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물처럼 오시는 주님>
10월 21일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루카 12,39-48)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오래 전 직장 생활할 때
참으로 기뻤던 기억 한 가지가 떠오릅니다.
산업화의 역군으로 그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온종일 일에 파묻혀 지냈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들은 지극히 제한적이고 단순한 일이었기에
회사 전체적인 경영 상태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연말
사장님께서는 사내 방송을 통해
아주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올 한해 모든 사원 여러분들께서
열심히 일해주신 덕분에 회사 매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사장으로서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번 달 급여 나갈 때
100% 특별 성과급을 더 얹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뜻밖의 선물에 저희 모두는 일제히 환성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거금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께서도
가끔씩 특별 상여금처럼 갑자기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우리가 세파에 힘겨워 지친 어느 날
주님께서는 한 구절 애절한 시편 구절을 통해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십니다.
사방이 가로막힌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어느 순간
주님께서는 동료 인간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담겨
우리를 위로하십니다.
결국 주님의 은총을 제 때 제 때 감지하기 위한 관건은
우리 인간 측의 준비 여부입니다.
그냥 되는대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우리의 시선이 오로지 지상 사물에만 집중되어 있다면
세상만사 안에 현존해계시는 주님의 자취를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깨어있지 못한 사람들은
주님께서 오고 계심을 알 리가 없습니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주님께서 주시고자 하는
풍부한 은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하느님께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무위(無爲)의 상태가 아니라
충만(充滿)의 상태입니다.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매순간 우리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하느님께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하게 될 때
외적으로 드러나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입니다.
존재 자체로 그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며,
모든 면에서 세심하게 배려합니다.
상대방을 위해 모든 측면에서 잘 준비합니다.
선물을 하나 사도 몇 번이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선물을 준비합니다.
결국 잘 준비한다는 것은
사랑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준비는 어떻습니까?
하느님을 연인 대하듯 갖은 정성을 다 기울입니까?
그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 마음을 투자합니까?
잘 준비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해 정성을 표한다는 것입니다.
잘 준비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해 예의를 갖춘다는 것입니다.
잘 준비한다는 것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완벽함을 바라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양한 한계와 결핍 속에서도 하느님을 위해,
그리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고자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을 어여삐 여기실 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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