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칼바람
이 산골은
영하 20도의 한천이다. 칼바람에 맞서 하늘을 몰아쉬어 하얀 입김으로 가슴을 턴다. 여위어가는 움막 캠프 난로에 장작을 지피고, 살아 있음을 고맙게 여기며, 뜨거운 방 아랫목에 누워 눈 속에 뒹구는 호사를 상상한다. 이해가 끝나는 혹한의 모색 속에 홀연히 나와 마주한 석양... 겨울은 이제 그냥 쓸쓸한 퇴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 박상설의 《박상설의 자연 수업》 중에서 - * 산골의 칼바람. 훅! 코끝에서 가슴으로 파고들어 숨이 막힙니다. 영하 20도, 혹한의 추위가 안겨주는 정적의 순간입니다. 숨마저 멈춘 영겁의 고요한 순간, 쌓인 눈밭을 뒹굴면 오히려 몸의 따뜻한 기운이 살아납니다. 추우면서 따스하고, 가슴은 따스한데 코끝은 칼바람에 얼어붙는 그 쓸쓸한 이중성, 차가운 겨울이 안겨주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
한국 아웃도어 세계의 대가, 박상설이 남긴 단 한 권의 책 자연과 더불어 궁극의 자유를 꿈꾸는 이들을 향한 숲속 인문학 강좌
“늙어가는 데는 별난 기술이 필요하다 나는 오늘도 숲으로 출근했다 글쓰기로 퇴근한다 나의 글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자연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오지 탐험가이자 캠핑 선구자인 박상설의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토네이도, 2014)가 《박상설의 자연 수업》(나무와달, 2023)으로 새롭게 복간되었다. 생전에 남긴 단 한 권의 저서가 절판되어 아쉬움이 크던 차, 2021년 겨울 93년간의 지구별 여정을 마무리하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박상설 옹을 추모하는 시간 속에 복간 작업이 이루어졌다. 《박상설의 자연 수업》은 저자가 손수 검수한 초판본 구성을 훼손하지 않되, 저자가 직접 쓴 글과 촬영한 사진만으로 판면을 재구성해 저자의 고유한 세계가 심플하게 드러나도록 집중했으며, 설산 트레킹을 즐겼던 만년의 삶을 기념해 화이트 에디션으로 단장했다.
박상설은 익히 알려졌듯 자연주의, 심플라이프로 대표되는 아웃도어 세계의 대가다. 아울러 몸으로 뒹굴고 체험한 세계를 오랫동안 곱씹어 사유하고 기록하는 일에도 독하리만치 바지런했다. 십수 년 동안 《아시아엔(THEAsiaN)》 등의 저널에 자연주의 칼럼을 기고했으며, 오대산 주말레저농원 캠프나비에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숲속 인문학 강좌를 열정적으로 펼쳤다. 그런 그가 단 한 권의 저서만 남긴 이유는 무언가를 새로 짓고 만드는 일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경계하는 실천 인문학자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2014년 86세 나이에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출간했을 때, 삶 자체가 오지 탐험의 궤적이라 할 정도로 드라마틱하거니와 생사의 기로에서 자연에 대한 회심을 고백하는 단호하면서도 진정 어린 글에 수많은 독자가 환대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조선일보와 신동아를 비롯해 주요 일간지에 전면 인터뷰 기사가 실렸고, KBS 등의 방송국에서 아흔 살 노인의 백패킹 현장을 밀착 취재해 다큐로 방영했으며,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서 등산학교 및 숲속 인문학 강좌가 빗발쳤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 사람들의 무수한 요청을 기꺼이 소화하며 눈을 감는 날까지 캠프나비를 찾는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박상설, 그의 저서에 ‘자연 수업’이라는 이름을 붙인 새롭게 붙인 이유다. 박상설은 《월든》을 쓰기 위해 숲속 오두막에 은둔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는 결이 다르다. 그는 도시와 시골을, 문명과 자연을 동시에 누리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편을 고민한 이 시대 유일한 자연주의 실천가다. 아울러 말과 글로 가르치려 들기보다 직접 행동하여 보이고 실천하여 증명하는 일에 필사적이었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모든 말과 글이 오늘 우리에게 귀감으로 남았다. 참 스승의 교육은 이렇게 스스로를 증명한다. 십수 년 전부터 캠핑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주말농장 및 세컨하우스 등이 주요 여가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어느 때보다 박상설의 통찰이 긴요해졌다. “산에 나를 버렸더니 산이 나를 살렸다” “숲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운다” “텐트 안은 인생과 철학을 품은 우주다” 등의 단발마는 책상머리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야지에 뒹굴고 야산을 오르내리며 몸소 체득한 우주적 깨우침이다. 위기의 지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나침반이요 망원경이다. |
