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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세상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

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Nn. 5-6: Funk 1,317-321)
세상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
사도 요한의 묵시록에 의한 독서 21,1-8
새 예루살렘
제1독서
사도 요한의 묵시록에 의한 독서------새 예루살렘
나 요한은 1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이전의 하늘과 이전의 땅은 사라지고 바다도 없어졌습니다. 2 나는 또 거룩한 도성 새 예루살렘이 신랑을 맞을 신부가 단장한 것처럼 차리고 하느님께서 계시는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3 그때 나는 옥좌로부터 울려 나오는 큰 음성을 들었습니다. “이제 하느님의 집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다. 하느님은 사람들과 함께 계시고 사람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하느님이 되셔서 4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주실 것이다. 이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5 그때 옥좌에 앉으신 분이 “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 하고 말씀하신 뒤 다시금 “기록하여라, 이 말은 확실하고 참된 말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6 또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다 이루었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 곧 처음과 마지막이다. 나는 목마른 자에게 생명의 샘물을 거저 마시게 하겠다. 7 승리하는 자는 이것들을 차지하게 될 것이며 나는 그의 하느님이 되고 그는 내 아들이 될 것이다. 8 그러나 비겁한 자와 믿음이 없는 자와 흉측스러운 자와 살인자와 간음한 자와 마술쟁이와 우상 숭배자와 모든 거짓말쟁이들이 차지할 곳은 불과 유황이 타오르는 바다뿐이다. 이것이 둘째 죽음이다.”
 
제2독서
(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세상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
그리스도인들은 민족성이나 언어나 풍습에 있어 다른 인간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기네만의 고유 도시에서 살지 않고, 어떤 특별한 방언을 쓰지도 않으며, 어떤 이상한 생활 양식을 영위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고백하는 교리는 새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연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또 어떤 사람이 하는 것처럼 인간 철학을 추종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희랍이든 외국이든 각자의 운명이 정해 준 곳이면 어느 곳이건 상관없이 살아가며, 의복, 식사 그리고 다른 관습에 있어서도 그 지역의 관습에 순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과 같이 모범적이고 놀라운 생활 양식을 보여 줍니다. 그들은 자기 조국에서 살아도 외국인처럼 삽니다. 그들은 모든 것에 있어서 다른 시민들과 같이 하지만 외국인으로서의 힘든 일도 당합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조국도 외국입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도 낙태시키지 않습니다. 식사는 함께하면서도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육신 안에 살지만 육신을 따라 살지 않습니다. 이 지상에서 살면서도 그들의 시민권은 저 하늘에 있습니다. 그들은 규정된 법률에 순종하지만 자신의 개인 생활에서도 법률을 초월합니다. 그들은 모든 이들을 사랑하지만 사람들이 그들을 박해합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잘 모르고 있지만 그들은 사람들한테 항상 단죄받습니다. 죽음의 고통을 겪으나 즉시 생명으로 들어갑니다. 그들은 가난해도 모든 이를 부요하게 합니다. 아무것도 없으나 모든 것을 풍성히 지니고 있습니다. 수치를 당하지만 바로 그 수치 안에서 드높은 영광을 찾습니다. 비방을 당하지만 그들의 정의는 옹호를 받습니다. 그들은 비방을 축복으로 능욕을 영예로 되돌려 줍니다. 선을 행해도 악행하는 자로 벌을 받고, 벌을 받을 때 상을 받는 것처럼 기뻐합니다. 유다인들은 그들을 이단자라고 공격하며 외교인들은 그들을 박해합니다. 그러나 증오하는 사람은 자신들이 품는 적대감의 이유를 밝히지 못합니다.

간략히 말한다면, 그리스도인과 세상과의 관계는 영혼과 육체와의 관계와 같습니다. 영혼이 육체의 모든 부분에 퍼져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인들도 세상의 모든 지역에 퍼져 있습니다. 영혼은 육체에서 살아도 육체에도 비롯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도 세상에서 살지만 세상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그 자체로 볼 수 없는 영혼이 볼 수 있는 육체 안에 담겨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이 세상에서 볼 수 있지만 그들의 신앙과 신심은 보이지 않습니다. 영혼은 잘 못한 것이 없지만 육체가 쾌락을 즐기는 것을 반대하므로 육체는 그를 미워하고 그와 투쟁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쾌락에 반대하기 때문에 세상은 그리스도인들을 미워합니다.

영혼이 자기를 미워하는 육체와 그 지체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리스도인들도 역시 자기를 미워하는 이들을 사랑합니다. 영혼은 육신 안에 갇혀 있지만 육신을 떠받들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도 감옥에서처럼 이 세상 안에 갇혀 있지만 그들은 세상을 떠받들고 있습니다. 불사 불멸의 본성을 지닌 영혼은 멸하고야마는 장막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도 부패해야 하는 것 가운데서 순례하지만, 천상의 불사 불멸을 기대합니다. 영혼은 음식과 음료에서 박대를 받을 때 좋아집니다. 그리스도인들도 학대와 고초를 당함으로써 매일매일 수효가 늘어갑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이렇게 높은 지위로 들어올리셨으므로 그 고귀한 지위에서 이탈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마침기도
기도합시다
인간의 무죄한 상태를 회복시키시며 사랑하시는 천주여, 당신 종들의 마음을 당신께로 이끌어 주시어, 불신의 어두움 속에서 해방시켜 주신 우리로 하여금, 당신 진리의 빛을 결코 떠나지 않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