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집 밑반찬에서 고급 한정식 별미로
입맛 떨어지기 쉬운 환절기. 개운하고도 칼칼한 맛이 벌써 그리워진다. 찬물에 밥 말아 더덕장아찌 하나면 한끼가 뚝딱 이니 찬 없는 밥상에서 인기 독점이다. 채소 본래의 맛과 영양,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는데다 조금씩만 먹어도 약이 되는 장아찌는 이른바 '웰빙 밑반찬'의 대표주자. 덕분에 '없는 집 밑반찬'에서 '고급 한정식집 별미'로 격상됐다. 항아리마다 장아찌 8~9가지를 상비해두고 입맛 없을 때마다 꺼내먹는다는 한식연구가 박종숙 손맛작업실 대표로부터 장아찌 손쉽게 담그는 법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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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푸드'이면서 '패스트 푸드''장과(醬瓜)'라고도 불리는 장아찌는 제철 야채를 된장이나 간장, 막장, 고추장, 젓갈, 식초 등의 절임원에 넣어 삭혀 먹는 저장음식. 채소뿐 아니라 육류나 어류도 살짝 익혀 된장이나 막장 속에 넣는다. '장아찌'(김영사) 저자 이미화씨는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장아찌가 실은 임금님의 입맛을 즐겁게 해주던 궁중요리였다"면서 "생홍합, 생전복, 말린 해삼을 간장물에 조리는 삼합장과는 장아찌의 귀족"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숙씨는 "장아찌는 천천히 익혀 먹는 슬로 푸드이면서 필요할 땐 별다른 조미 없이 바로 꺼내 먹을 수 있는 패스트 푸드"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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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점심엔 산초장아찌를 먹을까, 매실장아찌를 먹어볼까. 한식연구가 박종숙씨가 담근 8종의 장아찌가 먹음직스럽다. 윗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이된장장아찌, 오이고추장장아 찌, 참외장아찌, 김장아찌, 더덕장아찌, 산초장아찌, 매실장아찌, 총각무종합장아찌./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간장물은 반드시 끓이세요
장아찌만큼 만들기 쉬운 밑반찬도 없다. 하지만 기본 공식은 염두에 두어야 실패하지 않는다. ▲제철 재료를 활용한다. 깻잎의 경우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것 말고 노지에서 자란 깻잎이어야 맛있고 영양이 풍부하다. ▲재료의 껍질을 벗기지 않는다. 중금속을 해독시키는 피친산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식초나 소금물에 야채를 깨끗이 세척해 그대로 사용한다. ▲된장, 고추장에 넣기 전 야채의 수분을 없애는 게 장아찌 담그기의 기본. 소금이나 식초, 설탕에 절이거나 햇볕에 말리는 등 수분을 없애야 장아찌가 무르지 않고 아삭하다. ▲간장물은 반드시 끓여서 붓는다. 껍질이 두꺼운 채소는 뜨거울 때 붓고 깻잎같이 연한 채소는 식혀서 부어야 채소 본래의 맛이 살아난다. 4~5월엔 마늘종, 더덕, 두릅장아찌가 제격. 6~8월엔 풋고추, 오이, 깻잎, 참외장아찌를 담고 10월엔 고춧잎, 콩잎장아찌를 담는다.
■요즘 인기 있는 장아찌 담그기
▲산마늘장아찌=요즘 고급 한식점에서 밑반찬으로 자주 오르며 '명이'로도 불린다. 산마늘은 골진 곳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간장 1컵, 조선간장이나 액젓 1/2컵, 식초 2컵, 물 2컵, 매실청 2컵을 합해 끓여 식힌 뒤 산마늘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용기에 붓는다. 하루 지난 뒤 아래 위를 바꿔준다.
울릉군에서 나는 산마늘 생채는 5월 무렵까지 울릉도몰(www.ulleungdomall.com), 울릉웰빙식품(www.woolwellbeing.com) 등에서 택배로 구입 가능. 강릉 천산농장(www.happy800.com 033-653-7873)은 20일쯤 출하되는 산마늘을 예약 판매 중이다. 가격은 판매자마다 다르다. 1㎏당 1만5000~2만원(택배비 별도).
▲곰취장아찌=심심한 소금물에 곰취를 1주일간 삭힌 뒤 물기를 뺀다. 된장에 북어머리 육수와 매실청을 넣어 희석한 절임물을 곰취잎에 한장씩 발라 냉장고에 저장한다. 곰취는 화천몰(www.hwa1000.co.kr 033-442-6001)에서 4월 말부터 1㎏당 8000원(택배비 별도)에 택배 판매한다. 양구군(www.yanggugun.co.kr 033-480-2575)도 같은 가격에 주문 판매.
▲참외장아찌=참외를 반 갈라 씨를 뺀 뒤 소금에 2~3일 절인 다음 찬물에 짠 기를 뺀 뒤 물엿을 부어 물기를 빼는 게 1단계. 물기가 꾸덕꾸덕 빠진 참외를 고추장이나 된장에 박아 놓았다가 세달 뒤 꺼내 된장과 고추장을 씻어 낸 후 채 썰어 동량의 오이채와 함께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무치면 맛있다.
▲김장아찌=오래된 김 1톳을 12등분 한 뒤 한 덩어리씩 무명실로 묶는다. 간장물은 농도가 연하면 김이 풀어지므로 '간장 3컵+육수 4컵+통후추 1작은술+조청 3컵'으로 끓여 식힌 뒤 김이 충분히 잠기도록 부어 익힌다.
▲총각무종합장아찌=총각무(1/2단)는 0.5㎝ 두께로 썬다. 오이(2개)는 반 갈라 씨를 도려낸 뒤 어슷썰고, 셀러리(1대)는 5㎝ 길이로 자른다. 마늘종(5줄)은 5㎝ 길이로 자르고, 양파(2개)는 반 갈라 한 입 크기로 자른다. 여기에 홍고추 5개, 청고추 10개, 깐마늘 1컵, 생강 1쪽, 깻잎 2묶음, 당근 200g, 레몬 1/4개, 매실절임 1컵을 넣는다. 절임원이 될 간장물은 '간장 2컵+설탕 1컵+식초 2컵+물 3컵+매실청 1컵+통후추 1작은술' 분량으로 만들어 팔팔 끓인 뒤 뜨거울 때 야채에 부어 뚜껑을 닫는다. 2~3일 후 간장물만 빼내 끓인 뒤 다시 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