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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스크랩] 한해의 끝자락에서..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한해의 끝자락에서..> 11월 28일 연중 제34주간 토요일 (루카 21,34-36) “벗어날 수 있도록 깨어 있어라.” 저희 한국 살레시오회 출신 몽골 선교사인 이호열 시몬 신부님께서 며칠 전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주관한 개발원조의 날 기념행사 때 영예로운 해외봉사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올 여름 잠시 몽골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신부님은 마치 몽골 아이들의 자상한 친 아버지 같았습니다. 신부님의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몽골 아이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몽골 아이들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런 신부님이기에 아이들은 하루 온 종일 신부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역사상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합니다. 그런데 경제적인 원조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원조가 인적 자원의 원조입니다. 하루하루 생사마저 보장되지 않는 위험한 분쟁 지역에서,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혹독한 가난과 그로 인한 고통뿐인 세상의 끝에서 자신의 삶 전체를 바쳐 헌신하고 있는 수상자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정말이지 큰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대표로 두 분의 소감을 듣게 되었습니다. 말씀 한 말씀 한 말씀이 무뎌질 데로 무뎌진 제 마음을 크게 건드렸습니다.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 인생을 좀 더 보람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고민하던 끝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큰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지만 여기 오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이 오지의 전쟁터로 보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람을 세우는 일이 세상을 세우는 일이며 사람을 구하는 일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생애도 그곳 형제들을 세우고 구하는 일에 전념하겠습니다. 해외봉사 시작할 때 내가 뭔가 그들에게 준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큰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은 그들이 제 큰 사랑과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들 사이에서 다정한 친구가 되어 그들 사이에서 머물고 싶습니다.” 교회 전례력으로 우리는 한해의 끝자락에 서있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은총의 선물인 ‘새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할 때입니다. 세상의 끝으로 나아가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젊음을 바치고 있는 분들과 견주어 보니 그저 내 발밑만을 바라보며 나만을 위해 허덕이며 살아온 지난 삶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마지막 날에 저희에게 건네시는 주님의 메시지도 오늘따라 가슴을 치게 만듭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루카 21,34) 바오로 사도는 이런 예수님의 말씀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서 설명합니다. “밤이 물러가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 그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그리고 욕망을 채우려고 육신을 돌보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 (로마 13,12-13) 우리가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은 순간에 마치 섬광처럼 다가오실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몸과 마음으로 준비해야겠습니다. 지나온 한 해 동안의 내 삶을 진지하게 한번 성찰해봐야겠습니다. 진흙탕처럼 흐려진 영혼의 상태를 진정시켜야겠습니다. 아직도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이나 사건이 있다면 하느님의 크신 자비에 맡겨드려야겠습니다. 좀 더 영적이고 좀 더 단정하고 품위 있는 하루를 살아가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좀 더 자주 성체 앞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출처 : 가톨릭 영성의 향기 cafe
글쓴이 : andre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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