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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스크랩] 계절의 순환 앞에서..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계절의 순환 앞에서..> 11월 27일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루카 21,29-33)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느덧 계절이 돌고 돌아 겨울 앞에 서있습니다. 아직까지 용케 버텨내고 있는 저 단풍마저 바람에 떨어져 내리고 나면 다시 한 번 계절의 순환이 마무리되겠지요. 춥고 을씨년스런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조금씩 적응해 나가다보면 어느새 한해의 마지막 날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 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차가운 땅에, 쓸쓸한 가슴에 묻고 돌아설 때 마다 드는 느낌입니다. 이 세상 것 무엇 하나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물건들도, 죽고 못 살던 인연들도, 목숨처럼 중요시 여겼던 일도, 직책도, 사랑도, 젊음도 다 사라져간다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끝도 없이 순환을 거듭하는 자연, 부침을 거듭하는 인간사야말로 인생의 참된 깨우침을 주는 큰 스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러한 진리를 명확히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변화무쌍한 이 세상에 보다 하느님의 말씀에 더 큰 가치와 우위성을 두고 살아갈 것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루카 21,33) 우리네 인생도 계절의 순환과 조금도 다를 바 없습니다. 부드러운 연초록 떡잎 같던 유년기의 추억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어엿한 청년입니다. 젊은 혈기 하나 믿고 정신없이 살아가다보면 어느덧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합니다. 세월 참 빠르구나, 하고 멈춰서보면 어느새 인생 막장입니다. 그리고는 그만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자연의 순리에 따라 흙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아무리 거부하려고 발버둥 쳐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바턴을 넘겨주고 조용히 떠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인생이요, 어쩔 수 없는 보통사람들 삶의 공식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이 인생의 끝이 허망하기 그지없습니다. 기대할 것 하나 없습니다. 그저 쓸쓸하고 황량한,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할 괴로움만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확연하게 다른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말씀을 매일 먹고 살기에 더 큰 기대, 더 큰 희망, 더 큰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엮어갑니다. 물론 각자가 감당해야할 육체적 고통이 있겠지만 예수님께서 주시는 매일의 말씀을 통해 영적으로 더욱 성장하고 더욱 성숙할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아버지께서 주실 크나큰 상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에, 말씀을 통해 그분께서 주시는 위로는 너무나 달콤한 것이기에 끝으로 나아갈수록 더욱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출처 : 가톨릭 영성의 향기 cafe
글쓴이 : andre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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