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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스크랩] 성령께서 함께 하실 때..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성령께서 함께 하실 때..> 1월 7일 주님 공현 후 목요일 (루카 4,14-22) “성경 말씀이 오늘 이루어졌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하느님 아버지께서 베푸시는 한없는 사랑과 그 아들 예수님께서 주시는 풍성한 은총 속에 행복에 찬 신앙생활을 영위해야 마땅한데, 현실은 전혀 그러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 가운데 살아계신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고 그로 인한 벅찬 감동이 우리 삶에 메아리치고, 우리가 체험한 하느님을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증언해야 당연한데, 현실은 정 반대일 경우도 많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고민해보면 오래 가지 않아 즉시 답이 나옵니다. 우리 안에서 힘차게 움직이셔야할 성령의 활동이 너무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성령의 현존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성령과 너무나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이 살아있는 신앙인가 아닌가 여부는 우리 안에 머무시는 성령의 활동과 비례합니다. 우리가 성령의 인도를 받지 않는다면 우리 신앙생활은 쉽게 형식화됩니다. 자발성이나 기쁨, 변화나 쇄신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당연히 사랑의 열매도 맺지 못하며 냉랭한 신앙생활로 접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 각자에게 주어지는 큰 과제가 한 가지 있습니다. 성령께서 이 세상 안에, 우리 교회 안에, 우리 가정 안에 그리고 내 안에 확실히 살아 숨 쉬고 계심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성령의 현존을 감사하고 환영하며 그분께 의지하며 그분의 인도를 받겠다고 다짐하는 태도를 지니는 것입니다. 또한 무슨 일을 하든지 성령 안에서, 그분의 뜻에 따라서 행하겠다고 약속하는 일입니다.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하다보면 성령께서 그분의 전 생애에 걸쳐 동반하셨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잉태 과정에서부터 시작해서 십자가 죽음, 부활과 승천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순간에도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인류 구원 사업을 수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언제나 성령과 함께 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본격적인 인류구원사업의 첫발을 내딛으시는 예수님께서도 세상의 권위나 강력한 힘이 아니라 성령으로 무장하시어 등장하셨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성령의 힘을 지니고 갈릴래아로 돌아가시니, 그분의 소문이 그 주변 모든 지방에 퍼졌다. 예수님께서는 그곳의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모든 사람에게 칭송을 받으셨다.” 예수님께서 당신 사업의 첫 깃발을 꽂은 곳이 예루살렘이나 다른 잘 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갈릴래아였다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갈릴래아는 당시 변방 중의 변방이었습니다. 예루살렘에 가서 ‘갈릴래아’에서 왔다고 하면 손가락질 받을 정도로 멸시와 냉대를 받던 지역이었습니다. 더구나 이 지역은 믿음이 약하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바로 가장 보잘 것 없는 지역인 갈릴래아에서 출발하신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예수님은 가장 낮은 바닥에서, 결국 무(無)에서 시작하셨습니다. 불신앙과 죄와 철저한 배척뿐인 척박한 지역에서 당신 사업의 첫 삽을 뜨신 것입니다.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의 변화된 모습에 동네 사람들은 “저 사람은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하면서 도무지 예수님의 메시아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들은 노골적인 불신과 적대감으로 예수님을 바라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당신 사업의 첫 출발점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으로 선택하셨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주 당당하셨습니다. 누가 뭐래든 꿋꿋하게 당신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일말의 망설임이나 두려움도 없이 직진하셨습니다. 왜냐? 바로 성령께서 예수님과 함께 계셨습니다. 성령께서 그분 가시는 곳마다 현존하시며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계셨습니다. 우리도 나약하지만 성령께서 함께 하실 때 강건해집니다.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죄인이지만 성령의 빛으로 변화되고 성화의 길을 걸어갑니다. 겁 많은 우리지만 성령께서 뒷받침해주시니 든든합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출처 : 가톨릭 영성의 향기 cafe
글쓴이 : andre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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