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부 싸움 아파트에 살면
싸우기 쉽지 않다. 고성은 높은 담도 넘는데 이웃집에서 부부 싸움이라도 하면 문밖으로 새 나온 소리가 계단을 타고 메아리처럼 울린다. 그러니 나도 남편과 의견 충돌로 언성이 높아지면 밖으로 새어 나갈까 조심스럽다. 그래서 옳고 그름을 떠나 내가 먼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곤 했다. - 김기화의 《나의 왼발 네 번째 발가락》 중에서 - * 부부 싸움 없는 부부는 없습니다. 부부 싸움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것이 '높아지는 목소리'입니다. 거리가 있는 주택일 때는 그나마 상관없지만 벽 하나, 복도를 함께 쓰는 아파트에서 언성을 높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웃을 보기가 민망해집니다. 부부 싸움도 습관입니다. 목소리가 높아지려 할 때 한 쪽에서라도 '조용히! 이제 그만!'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
나와 가족을 거쳐 타인의 소소한 삶의 모습과 자연환경, 동물에 이르는 이야기들을 모아 《나의 왼발 네 번째 발가락》이란 이름을 붙여 세상에 내놓습니다. 조금 달라도 모두 자기 자리 빛내는 〈나의 왼발 네 번째 발가락〉 같은 생명 있는 모든 것에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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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언제부터인가 모로 누워 자기 시작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얼굴을 감싸듯 하고 두 다리를 포개고 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엄마 배 속에 있는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잠〉 중에서 지금도 두 꼬마의 또랑또랑한 눈망울이 떠오른다. 현재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내 또래 누군가의 손자와 손녀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할머니〉 중에서 너른들 끝에 서 있던 고개 지키는 수문장인 늙은 느티나무가 내게 품을 내주기도 했고 고개를 들어보면 파란 하늘이 옥색 상보처럼 두 팔을 벌렸다. 햇살은 그루터기만 남은 논배미에 내려앉았다가 어느새 그림자를 길게 늘여주기도 했다. -〈숨 고르는 시간〉 중에서 그 뒤로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를 두어 번 더 들었다. 그 공중전화부스를 지날 때마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게 전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늘나라 공중전화가 생긴다면 나는 누구에게 전화하고 싶을까.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중에서 내가 보낸 책을 받은 사람도 독서를 좋아하거나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다 읽고 냄비 받침으로 사용해도 괜찮다. 읽어만 준다면 마구 굴려도 상관없다. 좀벌레가 생기고 누렇게 변색하여서까지 한 번도 읽지 않은 새 책으로 남는 것보다 나아서다. -〈도서관이 좋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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