저자(글) 박상설(1928. 1. 27~2021. 12. 23)
한국을 대표하는 오지 탐험가이자 캠핑 선구자로 평생 자연과 벗하며 살았다. 기계기술사, 심리치료사,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고 1966년에 건설기계 기술사 자격을, 1987년에 심리상담사 자격을 취득했다. 50년 동안 주말농장을 운영했고 2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으며 1987년 발병 이후 모든 끼니를 스스로 해결하며 살았다. 야생 체험, 서바이벌 활동, 인생 설계, 카운슬링, 자기 경영, 열린 인성, 주말 영농, 오토캠핑, 여가 문화, 결혼 경제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을 펼치며 당대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즐겼다. 아울러 93세로 운명하는 날까지 주말레저농원 캠프나비(Camp Nabe)를 운영했으며 《아시아엔(THEAsiaN)》에 자연주의 칼럼을 기고했다. 오지 탐험과 캠핑의 세계로 뛰어들어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놀랍게도 반신불수의 몸이 되고 나서였다. 건설교통부를 거쳐 건설업체 임원으로 활동하던 중 1987년(60세)에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한국에서는 병명을 찾지 못하다가 3년 후 미국으로 건너가서야 ‘뇌간동맥경색’ 판정을 받았다. 수술은 불가능했다. 매일 아스피린 한 알을 먹고 끊임없이 운동하는 것만이 유일한 처방이었다. 그때 기존 삶의 방식을 모두 내려놓고 불편한 몸으로 오지를 떠돌겠다고 결심했다. 텐트 하나 걸머지고 알래스카, 고비사막, 타르사막, 인도와 네팔의 자연 속으로 뛰어들었다. 죽자고 뛰어든 곳에서 살아났고, 눕지 않고 걷기를 계속한 것이 기적을 가져왔다. 이 고통스러운 여정에서 그는 자연을 다시 만났고 체험했으며 비로소 신앙하게 되었다. 이때의 체험을 기록한 글이 2001년 동아일보 투병문학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오대산 북쪽에 주말레저농원 캠프나비를 열고 ‘열린 인성 캠프’를 운영하면서 상처 입은 사람들이 자기 안의 자연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에 여생을 바쳤다. “마지막 스승은 나를 산에 버리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던 날에 지구별 여정을 마무리하고 그토록 원하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걷고 등산하고 캠핑하면서 인간 DNA 안에 각인된 자연 회귀 본능을 따를 때 궁극적으로 행복해진다는 그의 메시지를 기억하는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생전에 남긴 단 한 권의 저서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토네이도)가 10년 만에 《박상설의 자연 수업》(나무와달)으로 새롭게 복간되었다. [KBS 사람과 사람들 : 박상설 편] https://youtu.be/jUIGM4JmUtQ?si=LMtRErFtO6NtHqtm |
개정판을 펴내며 | 김지혜 캠프나비의 영원한 전설, 박상설 선생님을 그리며 | 엘크 [초판 추천사] 자연인 박상설이 권하는 인생의 도전과 지혜와 기쁨 | 이장무 자연 그 자체인 한국의 에머슨 | 이상기 장중하고도 상쾌한 도전의 삶을 맨몸으로 보여주다 | 정현홍 우리 모두 들어야 할 90세 청년 이야기 | 나공주 [초판 서문] 모두가 바라는 행복,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 | 박상설 [1강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 벼랑 끝에 나를 세워라 | 기쁨과 행복은 집안에 머물지 않는다 | 가족에게 자연을 선물하라 | 나만의 시간 | 국토 순례는 수계 탐험부터 | 길 위의 집 | 자연이라는 일터에서 벤처 인생을 가꿔라 | 외로운 들녘은 노숙을 허락한다 | 나만의 설국을 찾아서 | 길 없는 들판에 서면 모든 게 길이 되고 | 변화에 대하여 | 자연에는 경계가 없다 | 오토캠핑에 대한 한 생각 | 러시아의 힘, 주말농장 다차 | 홋카이도를 즐기는 몇 가지 방법 [2강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메마른 방에 찾아온 봄 | 고택에 부는 여백의 바람 | 가을엔 들판으로 나가 별을 세자 | 맑고 가난한 길 따라 | 서울대 때려치우라던 한 자유인의 외침 | 피아니스트, 자연에 살다 | 의사, 마라토너, 자유인에 대한 한 단상 | 구순 앞둔 할아버지와 서른 살 손자의 필담 |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는 자연이 크게 키운다 | 25년간 집 짓는 가족 | 우리는 화전민이다, 장발장이다 [3강 생각이 깊어지는 삶이 행복하다] 꿈꾸는 자는 실험한다 | 삶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 세계로 지구로 출근하라 | 