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리스도교미술 산책 모리스 드니 <부활절의 신비>
현대적 이미지로 탈바꿈한 ‘빈 무덤 이야기’
전통적 ‘부활’ 복음에 자신의 경험 배경 대입시켜
그림 곳곳에 종교적 상징 배치, 깊은 성찰 드러내
작품 중앙 ‘손’ 처리 … 부활·성체성사 연관성 의미
전통적 ‘부활’ 복음에 자신의 경험 배경 대입시켜
그림 곳곳에 종교적 상징 배치, 깊은 성찰 드러내
작품 중앙 ‘손’ 처리 … 부활·성체성사 연관성 의미
발행일 : 2014-01-26 [제2880호, 16면]가톨릭신문
▲ 모리스 드니.
프랑스의 상징주의 화가인 모리스 드니(Maurice Denis, 1870~1943)는 예술가로서의 예민한 감수성과 열정을 가톨릭 신앙을 통해 승화시킨 독특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모리스 드니는 나비파(les nabis)의 일원이기도 하였는데, 히브리어로 예언자를 뜻하는 ‘나비’는 표피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인상주의를 거슬러, 인간과 우주의 본연의 아름다움과 종교성을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표현방식을 창조하자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었다. 그는 이미 열다섯 살이 되던 해, “그래, 나는 그리스도교 미술가가 되어야 해. 그리스도교의 모든 신비를 기념하는 그림을 그려야 해”라는 다짐을 노트에 옮겨놓을 정도로 종교와 예술에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고, 훗날 조르주 데발리에르(Georges Desvallieres)와 함께 아르 사크레 아틀리에(les Ateliers d’art sacre)를 만들어 종교미술의 혁신과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저작가이기도 했던 그는 <모던 아트와 아르 사크레에 관한 새로운 이론(1922)> 등의 책을 통해 입체파와 야수파, 그리고 추상미술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예술론을 펼쳤는데, 순수한 선과 평면적인 형태, 그리고 단순하고 조화로운 색채가 화면에서 이뤄내는 질서는 바로 자연의 성화를 나타내는 것이며, 이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기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그는 병원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매입해 ‘작은 수도원’(Prieure)이라 이름 짓고 그곳에서 작업했는데, 내부에는 직접 벽화를 그려 장식한 성당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금은 모리스 드니 박물관으로 일반에 공개되며, 함께 활동했던 나비파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현재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소장되어 있는 <부활절의 신비(Mystere de Paques)>는 1891년 완성된 것으로, 그의 예술론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들 중 하나이다.
화면의 작은 색점들은 신인상주의의 점묘법을 연상케 하고, 구불구불하고 단순한 색면은 고갱의 작품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작품의 내용은 매우 종교적이고 강한 상징성을 띄고 있어, 모리스 드니의 독특함을 드러낸다. 마르코 복음서(16.1-8)의 내용에 따라 화면의 아래쪽에는 안식일 다음날 이른 아침,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가 예수님께서 묻히신 무덤을 찾은 장면이 그려져 있다. 향유를 발라드리러 온 그들은 뜻밖에도 예수님 대신 한 천사를 만나게 되는데, 예수님께서 되살아나셨다는 천사의 말을 듣자 겁에 질려 땅에 엎드린 모습으로 표현됐다. 하지만 화면의 윗부분은 성경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져 있다. 저 멀리 보이는 푸른 하늘 아래로는 이층 건물이 서있는가 하면, 유연한 나뭇가지들 뒤편으로 펼쳐진 녹색 들판에는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의 행렬이 보인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진다. 모리스 드니는 부활을 나타내는 전통적인 ‘빈 무덤 이야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살던 생 제르맹 앙레(Saint-Germain-en-Laye)의 풍경을 배경으로 삼아, 작품전체를 현대적 이미지로 탈바꿈 시켰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흰 옷을 입은 사람들 앞에 작고 하얀 동그라미가 달린 커다란 손이 불쑥 나타나 있어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준다. 무엇일까 고개가 또 갸우뚱 기울어진다.
상징주의 작가인 모리스 드니는 그림 곳곳에 종교적 상징을 배치했는데, 공중에 나타난 손의 이미지는 매우 오래된 그리스도교 도상으로서 ‘하느님의 손’(ManusDei)과 관련이 있다. ‘하느님의 손’은 이사악을 희생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나 홍해를 건너는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를 묘사한 그림에 자주 그려지던 이미지였다. 모리스 드니의 작품에서 나타난 손은 성체를 분배하는 사제의 손을 상징하기도 하고, 좀 더 넓은 의미로 보자면 성자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는 성부의 손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은 순수한 그리스도인들을 나타내며, 또한 생명의 빵인 예수님을 모시는 성체성사의 행렬, 좀 더 구체적으로는 첫영성체를 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활과 성체성사는 무슨 이유로 함께 그려지게 된 것일까? 여기서 모리스 드니의 깊은 종교적 성찰이 드러난다. 예수님의 부활사건은 과거에 지나간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에게 매 순간 벌어지는 지금 여기의 사건이라는 의미, 즉 예수님께서는 육신으로 살아나셨고 다시 빵으로 되살아나셨다는 의미이다. <부활절의 신비>란 바로 예수님의 현존인 것이다.
