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이 직진만..>
1월 28일 연중 제3주간 목요일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마르 4,21-25)
“등불은 등경 위에 놓는다.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을 것이다.”
갖은 악행이란 악행, 비리란 비리는 다 저질러놓고서
자신은 끝까지 결백하다고 외치는
뻔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백성들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도록 해놓고서
자신은 직책상 할일을 했을 뿐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우겨대는
정말 개념 없는 분들도 계십니다.
총칼을 앞세워 강탈한 비자금이 거의 천문학적 금액입니다.
추적을 피해 미꾸라지처럼 이리 세탁 저리 세탁한 뒤
모조리 해외로 빼돌려놓고서는 한다는 소리,
“은행잔고는 29만원 뿐!”이랍니다.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 하신 분들입니다.
어찌 그리도 자신을 모를 수 있을까요?
세상 뜨실 날이 그리 멀지 않으셨는데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 무서운 줄 모르고 끝까지 뉘우치지 않고
끝까지 당당한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불쌍합니다.
그분들이 지니는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늘 불안합니다.
눈빛도 수시로 흔들립니다.
어딜 가든 여우처럼 홀깃홀깃 주변을 살핍니다.
이 세상 그 어디도 마음 편히 다니지 못하고 좌불안석입니다.
그들의 눈동자는 마치 쫒고 쫒기는 야수의 눈동자처럼 번뜩입니다.
참으로 가련하고 비참한 인생입니다.
뒤가 구리고 캥기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행보는 정 반대였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예수님께서는 당당하고 대범하셨습니다.
상대가 헤로데 왕이든, 로마 황제든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상대가 빌라도 총독이든 가야파 대사제든 조금도 꿇리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시고 당신이 걸어가야 할 방향을 향해
흔들림 없이 직진(直進)하셨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을 때는
망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당당히 선포하셨습니다.
뒤가 구린 사람들처럼 혹시나 누가 들을까봐,
그래서 내게 손해가 돌아올까 봐
귓속말로 조근조근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떤 사람들처럼 누가 녹취라도 할까봐,
누가 내 속마음을 알아차릴까봐
뒷마당에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밝은 대낮에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선포하셨습니다.
당장 당신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하실 말씀을 있는 그대로 외치시는
카리스마 넘치는 예수님의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해 놓지 않느냐?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마르 4,21-23)
물론 조금도 숨김없이,
단 한 치의 위축됨 없이 당신을 드러낸 결과가
만인으로부터 반대 받는 표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십자가 죽음이 다가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연히 하느님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올곧은 길,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신 예수님...
참으로 존경합니다.
저희도 묵묵히 그 길을 따르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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