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가 행해야할 기적>
4월 25일 부활 제3주간 토요일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마르 16,15-20)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예수님께서 활발하게 복음 선포 사업에 매진하시던 공생활 시절,
그리고 예수님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본받아 목숨까지 바쳐가며 말씀을 선포하던
초대교회 시대 당시 한 가지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깜짝 놀랄 표징들, 기적들이
예수님과 제자들을 통해 일어났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마귀를 쫒아낸다든지,
죽어가던 병자들을 치유시킨다든지,
독을 마셔도 쌩쌩하다든지 하는 일이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전혀 배운 적이 없는 외국어를 술술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외국어와 관련된 기적에서 참 부러웠습니다.
수십 년간 죽도록 공부해왔지만 아직도 걸음마 수준인데,
전혀 배우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술술 딴 나라 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행하시는 기적과 표징의 강도가
그만큼 강렬하다는 반증이겠지요.
사도행전 28장 3절에 보면
바오로 사도가 탄 배가 난파되어 사경을 헤매다가
겨우 한 섬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 섬은 이탈리아 반도 아래에 위치한 몰타라는 섬이었습니다.
비가 내리는데다 날씨까지 추워 불을 피우게 되었는데
바오로 사도는 땔감 한 다발을 모아 불속에 넣자,
독사 한 마리가 열기 때문에 튀어나와 바오로의 손에 달라붙습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저 사람은 이제 끝장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바오로 사도는 태연한 표정으로 독사를 손에서 떼어내어
타는 불속으로 떨어트렸습니다.
사람들은 바오로 사도의 몸이 곧 부어오르거나
쓰러져 죽으려니 하고 계속해서 그의 안색을 살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예는 초대교회 시절 부지기수였습니다.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공생활 기간, 초대교회 시대는
‘기적의 시대’ ‘표징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예수님과 사도들은 기적을 일으키며
하느님의 권능을 만방에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기적의 원동력, 출발점은 어디일까요?
정답은 명확합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그 아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절대적인 믿음입니다.
믿음 없는 표징, 확신 없는 기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면 불가능한 것이 사라진다.
우리 인간은 약하지만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니
강건하다는 강한 믿음과 확신이 그 숱한 표징과 기적,
치유의 원동력이 된 것입니다.
기적의 시대는 지나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꼭 단정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 신자들에게
선물로 주시는 표징과 기적은
모든 시대를 통해서 이어져왔습니다.
다만 믿음이 형편없이 약해진 시대,
우리의 시선이 너무나 탁해져서 그러한 기적과 표징들을
발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나약한 믿음, 완고한 불신으로 인해
우리 곁을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기적과 표징들을 놓
치고 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시대
우리는 사랑의 기적을 펼쳐가야 할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내 작은 선행, 내 작은 헌신,
내 작은 봉헌과 나눔을 통한 사랑의 기적은
다른 어떤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오늘 이 자리에서 행해야 할 기적입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