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론

(성 베드로 크리솔로고 주교의 강론에서)하느님께 바칠 희생 제물이 되고 그분의 사제가 되십시오

성 베드로 크리솔로고 주교의 강론에서 (Sermo 108: PL 52,499-500)
하느님께 바칠 희생 제물이 되고 그분의 사제가 되십시오
제1독서
 
나 요한은 1 어린양이 시온산 위에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어린양과 함께 십사만 사천 명이 서 있었는데 그들의 이마에는 어린양과 그 아버지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2 그리고 큰 물소리와도 같고 요란한 천둥 소리와도 같은 소리가 하늘로부터 울려 오는 것을 들었습니다. 또 그 소리는 거문고 타는 사람들의 거문고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3 그 십사만 사천 명은 옥좌와 네 생물과 원로들 앞에서 새로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노래는 땅으로부터 구출된 십사만 사천 명 외에는 아무도 배울 수 없었습니다. 4 그들은 여자들과 더불어 몸을 더럽힌 일이 없는 사람들이며 숫총각들입니다. 그들은 어린양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다닙니다. 그들은 사람들 가운데서 구출되어 하느님과 어린양에게 바쳐진 첫 열매입니다. 5 그들의 입에서는 거짓말을 찾아볼 수 없으며, 그들은 아무런 흠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6 나는 또 다른 천사가 하늘 한가운데서 높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천사는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모든 나라와 종족과 언어와 백성에게 전할 영원한 복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7 그리고 큰소리로 “너희는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찬양하여라. 그분이 심판할 때가 왔다. 하늘과 땅과 바다와 샘물을 만드신 분을 예배하여라.” 하고 외쳤습니다.

8 또 둘째 천사가 뒤따라와서 “무너졌다! 큰 바빌론 도성이 무너졌다! 자기 음행 때문에 분노의 포도주를 모든 민족에게 마시게 한 바빌론이 무너졌다!” 하고 외쳤습니다.

9 또 셋째 천사가 뒤따라와서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누구든지 그 짐승과 그의 우상에게 절을 하고 자기 이마나 손에 낙인을 받는 자는 10 하느님의 분노의 포도주를 마시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의 진노의 잔에 부어 넣은 순수한 포도주다. 이런 자들은 거룩한 천사들과 어린양 앞에서 불과 유황의 구덩이에서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 11 그들에게 고통을 주는 불과 유황의 연기가 그 구덩이에서 영원토록 올라올 것이며 그 짐승과 그 우상에게 절을 하고 그 이름의 낙인을 받는 자는 밤에도 낮에도 휴식을 얻지 못할 것이다.” 12 그래서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예수께 대한 믿음을 지키는 성도들에게는 인내가 필요한 것입니다.

13 나는 또 “‘이제부터는 주님을 섬기다가 죽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기록하여라.” 하고 외치는 소리가 하늘에서 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성령께서 “옳은 말이다. 그들은 수고를 그치고 쉬게 될 것이다. 그들의 업적이 언제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제2독서
(성 베드로 크리솔로고 주교의 강론에서)하느님께 바칠 희생 제물이 되고 그분의 사제가 되십시오
“나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여러분에게 간청합니다.”라고 사도 바오로는 권고합니다. 그런데 이 권고는 바오로가 하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께서 바오로를 통해 하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당신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사랑하기를 원하시고 주님이 되기보다는 아버지가 되기를 원하시므로, 당신의 엄격으로 책벌하시는 뜻에서가 아니라 자비로우신 마음에서 권고하십니다.

주님이 간청하시는 바를 깊이 명심하여 들읍시다. “너희가 가지고 있는 몸과 지체, 내장, 뼈 그리고 피를 나도 가지고 있음을 보아라. 너희가 내가 하느님으로서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나를 두려워한다면, 왜 너희와 똑같은 사람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도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 너희가 주인을 무서워하여 그를 피한다면 왜 아버지의 인정에 호소하지 않느냐?

아마도 너희는 내게 가져다 준 수난이 막중하기 때문에 당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려워하지 말라. 이 십자가는 나의 독침이 아니고 죽음의 독침이다. 이 못들은 나를 고통으로 찌르지 않고 너희에 대한 사랑으로 나를 더욱 깊숙이 찌른다. 이 상처들은 나에게서 고통의 신음 소리를 자아내지 않고 오히려 너희를 내 마음속으로 인도하는 문이다. 십자가 위에서 내 몸을 펼치는 것은 내 품안에 너희를 위한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고통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내 피는 나에게 있어서 손실이 아니고 너희 몸값으로 미리 지불되는 것이다.

자, 오너라. 나에게 돌아오너라. 그러면 악을 선으로, 모욕을 사랑으로, 깊은 상처들을 더 깊은 사랑으로 되돌려 주는 아버지인 나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사도가 말하는 것을 들읍시다. “나는 여러분에게 간청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바치십시오.” 이 간청으로써 사도는 모든 사람들을 사제의 품위로 이끌려 올렸습니다. “여러분의 몸을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그리스도인의 사제직은 얼마나 탁월합니까!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사제인 동시에 희생 제물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 바칠 제물로 자기 자신 외에 다른 것을 찾지 않습니다. 그는 하느님께 바칠 희생 제물을 자기 자신 안에 스스로 가지고 있습니다. 희생 제물도 없어지지 않고 사제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희생 제물이 희생되어도 계속 살아 있습니다. 그것을 바치는 사제는 그 희생 제물을 죽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희생 제물이여! 몸은 파괴함이 없이 몸을 바치고 피는 흘림이 없이 피를 바칩니다. “나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여러분에게 간청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나의 형제들이여, 이 희생 제물은 세상의 생명을 위해 당신 자신을 바치신 그리스도의 희생을 닮습니다. 사실 그리스도께서는 죽임을 당하셨지만 아직 계속 살아 계시기 때문에 당신 몸을 산 희생 제물로 바치신 것입니다. 이 희생에는 죽음이 따랐으나 희생 제물은 살아 남았기에 죽음은 벌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순교자들은 죽음으로 태어나고, 끝남으로 시작을 이루며, 죽임당함으로 살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이 지상에서 소멸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천국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간청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 말씀은 예언자의 노래를 반향해 줍니다. “당신은 희생 제물과 봉헌물을 원치 않으시고 나를 위해 한 몸을 마련하셨나이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희생 제물이 되고 또 사제가 되십시오. 하느님의 권위가 여러분에게 내려 준 그 특전을 버리지 마십시오. 거룩함의 옷을 입고 정결의 띠를 두르십시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투구가 되게 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언제나 여러분의 이마에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가슴에 천상 지식이 머물도록 하고 상긋한 내음새를 풍기는 기도의 향을 끊임없이 피우십시오. 여러분의 손에 성령의 칼을 쥐십시오. 여러분의 마음은 거룩한 제단이 되고 하느님께 의지하여 여러분의 몸을 희생 제물로 드리십시오.

하느님은 여러분의 죽음이 아니라 믿음을 구하십니다. 그분은 여러분의 피가 아니고 여러분의 마음을 갈망하십니다. 죽음으로서가 아니고 선의로 말미암아 그분의 마음은 온화하게 누그러지십니다.
 
마침기도
기도합시다
전능하신 천주여, 비오니, 주님의 부활의 신비를 공경하는 우리로 하여금, 또한 구원의 즐거움을 얻어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