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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스크랩] 자기 해방의 여정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자기 해방의 여정> 10월 11일 연중 제28주일 (마르 10,17-30) “그 사람은 재산이 많았기 때문에 근심하며 떠나갔다” 재산이 많았던 부자 청년, 결국 그 재산 때문에 예수님 추종에 실패했던 부자 청년에 대한 복음을 묵상하면서 두가지 영상이 계속 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슬픈 얼굴로 예수님 곁을 떠나가는 부자 청년, 그는 결국 자신의 어깨에 잔뜩 걸치고 있던 부와 명예, 안정된 생활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해 쓸쓸히 예수님을 떠나갑니다. 부자 청년 마음에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동경, 보다 경건하고 영적인 생활을 위한 적극적 의지로 가득 찼지만, 최종적으로 재산에 대한 집착을 끊지 못하고 다시금 현실로 돌아간 것입니다. 부자 청년 모습에 이어 가난과 결혼했던 '가난의 성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성인 중 성인입니다. 가장 예수님을 닮은 성인이기에 '제2의 그리스도'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아닌 분들도 이분의 사상과 영성을 추구합니다. 서구에서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대라면 서슴없이 프란치스코를 첫 번째로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프란치스코가 살았던 중세 교회 모습은 부끄러운 구석이 많았습니다. 귀감이 돼야 할 지도자들은 제 몫 챙기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고위급 인사들이 갖은 이권에 개입해 막대한 부를 축척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위풍당당한 대성전들과 수준 높은 예술작품 등으로 외관상 교회는 활짝 꽃피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심할 지경이었습니다. 회칠한 무덤 같았던 그곳에서 예수님 자취는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 암울했던 시절, 프란치스코는 예수님과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가장 자유로운 모습, 가장 가난한 모습, 가장 겸손한 모습,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뚱이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역설적이게도 무너져가던 교회를 구하려는 해결사로 등장했던 프란치스코가 지녔던 것은 '완벽한 가난'이었습니다. 허물어지던 교회 기둥들은 가난과 해탈의 영성으로 무장했던 프란치스코에 의해 다시 세워졌습니다. 프란치스코 전기를 읽고 묵상할 때마다 길게 여운을 남기는 단어는 '자기 포기', '자기 해방'과 같은 단어입니다. 프란치스코의 삶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자기 해방의 여정'입니다. 청년 프란치스코는 보다 적극적인 예수님 추종을 위해 집을 나섭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머리 둘 곳조차 없었던 예수님 가난을 자신의 삶에 완벽하게 재현하고 싶었기에 인간세상의 모든 달콤한 것들과도 과감하게 결별합니다. 그러나 가족 반대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출가한 프란치스코에 대한 실망도 더욱 컸습니다. 집요한 부친의 집착을 떨쳐버리려고 프란치스코는 눈물을 머금고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합니다. 영화 '프란치스코'를 보신 분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대성전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옷을 훌훌 벗습니다. 완전히 알몸이 될 때까지. 그리고 그 옷을 아버지에게 건넵니다. 하느님 앞에, 사람들 앞에 완전히 알몸으로 섭니다.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정녕 머리 둘 곳조차 없는 또 다른 예수님 모습으로 교회를 나섭니다. 모든 애착으로부터 훌훌 털고나온 프란치스코였기에, 보다 홀가분해진 프란치스코였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예수님을 추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죽음의 길을 걸어가던 교회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프란치스코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보다 큰 자유를 얻으려고, 보다 큰 가치관을 선택하려고 지니고 있던 값진 것들을 창밖으로 내던지던 프란치스코 모습이 제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곧 우리의 연약함이며 매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거룩한 십자가를 지는 일입니다." "모든 것을 버린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닌 것 때문에 하늘나라를 잃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돈을 발견하게 되면 '헛되고 헛되며 세상만사 헛되니' 우리는 발로 밟는 먼지와 같이 그 돈을 거들떠보지도 맙시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출처 : 가톨릭 영성의 향기 cafe
글쓴이 : andre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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