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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 과 비움 /독서

김기화의 《나의 왼발 네 번째 발가락》아파트 부부 싸움


아파트 부부 싸움


아파트에 살면
싸우기 쉽지 않다.
고성은 높은 담도 넘는데 이웃집에서
부부 싸움이라도 하면 문밖으로 새 나온 소리가
계단을 타고 메아리처럼 울린다.

그러니 나도
남편과 의견 충돌로 언성이 높아지면 밖으로
새어 나갈까 조심스럽다. 그래서 옳고
그름을 떠나 내가 먼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곤 했다.


- 김기화의 《나의 왼발 네 번째 발가락》 중에서 -


* 부부 싸움 없는 부부는 없습니다.

부부 싸움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것이
'높아지는 목소리'입니다. 거리가 있는 주택일 때는
그나마 상관없지만 벽 하나, 복도를 함께 쓰는
아파트에서 언성을 높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웃을 보기가 민망해집니다. 부부 싸움도
습관입니다. 목소리가 높아지려 할 때
한 쪽에서라도 '조용히! 이제 그만!'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나와 가족을 거쳐 타인의 소소한 삶의 모습과 자연환경, 동물에 이르는 이야기들을 모아 《나의 왼발 네 번째 발가락》이란 이름을 붙여 세상에 내놓습니다. 조금 달라도 모두 자기 자리 빛내는 〈나의 왼발 네 번째 발가락〉 같은 생명 있는 모든 것에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기화

안양문인협회, 안양수필, 글향동인회 회원.
저서 : 《그설미》(2016), 《눈부신 당신의 시간을 헤아리며》(2021), 《나의 왼발 네 번째 발가락》(2022)
  • 책머리에

    1. 나의 왼발 네 번째 발가락
    잠/ 넘어지다/ 나의 왼발, 네 번째 발가락/ 불면(不眠)의 밤에/ 복순도가 시음기/ 할머니/ 그의 지금/ 애체/ 숨 고르는 시간
    사진/ 정말 닮았네

    2. 소소한 그러나 확실한
    온기 우편함/ 배우다/ 소소한 그러나 확실한/ 작은 집/ 할머니의 쌈짓돈/ 품위를 쉽게 버리는 법/ 팬에서 편으로/ 텔레비전/ 그이 맛이 워떤감?/ 고양이/ 딸기/ 몽이/ 비둘기

    3. 어쩌다 여행
    지난겨울/ 반딧불을 찾아서/ 어쩌다 여행 1/ 어쩌다 여행 2/ 향나무/ 건달산/ 칠보산과 황금 수탉/ 시간의 부자/ 섬 너머 섬, 넘자 섬/ 문(門), 문(問)/ 그냥

    4.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키 작은 코스모스/ 도서관이 좋다/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아무나/ 네/ 모자/ 그래도 가족입니다, 그래서 가족입니다/ 서점에서 만난 귀여운 할머니/ 인연/ 선택/ 더 이상 애를 안 낳게 해주세요
손자가 언제부터인가 모로 누워 자기 시작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얼굴을 감싸듯 하고 두 다리를 포개고 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엄마 배 속에 있는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잠〉 중에서

지금도 두 꼬마의 또랑또랑한 눈망울이 떠오른다. 현재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내 또래 누군가의 손자와 손녀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할머니〉 중에서

너른들 끝에 서 있던 고개 지키는 수문장인 늙은 느티나무가 내게 품을 내주기도 했고 고개를 들어보면 파란 하늘이 옥색 상보처럼 두 팔을 벌렸다. 햇살은 그루터기만 남은 논배미에 내려앉았다가 어느새 그림자를 길게 늘여주기도 했다.
-〈숨 고르는 시간〉 중에서

그 뒤로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를 두어 번 더 들었다. 그 공중전화부스를 지날 때마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게 전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늘나라 공중전화가 생긴다면 나는 누구에게 전화하고 싶을까.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중에서

내가 보낸 책을 받은 사람도 독서를 좋아하거나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다 읽고 냄비 받침으로 사용해도 괜찮다. 읽어만 준다면 마구 굴려도 상관없다. 좀벌레가 생기고 누렇게 변색하여서까지 한 번도 읽지 않은 새 책으로 남는 것보다 나아서다.
-〈도서관이 좋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