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작은 길>
10월 1일 연중 제26주간 목요일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선교의 수호자) 대축일
(마태 18,1-5)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성덕으로 올라가는 길,
다시 말해서 성인이 되기 위해서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우선 드는 생각이 하느님과 교회를 위한 괄목할만한 업적,
세상과 인류를 위한 두드러진 기여,
그를 위해 어느 정도의 경험과 연륜, 세상 사람들의 평가...
그러나 이런 우리의 보편적인 시각,
어느 정도 ‘고리타분한’ 생각을 단칼에 깨트려버린
작지만 위대한 성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입니다.
그녀의 짧은 삶이
마치 산속 깊은 곳 외딴 곳에 홀로 피어난
한 송이 작은 꽃 같다고 해서
‘소화(小花) 데레사라고도 불립니다.
언뜻 보기에 그녀의 생애는
성인이 되기에 많이 부족해보였습니다.
1873년에 태어나셨다가 1897년에 돌아가셨으니
불과 24년간의 짧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성덕을 쌓기에 충분한 시간과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그 나이의 다른 젊은이들 바라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24살의 나이에 덕을 쌓았으면 얼마나 쌓았겠는가?
그것도 봉쇄수녀원 안에서, 그마저도 지병인 결핵으로 골골하면서...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웬걸,
데레사는 자신의 온 생애를 통해
나이와 연륜이 성덕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었습니다.
젊은 나이에도 제대로 마음만 먹으면, 죽기 살기로 추구한다면
성화의 길이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데레사의 생애를 묵상하면서
슬슬 나이를 먹어가는 제 모습, 성덕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는
제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짧디 짧은 수도생활의 연륜,
그것도 높고 깊은 담 속에서의 봉헌생활,
거기다 병약한 몸...
도무지 대단한 뭔가를 해낼 조건이 아닌
데레사의 짧은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는
그녀를 그 어떤 성인보다 크게 칭송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빛나는 성덕은 온 세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녀는 교회로부터 선교의 수호자 성인으로 정했습니다.
이토록 특별한 데레사의 비결이 대체 무엇일까요?
대체로 그녀의 삶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극한 겸손, 복음적 단순함, 하느님을 향한 깊은 신앙,
이 세 가지 요소는 결국 사랑으로 통합되었습니다.
그녀는 하느님을 마치 사랑하는 연인 대하듯 대했습니다.
그녀가 하느님과 주고받은 대화
곧 기도는 마치도 너무 사랑해서 죽고 못하는
연인들끼리 주고받은 연서(戀書)같았습니다.
그녀는 하느님 앞에 언제나 한 송이 작은 숨은 꽃이길 원했습니다.
그녀 성덕의 길을 빛나는 작은 길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있어 보이려고, 드러내 보이려고,
과시하고 부풀려 보이려고 기를 쓰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데레사는
어떻게 하면 하느님과 이웃들 앞에 작아지려고 애를 썼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무도 보지 않은 구석으로 숨어보려고
있는 힘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빛나는 작음의 오솔길을 꾸준히 선택했던 데레사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따뜻한 사랑의 품에 꼭 안아주셨습니다.
숨은 것도 다 아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그녀 특유의 빛나는 작은 길을
온 세상 사람들 앞에 낱낱이 드러내셨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