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부터 오는 권한, 인간으로부터 오는 권한>
12월 14일 대림 제3주간 월요일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마태 21,23-27)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인간으로부터 오는 권한이 있습니다.
곰곰이 돌아보니 참으로 덧없고 유한한 권한입니다.
물론 어떤 분들에게는 평생토록 한 마음으로 갈망한 목표였던
무슨 무슨 의원, 그럴듯한 직함들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길어봐야 고작 5~6년입니다.
열흘 붉은 꽃이 드물듯이 10년 권세도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것도 중간에 뭔가 일이 꼬이고 삐거덕거리기 시작하면
길어봐야 고작 1~2년입니다.
아쉽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그 권한이
썰물처럼 순식간에 빠져나갑니다.
그에 비해 위로부터 오는 권한,
다시 말해서 주님께서 주시는 권한이자 영적 권한은
유통기한이 상당히 깁니다.
아니 영원합니다.
왜냐하면 위로부터 오는 권한은 군림과 통치의 권한이 아니라
사랑과 봉사의 권한, 헌신과 희생의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티끌만한 것이라 할지라도
세속적인 권한이 주어졌을 때,
그 권한을 받은 사람은 재빨리 아래로부터,
즉 인간으로부터 오는 권한을 위로부터 오는 권한과
접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게 기쁘고 편안하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아래로부터의 권한이든 위로부터의 권한이든
나를 드러내고 나를 드높이고 내 사사로운 유익만을 추구하는데
사용하라고 권한이 부여된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보다는 겸손하게 나를 낮추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섬기고 봉사하라고 권한이 주어진 것입니다.
새로 선출된 저희 살레시오회 총장 신부님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정말이지 특별한 분위기를 느낍니다.
그 무거운 직책, 정말이지 부담스런 권한인 총장직일 텐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즐기는 분위기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출발점부터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총장직 수행 첫날부터 결코 ‘내가 누군데!’하지 않으십니다.
늘 진한 부성애를 풍기며 먼저 다가서십니다.
어색하고 딱딱한 분위기를 못견뎌하십니다.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털어놓으십니다.
전 세계 수많은 살레시오 회원들 챙기시느라
골치 아픈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늘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시선으로 툴툴 털고 일어서십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이
주님으로부터 오는 영적 권한임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계시기에,
그래서 당신은 주님의 작은 도구에 불과함을 고백하니
아무리 무거운 직책, 부담스러운 권한이라 할지라도
가볍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오늘 내게 주어진 권한이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그 권한을 또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고민해봅니다.
우선 주님께서 부여하신 그 권한을 어깨에 메고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야겠습니다.
그 권한을 통해 이웃들을 더 하나로 일치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