씨 속의 사과는 자연만이 안다 | 극지에서 다시 태어나라 | 숲에서 보낸 하루는 훌쩍 자란다 | 생명 있는 것은 모두 저마다의 자리가 있다 | 사유하는 마라토너 |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 가정은 살림이 아니라 경영이다 | 아이들에겐 자연이 학교다 |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 문화 취향이 사회 계급을 결정짓는다 | 한국인의 의식 구조, 이대로 좋은가 | 캠핑은 문화다 | 구순 가까운 늙은이가 글을 쓰는 까닭 | 적막한 밤에는 영원을 생각하라 | 인생을 가꾸는 가장 아름다운 길 [4강 홀로 숲을 이루는 나무는 없다] 왜 혼자 사냐면 웃지요 | 밭 갈고 때때로 책 읽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 봄의 전령들 | 늙은 캠퍼를 위한 음악 | 불꽃처럼 살다 간 여인을 추억하며 | 나만의 문화를 설계하라 | 과거의 문화로부터 자유로워져라 | 가장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 삶을 바꾸고 싶다면 노는 방법을 바꿔라 | 자연의 신비 속으로 | 깐돌이 나라 | 국민 행복 프로젝트를 제안함 | 나의 유언장 |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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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사람들은 못 사는 것과 잘 사는 것에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다고 믿는다. 그 선이란 것이 재화(財貨)다. 재화는 중요하다. 하지만 재화는 마음대로 좌지우지 못 한다. 잘 산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인생의 명제이기 때문에 나는 삶의 틈새마다 ‘자연 풍의 놀이’를 슬쩍 끼워 넣어 노는 듯 일하고 일하는 듯 논다. 아흔이 가까운 나이지만 하고 싶은 것 여한 없이 다 하며 공고히 살아내고 있다. 내게는 자연이 직장이다. 죽는 날까지 자연으로 출근하고 걷다가 쓰러질 것이다. 늘 숲을 동경하며 그렇게 하나 될 것이다. (p. 29)
● 시집 한 권 들고 숲에 들자. 주중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야영하고 농사짓고 산에 가고 여행하자. 이것이 자연을 모태로 삼은 레저 문화다. 감성과 호기심을 유발하고 땀 흘려 일하고 땅에 뒹굴어 건강을 다지며 마음을 넉넉히 하는 평화로운 삶이다. 깊은 숲에서 보들레르의 시편에 몸을 떨며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앤솔로지의 기쁨, 무엇으로 이 감동을 사랴! (pp. 29-30) ● 삶은 숲에 순응하는 싸움인가? 숲과 계곡은 홀로 제 스스로 있다. 침묵의 공포가 가득한 그곳에서 그들은 끝끝내 나를 모르는 체한다. 숲은 세상의 의미를 낚아 올리는 소리로 수런거린다. 인간들의 돈벌이, 성공학이 씁쓸해지는 순간이다. 만드는 문화가 아닌 기르는 문화, 숲이 키우는 문화를 보라.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그 문화는 어디에 사는가? (pp. 53-54) ● 나는 주말과 휴일에는 어김없이 도시를 탈출한다. 산에 오르고 자연에 캠프를 펼치는 재미로 산다. 그렇다고 아예 귀농해 산촌 노인으로 살려는 것은 아니다. 도시와 농촌의 삶을 오가는 문화, IT를 넘어 엔트로피의 우주적 삶으로 달려가는 재미를 버릴 수 없는 까닭이다. (p. 59) ● 주말레저농원을 운영하면 놀라운 생활 혁명이 일어난다. 외식이 줄어들고 도시형 취미가 자연형 취미로 바뀌며 신변잡기가 의미 있는 문화로 변한다. 길들여졌던 상업 문화를 혐오하게 되고 텔레비전을 멀리하며 가족을 떼어놓고 혼자만 재미 보던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술 문화가 바로잡히고 중요하지 않은 약속을 잡지 않으며 일신상의 쾌락을 기피한다. 국내외 여행을 오토캠핑으로 해내고 손에는 늘 지도와 나침반이 들리게 된다. 민박이나 펜션은 쳐다보지도 않고 집안 살림을 온 가족이 도우며 가족 구성원이 독립적 생산자로 자립해나가며 남을 도와주는 등, 여간해선 바뀌지 않던 습관이 놀랍게 변해간다. 더 놀라운 변화는 책을 가까이하게 되고 생각을 글로 남기며, 자연의 변화를 살피는 취미에 심취해 야생화를 사진에 담아가며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잔소리 없는 자연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치유다. (p. 64) ● 일에 매몰되어 쫓기다 보면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고 되는대로 살게 마련이다. 지각없는 유흥 문화에 휩싸이면 무엇이 잘못돼 가는지도 모른 채 점점 헤어날 수 없게 된다. 도인(道人)이 되자는 게 아니다. 인생의 하부 구조를 벗어나 의연하고 넓으며 합리적인 인성을 몸에 지녀 자연에서 마음껏 놀자는 뜻이다. 이제 작심하고 자연과 생태계와 아웃도어 문화와 작은 농사일에 주력하며 꿈의 지도를 그려보자. 땀 흘리는 노동으로 자신을 낮춰 세상을 허허롭게 지내보자. (p. 65) ● 캠핑을 즐겨 하는 내게 사람들은 묻는다. “왜 일부러 고생하며 텐트에서 사십니까?” “죽기 전에 죽음의 경지를 만들어 이겨내는 사람만이 진정한 자유를 얻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이다. 