조수정 교수는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모리스 드니는 나비파(les nabis)의 일원이기도 하였는데, 히브리어로 예언자를 뜻하는 ‘나비’는 표피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인상주의를 거슬러, 인간과 우주의 본연의 아름다움과 종교성을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표현방식을 창조하자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었다. 그는 이미 열다섯 살이 되던 해, “그래, 나는 그리스도교 미술가가 되어야 해. 그리스도교의 모든 신비를 기념하는 그림을 그려야 해”라는 다짐을 노트에 옮겨놓을 정도로 종교와 예술에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고, 훗날 조르주 데발리에르(Georges Desvallieres)와 함께 아르 사크레 아틀리에(les Ateliers d’art sacre)를 만들어 종교미술의 혁신과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저작가이기도 했던 그는 <모던 아트와 아르 사크레에 관한 새로운 이론(1922)> 등의 책을 통해 입체파와 야수파, 그리고 추상미술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예술론을 펼쳤는데, 순수한 선과 평면적인 형태, 그리고 단순하고 조화로운 색채가 화면에서 이뤄내는 질서는 바로 자연의 성화를 나타내는 것이며, 이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기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그는 병원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매입해 ‘작은 수도원’(Prieure)이라 이름 짓고 그곳에서 작업했는데, 내부에는 직접 벽화를 그려 장식한 성당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금은 모리스 드니 박물관으로 일반에 공개되며, 함께 활동했던 나비파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 부활절의 신비, 1891,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화면의 작은 색점들은 신인상주의의 점묘법을 연상케 하고, 구불구불하고 단순한 색면은 고갱의 작품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작품의 내용은 매우 종교적이고 강한 상징성을 띄고 있어, 모리스 드니의 독특함을 드러낸다. 마르코 복음서(16.1-8)의 내용에 따라 화면의 아래쪽에는 안식일 다음날 이른 아침,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가 예수님께서 묻히신 무덤을 찾은 장면이 그려져 있다. 향유를 발라드리러 온 그들은 뜻밖에도 예수님 대신 한 천사를 만나게 되는데, 예수님께서 되살아나셨다는 천사의 말을 듣자 겁에 질려 땅에 엎드린 모습으로 표현됐다. 하지만 화면의 윗부분은 성경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져 있다. 저 멀리 보이는 푸른 하늘 아래로는 이층 건물이 서있는가 하면, 유연한 나뭇가지들 뒤편으로 펼쳐진 녹색 들판에는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의 행렬이 보인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진다. 모리스 드니는 부활을 나타내는 전통적인 ‘빈 무덤 이야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살던 생 제르맹 앙레(Saint-Germain-en-Laye)의 풍경을 배경으로 삼아, 작품전체를 현대적 이미지로 탈바꿈 시켰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흰 옷을 입은 사람들 앞에 작고 하얀 동그라미가 달린 커다란 손이 불쑥 나타나 있어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준다. 무엇일까 고개가 또 갸우뚱 기울어진다.
상징주의 작가인 모리스 드니는 그림 곳곳에 종교적 상징을 배치했는데, 공중에 나타난 손의 이미지는 매우 오래된 그리스도교 도상으로서 ‘하느님의 손’(ManusDei)과 관련이 있다. ‘하느님의 손’은 이사악을 희생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나 홍해를 건너는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를 묘사한 그림에 자주 그려지던 이미지였다. 모리스 드니의 작품에서 나타난 손은 성체를 분배하는 사제의 손을 상징하기도 하고, 좀 더 넓은 의미로 보자면 성자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는 성부의 손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은 순수한 그리스도인들을 나타내며, 또한 생명의 빵인 예수님을 모시는 성체성사의 행렬, 좀 더 구체적으로는 첫영성체를 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활과 성체성사는 무슨 이유로 함께 그려지게 된 것일까? 여기서 모리스 드니의 깊은 종교적 성찰이 드러난다. 예수님의 부활사건은 과거에 지나간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에게 매 순간 벌어지는 지금 여기의 사건이라는 의미, 즉 예수님께서는 육신으로 살아나셨고 다시 빵으로 되살아나셨다는 의미이다. <부활절의 신비>란 바로 예수님의 현존인 것이다.
조수정 교수는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수정(소피아, 교수)
출처 : 가르멜 산길 Subida Del Monte Carmelo
글쓴이 : 장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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