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마귀들은...>
8월 8일 연중 제18주간 토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마태 17,14ㄴ-20)
“믿음이 있으면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스승님께 던지는 제자들의 이 질문이 오늘 제 마음을 송곳처럼 찌릅니다.
오늘도 쫒아내기 힘겨운 마귀들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제 안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때로 커다란 뱀 한 마리가 돌돌 또아리를 틀고 머리를 곧추세우고
혀까지 날름거리며 언제든지 달려들 기세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안의 마귀들은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괴롭힙니다.
때로 인간관계 안에서 깊은 상처나 씻을 수 없는
모욕감을 안겨주는 독설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때로 우리를 사정없이 갉아먹는 자책감으로 다가옵니다.
때로 삶을 깊은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우울한 감정과 좌절감의 얼굴을 지니기도 합니다.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
영적생활과 담을 쌓게 만드는 불신앙과 영적인 나태함으로 변장합니다.
결국 이 모든 마귀들 활동의 단초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의 부족이더군요.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투덜거림 앞에 강한 일침을 놓으십니다.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가라.’하더라도
그대로 옮겨갈 것이다.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마태 17,20)
만일 하느님을 향한 강한 믿음,
하느님께서 언제나 내 삶을 인도하시고
나와 함께 하신다는 강한 현존의식 속에 살아갈 때
마귀의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입니다.
일하시는 분은 내가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라는 겸손한 마음은
마귀의 접근을 물리칠 강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흔들릴 때 마다 기도만한 해결책임을 인식하는 사람에게
마귀는 큰 두려움을 지닐 것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으시는 도미니코 사제의 경우
얼마나 겸손했던지, 얼마나 기도에 큰 강조점을 두었던지,
또 얼마나 강한 하느님 현존 의식 속에 살았던지
마귀가 접근할 여지조차 없었습니다.
“도미니코 사제는 두세 번이나 주교로 선임되었지만
그때마다 거절했다.
주교직을 갖기보다 자기 형제들과 함께
가난하게 살아가기를 더 원했다.
일생을 통해서 내내 흠 없이 순수성을 간직했다.
신앙을 위해 매 맞고 몸이 산산이 찢기면서
목숨을 바치기를 열렬히 원했다.”
“도미니코 사제는 말과 행동으로
자신이 복음의 사자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낮에는 자기 형제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그보다 더 명랑하고 소탈한 사람이 없었고
밤에는 그보다 더 열렬히 기도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말이 적고 과묵한 편이었다.
그리고 입을 열 때는 기도 중에 하느님과 더불어 대화하거나 아니면
하느님에 관해 형제들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형제들에게도 이렇게 하도록 권고했다.”
(도미니코회 역사 자료)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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