잡다한 주변을 정리하고, 나태해지기 쉬운 집을 버리고, 몹시 불편하고 작은 공간에서 사유와 고독을 즐기며 일부러 고생을 사서 하는 것, 나는 이것이 진정 죽음을 받아들이는 길이라 생각한다. 살아 있되 안락만을 찾는 노년의 삶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p. 99) ● 내 나이 아흔이 되어도 할 일이 있다. 자연이 있는 한 그곳이 일터이고 오락장이다. 아흔이 돼도 세상 살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다. 나에게 세상이란 길 위에 있고, 걷기에 있고, 씨 뿌리고 밭 가꾸며 야생화 보듬고 생명 수업 하는 데 있다. 이런 현요(眩耀)한 이완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모든 것을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해낸다. 흐르는 강물처럼 한순간도 쉬지 않고 자연과 공생하는 존재 방식을 개발하며 개선하는 일을 유일한 낙으로 삼는다. 상식을 깨부수고 다양한 자유를 엮어내는 모던한 문화 구현을 꿈꾼다. 늙어가는 데는 별난 기술이 필요하다. 노인은 박물관이 아니다. 세상은 노인에게 덕담을 구하지만 늘 갇힌 말만 쏟아내는 진부한 덕담은 공해다. 후학들은 번뜩이는 지성과 파워풀한 행동으로 길이 되어주는 멘토를 바란다. 그러니 깨져야 한다. 옛날만 답습하면 고인 물이 된다. 미래를 향해 활짝 열린 새로운 생활공간을 만들어내는 ‘벤처 인생’을 경영해야 한다. ‘즐거운 우리 집(Home Sweet Home)’은 즐기는 기분으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때 가능하다. (pp. 82-83) ● 내게는 억척스러운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어떤 경우라도 매주 등산, 캠핑, 여행을 한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살림을 한다. 전철, 버스를 타도 좀처럼 앉지 않는다. 나에게 정년은 없다. 나는 주말 영농 생활을 할 뿐만 아니라 자연 중심의 레저 활동을 통한 ‘행동하는 열린 인성’ 계몽에 힘쓴다. 한 가지 일만이 아니라 몇 가지 일을 동시에 만들어 해낸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살아 있는 이유이며 기쁨이다. (pp. 99-100) ● 전국 캠핑장은 피난민 수용소를 방불케 한다. 자연을 찾아 여유롭게 여백을 즐기는 야외 생활은 아예 기대할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고가의 캠핑 장비 경연장으로 둔갑했다. 고성방가로 지새우며 먹자판을 벌이는 일이 당연시되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늘 권한다. 농민을 찾아가 비닐하우스를 빌리든 캠핑 사이트를 빌리든 조용한 캠핑을 즐기라고. 이렇게 해야 자녀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되고 때로는 텃밭을 임대해 씨를 뿌릴 수도 있으니, 이것이 곧 훌륭한 주말레저농원이라 할 것이다. (pp. 107-108) ● 산다는 것은 발끝에 달렸다. 걷고 뛰고 발이 닳아 문드러져야 세상이 보인다. 호기와 탐험으로 쏘다니며 출근을 지구로 자연으로 하라. 모든 사연과 사람을 넘어서 들풀과 흙과 연결되라. (p. 236) ● 생활의 인문학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모닥불가에서 피워 올린 자아에 대한 꿈이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는 감수성 잔치를 여는 일이다. 우리가 인지할 수 없는 미지의 실제와 부딪히는 것이 인생이라면, 이때 일상과 다른 근원적 사유로 자기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인문학의 역할이다. 인문학은 새로운 체험을 통한 시각과 새로운 진술 체계로 존재를 실험하는 학문 분야다. 나는 실생활에서 건져 올린 질문과 반란을 근거로 문화결정론적이 아닌 문화자유론적 의지로 글을 쓴다. 세계의 구조를 나름대로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창작한다. 인문학 입히기는 글쓰기가 전제다. 인간이란 존재는 언어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을 쓰는 일은 스스로를 증명하는 일이다. (p. 286) ● 쌀과 돈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맑고 소박한 행동과 마음의 풍요가 있어야 한다. 사회 통합을 이루는 소통의 길은 자연을 매개로 한 주말 레저 생활만이 해법이다. 초원의 캠핑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성과 정서를 풍부하게 길러주어 화기애애한 이웃이 되게 하고 사회를 밝게 만들어 사회악을 줄이는 효자다. 모든 답은 초원의 자연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의 순화에 달려 있다. (p. 360) |
출판사 서평박상설의 자연 수업 1 : 자연은 치유다, 자유다
