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날, 주님의 날>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
(루카 21,25-28. 34-36)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다.”
기도에 아주 열심인 한 평신도의 고백은
수도자인 저를 얼마나 부끄럽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대림절을 맞아
늘 깨어 기도하며 지내고 싶다는 염원을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잠자는 시간도 아깝습니다.
잠든 시간에도 기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또 다른 자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전부입니다.
사랑은 모든 문제의 답입니다.
우리 삶 그 자체가 사랑이어야 합니다.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성인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하십시오.
이것이 전부입니다."
매일 주님의 날을 준비했던
아타나시오 성인은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성인들에게 하루하루는 축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들 전 생애는 축제의 나날이었습니다."
오늘은 교회 전례력으로 첫날인 대림 제1주일입니다.
이제 교회는 성탄이란 전례력의 한 정점을 향한
한 달간 여행길을 시작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기치 않았던 순간,
섬광처럼 다가올 주님의 날을 잘 준비하라고 당부하고 계십니다.
매일 매일을 열심히 살아 주님의 날이 언제 오든지
당황하지 말고, 놀라지도 않고,
의연하게 그 날을 맞이하라고 신신당부하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주님의 날은
절대로 두려워할 날이 아닙니다.
공포에 질려 부들부들 떨 날도 아닙니다.
주님 은총 안에 달릴 곳을 힘차게 달린 사람으로서
주님의 날은 기쁨의 날입니다.
그날은
주님께서 수여하실 영광의 월계관을 받아쓸 날입니다.
그날은 영원한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로 들어서는
가슴 설레는 날입니다.
그날은 너무 기쁜 나머지
춤을 추면서 행복해야 할 축복의 날입니다.
첫 축제에 참석하는 새내기 대학생처럼,
수학여행을 떠나는 여고생들처럼,
그렇게 기쁘고 행복한 표정으로 맞이해야 할 축제 날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순환하는 자연에서 많은 교훈을 얻게 됩니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세찬 바람이 불어오니, 나무들은 미련 없이
오랫동안 함께 몸 붙여 살았던 잎사귀들과 작별인사를 합니다.
지난 가을,
붉게 물든 단풍 낙엽을 하나 주웠습니다.
한 여름에 보았던 파란 빛깔의 이파리도 볼 만했지만,
빨갛게 스스로를 탈바꿈한 낙엽은 더 볼 만했습니다.
일출도 아름답지만 황혼은
또 다른 정취와 멋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마지막 날, 우리가 맞이할 주님의 날,
우리 노년도 그렇게 고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추하지 않고 적당히 품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최후, 담담한 죽음, 장엄한 마지막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겠지요.
철저한 준비는 필수입니다.
하루하루를 허송세월하지 말고
불꽃처럼 살아가야겠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신 하느님 뜻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리라 확신합니다.
언젠가 다가올 우리의 마지막 날,
더 노력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이웃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않도록,
더 기쁘게 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도록,
오늘 우리 자신의 삶을 늘 돌아봐야겠습니다.
하느님 나라 역시
아무에게나 그저 주어지는 것이 절대 아닐 것입니다.
나약한 우리 인간들은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하느님 본성에 긴밀히 참여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우리들은 인내하고 또 인내해야
하느님 영광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영혼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또 다시 맞이한 은총의 시기 대림절,
휘황찬란한 성탄장식이나 상업주의에 정신이 쏠리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길 바랍니다.
진지하게 우리의 지난 삶을 한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그간 잔뜩 쌓아온 잡동사니들 가운데
정리정돈해야 할 것들은 어떤 것인지 챙겨보도록 합시다.
어떻게 해서든 그분을 맞아들일 공간을 확보하도록
버리고 또 버리는
'비움의 대림절'이 되길 바랍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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