아닌가요? 그저 바보 멍청이처럼 살아가라는 말씀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정말이지 인간의 힘,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주님께서 요구하고 계십니다. 인간의 한계, 인간의 무력함, 인간의 부족함에 도달해보니 조금 길이 열리는군요. 결국 인간의 끝에서 주님께서 시작하십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러한 기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주님,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도저히 더 이상은 안 되겠습니다. 제 힘으로는 안 되겠습니다.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제 힘으로는 저 웬수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저 인간을 위해 기도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당신께서 활동하실 순간입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저 웬수를 사랑합니다. 주님 때문에 저 웬수를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의 마음으로 저 웬수에게 먼저 다가가서 인사합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한없이 부족한 우리를 당신의 완전성에로 초대하십니다. 더 큰 너그러움과 더 큰 관대함, 더 큰 사랑으로 무장해 유한한 인성을 넘어 무한한 신성으로 건너오라고 초대합니다. 나 홀로는 너무나 나약하고 부족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과 함께라면, 주님의 이름으로 행한다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주님 앞에는 불가능한 일이 없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출처 : 가톨릭 영성의 향기 cafe
글쓴이 : andre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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