아프고 병들면 찾는 곳이 꼭 병원만은 아니다.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자연의 품으로 찾아드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런 결행을 시도한 이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죽기 위해 세계 오지를 떠돌았던 박상설이 산 증인이다. 수술도 받을 수 없는 뇌졸중 환자였던 그가 자연에 자신의 몸을 내버리러 떠난 뒤, 치유되었고 살아남았다. 자연은 치유의 원천이다. 아프고 병든 현실로부터 치유받고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자연과 동행해야 한다. 우리 안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 자연 중심의 삶은 우리 몸을 살릴 뿐만 아니라 열린 마음과 풍부한 감성을 키워준다. 이것이 진정한 치유, 자유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박상설은 역설한다. 박상설의 자연 수업 2 : 자연에서 체득한 서바이벌 정신으로 인생을 설계하라 그는 도시의 일상과 자연의 공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 노동자가 바쁜 시간을 쪼개 틈틈이 목가적 영농과 레저 놀이를 병행하는 생활을 할 때 인생이 소박해지고 중심이 잡힌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등산, 캠핑, 주말 영농 등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즐겨 하면 DNA 속 잠들어 있는 생존 본능이 깨어나고 공동체 의식이 싹튼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자신의 삶을 직접 변화시킬 힘을 얻게 된다. 인생에서 진정한 성공을 이루려면 자신의 가치관을 점검하고 인생의 목표를 설정한 뒤 궁극적으로 행동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습관을 수정하면 운명이 변화하고 성공하는 인생을 살게 된다. 이런 변혁의 근본적인 힘은 ‘안온한 집’에만 머물러서는 불가능하다. 여기서 집 바깥이란 모든 야외(레저) 활동을 포함한 자연을 의미한다. 자연에서 체득한 서바이벌 정신으로 인생을 새로 설계하라는 것이 박상설의 권고다. 박상설의 자연 수업 3 : 생각이 깊어지는 삶이 행복하다 우리가 자연을 찾는 궁극의 이유 중 하나는 몸을 굴려 생각이 깊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생각이 깊어져 사색의 품격을 가지려면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 속도를 중시하고 경쟁이 극심한 사회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은 자연에서만 탄생하기 때문이다. 캠핑지에서 삼겹살 굽는 삶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책 한 권 들고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 인간이 자연과의 접속을 잃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스스로 땀 흘려 깊어지면 그의 인생도 점점 원숙해지며, 자신의 내면이 자연과 유랑하면서 궁극의 자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박상설의 통찰이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총 4강으로 이루어져 있다. 1강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저자의 드라마틱한 인생 여정과 함께 다양한 레저 활동 및 여행에 대한 인문적 단상을 담았다. 2강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서는 저자가 오지 탐험 중에 만난 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독일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엘리트 일가가 한국의 숲속에서 25년째 손수 집 짓는 이야기, 부모가 내버렸지만 자연이 키워주는 고3 입시생 이야기, 1970~80년대까지 산속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던 하층민 이야기까지 자연에 깃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스토리가 정감 있게 펼쳐진다. 3강 〈생각이 깊어지는 삶이 행복하다〉에서는 자연과 사람, 사회와 미래를 바라보는 저자의 융숭한 철학적 단상을 묶었다. 4강 〈홀로 숲을 이루는 나무는 없다〉에서는 이런 모든 경험을 한데 모아 총체적 삶의 변혁을 꿈꾸며 우리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저자의 인생&문화 특강을 담았다. 엔트로피, 아비투스 등 현대 과학이론과 문화이론의 핵심 개념을 실제 삶의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살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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