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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 과 비움 /윤동주

낙화 -----이형기

낙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激情)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訣別)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訣別)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낙화, 적막 강산(모음출판사,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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