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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 과 비움 /독서

홍시야의 《나무 마음 나무》 너무 슬픈 일과 너무 기쁜 일

너무 슬픈 일과 너무 기쁜 일


평화로울 땐 불안도 오겠구나.
괴로워도 또 행복이 오겠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너무 슬픈
일과 너무 기쁜 일의 경계가 많이 사라졌다.

세상은, 자연은, 내 마음은, 지금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생동하는
큰 흐름 안에서 모든 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면
그저 경건해진다.


- 홍시야의 《나무 마음 나무》 중에서 -


* 슬픈 일과 기쁜 일,
경계가 없습니다.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처럼 바람처럼 흐릅니다. 슬픔이 기쁨으로
흘렀다가 기쁨이 슬픔으로 또다시 바뀝니다.

그러니 너무 슬퍼할 것도 너무 기뻐할 것도
없습니다. 어느 하나에 집착함이 없이
비우고 살다 보면, 그리 기쁠 것도
그리 슬플 것도 없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인간과 비인간 존재를 잇는 제주의 화가
홍시야의 나무 그림과 에세이
『나무 마음 나무』는 작가가 100일 동안 진행했던 그림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제주의 아름다운 삼나무 숲으로 손꼽히는 비자림로는 제주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이자 ‘제1회 아름다운 도로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지방도이다. 그러나 교통량 증가 등을 이유로 확장 공사가 단행됨에 따라 수많은 나무들이 벌목되고 희귀 동식물들의 생태계도 훼손되었다.

“베어진 나무들에서는 비명 소리가 나는 듯했다. … 제주 곳곳이 난개발로 인해 점점 아름다움을 잃어 간다. 제주 섬에서 아름다운 자연이 사라지면 이곳에 무엇이 남을까?”
〈백일기도〉 중에서

저자는 제주의 자연을 사랑하는 화가로서 무참히 베어나가는 나무를 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100일 동안 100장의 그림을 그렸다. “누군가는 나무를 베고 있지만 누군가는 나무를 심고 있음”을 나무와 인간 들에게 마음 깊이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페이지 번호가 없다. 대신 나무 001부터 나무 100까지 나무 번호를 달아둔 100그루의 나무와 함께 인간-비인간 존재의 공존을 꿈꾸는 에세이가 담겨 있다. 100그루의 나무는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생명의 역동성을 표현한다. 그림을 통해 하루 한 그루씩 심어진 나무는 어느새 숲을 이루었고, 작가의 시선은 비자림로를 넘어 제주 그리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온 생명들로 향한다. 모두가 마음속에 나무 한 그루 품기를 바라며 그리고 쓴 책이다.

목차

  • 지구 별
    같이 살자 우리
    백일기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집
    지구에서 가장 큰 나무
    나만의 방식으로
    나무 그림을 그리는 이유
    통로
    우붓에서 만난 전환점
    나의 제주
    들숨 날숨
    영감을 준 제주의 장소들
    공존
    나무를 믿어요
    지금 여기 있어
    로드킬
    우주 담요(for 치치)
    소리로 그린 그림
    고요와 소리
    동쪽 숲의 마술사
    평화의 노래
    100그루의 나무
 

책 속으로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들이 나를 반기고 안아 주는 기분이란, 내가 누군가에게 정말로 큰 사랑을 받는 느낌이었다. 모든 창조물들이 나를 지지해 주는 듯한 그 감각은 나의 언어로는 표현이 어렵다.
〈지구에서 가장 큰 나무〉 중에서

숲에서 길게 호흡하면 온몸이 이완되면서 마치 다른 공간이나 세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또 어떤 날은 숲에 있는 모든 나무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나와 너의 경계가 사라지는 황홀한 시간이다. 이렇게 다른 존재들을 깊이 바라보는 일은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나무 그림을 그리는 이유〉 중에서


제주에서의 삶은 내게 큰 힘과 용기를 주었다. 하지만 아름답고 풍요로운 제주는 때론 자연 앞에서 너무 까불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매년 태풍이 불어올 때마다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두려움으로 전율에 휩싸이곤 했다. 그 모습 또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었다. 맘껏 누릴 수 있는 경이로움과 숭고함, 기쁨과 환희는 물론 두려움, 불안, 고통까지 모두가 제주에서의 삶이다.
〈나의 제주〉 중에서

수백 번, 수천 번 가지가 잘려 나가도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고 봄이 되면 어김없이 새순을 돋우는 저 나무처럼 살고 싶다. 이 미친 세상에 모든 걸 아낌없이 내어 놓는 저 나무를 온전히 껴안고 싶다.
나무 한 그루에 내 마음을 비추어 내가 떠나온 곳을 그려 본다.
〈나무를 믿어요〉 중에서

100그루 나무 그림들을 통해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 생명과 평화의 씨앗이 자리하기를 바란다. 나무가 건네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기쁨과 위로를 함께 느낄 수 있기를 열망한다.
〈100그루의 나무〉 중에서

출판사 서평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살아가는 존재들
같이 살자 우리

우리는 흔히 나무가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서 가만히 자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무야말로 환경에 따라 잎의 성분을 변화시키거나 몸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바꾸며 살아가는 생명이다. 또한 여러 동식물 나아가 인간 존재들이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이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나무 마음 나무』이라는 제목은 대부분의 시간 아스팔트 위 건물 사이를 종종거리는 우리들이 심은 이런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나무가 모여 이룬 숲속에서 깊은 숨을 내쉬고 비로소 평안을 얻게 되는 우리들이 나무와 손잡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담겼다.
싸이월드 디자인 상품 기획자이자 아트디렉터 활동을 시작으로 광고, 출판, 전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홍시야 작가. 그는 2016년 서울에서 제주로 삶터를 옮긴 뒤 작품 속에 더욱 적극적으로 자연과 그 너머 생명을 보듬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의 숲을 탐방하고, 요가와 명상을 꾸준히 하며, 싱잉볼로 사운드 드로잉 작업을 하면서 그의 그림은 더욱 깊고 다채로워졌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동식물과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 햇살, 소리까지 캔버스 위에 담아낸다. 때로는 너무나 단순해서 친근하고 때로는 수만 가지 색과 형태로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그의 그림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형태와 색의 틀을 벗어나 특유의 시선과 방식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살아가는 생명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마음속에 나무를 심는 일은 이렇듯 변화무쌍한 나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품는 행위이다. 나와 다르지 않은 ‘생명’으로 나무를 대하고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작든 크든 인간도 비인간 존재도 모두 소중하다 이야기하고 싶다.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똑같이 귀하다. 언젠가부터 돌 하나, 풀 한 포기에 눈, 코, 입을 그려 넣기 시작한 이유다. 아주 작은 미물에게도 생명력을 부여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고, 또 그들을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같이 살자 우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