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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스크랩] 사랑의 기술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사랑의 기술> 8월 12일 연중 제19주간 수요일 (마태 18,15-20)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수도회 입회하기 전, 돌아보니 참으로 순진했습니다. 저는 수도공동체가 그야말로 ‘천상 예루살렘’ 공동체인줄 알았습니다. 언제나 형제애로 충만한 곳, 아침저녁으로 감미로운 찬미가가 울려 퍼지는 곳, 완벽한 평화가 존재하는 곳, 더 이상 미움도, 분쟁도, 불화도 없는 곳... 그러나 그런 제 생각은 사흘이 지나지 않아 완전히 깨졌습니다. 제가 꿈꾸고 있었던 공동체상은 환상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들어낸 거짓된 공동체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도공동체도 엄연히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부조리와 미성숙과 불협화음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세상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본당공동체를 비롯한 교회 내 여러 공동체들 역시 조금도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세례를 통해 교회 공동체 안으로 발을 들여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 이런 생각들 많이 하실 것입니다. “신자들이 뭐 저래?” “하느님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괜히 세례 받는 것 같아! 이거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없을까?” 혹시라도 이런 느낌 받으셨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 근본적인 속성상 어쩔 수 없이 부족합니다. 죄인들의 집합소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 도우심에 힘입어 서로를 격려하며 조금씩 성화의 길로 나아가는 순례의 공동체가 우리 교회 공동체인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오늘 우리 공동체가 안고 있는 갖은 모순과 불일치, 불협화음 가운데서도 조화로운 공동체 건설을 위한 ‘사랑의 기술’을 쌓아나가는 노력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랑의 기술’을 어떻게 실천해나갈 것인지를 상세히 가르치고 계십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공동체 구성원 상호간의 관계맺음 방식, 대화방식, 삶의 양식 안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고 당부하십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구성원들의 심각한 결함이나 약점 앞에서 인내심을 발휘할 것을 요청하십니다. 공동체 생활을 해나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맞닥트려야 할 과제 가운데 한 가지가 사사건건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문제입니다. 구성원의 심각한 결핍, 잘못 앞에 어떻게 권고해야 하나, 하는 문제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큰 잘못을 저지른 형제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아주 차근차근, 하나하나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형제의 잘못을 사방팔방으로 떠들고 다니지 말고, 단둘이 만나 조용히 타이르라고 말씀하십니다. 최대한의 배려, 예의를 갖추라는 말씀입니다. 동시에 용기를 가지고 현실에 직면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듣지 않으면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의 증인을 데리고 가서 또 이야기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이것 역시 또 한 번 크게 인내하라는 말씀입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막무가내라면, 그제야 공식적으로 교회 공동체에 알리라고 말씀하시는데, 이것 역시 끝까지 인내하라는 말씀입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대한 노력하라는 말씀입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오늘 우리의 모습, 노력도 해보지 않고 관계를 단절하고 마는 오늘 우리의 모습에 큰 경종을 울리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출처 : 가톨릭 영성의 향기 cafe
글쓴이 : andre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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