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며칠 전, 부산에서 영 한우리
송년 자선 음악회가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오래간만에 전문 연주가의 연주를 듣는 기회였고,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큰 연주장에서는
도저히 누릴 수 없는 호사를 누렸는데,
그것은 연주자의 연주를 듣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연주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연주가 끝나고
제가 인사 겸 소감을 얘기하게 되었을 때
저는 그가 피아노로
기도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얘기하였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그의 연주는 그저 연주가 아니고
기도라고 느끼게 한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 그가 몰아의 상태에서 피아노에 몰입을 하고
피아노 안에서 청중과 대화하고 소통하였으며
비록 신자가 아니지만
하느님과 대화하고 소통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몰아(沒我)와 몰입(沒入)은 동시적인 두 현상입니다.
몰아의 경지에 도달해야 어디에 몰입을 할 수 있고,
어디에 몰입을 하게 되면
몰아의 경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나에게서 빠져나오지 않고
절대 다른 것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
나에게서 나와야지만
다른 것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때 나에게는 없어져야 할 “나”가 있고
나에게서 빠져나와
다른 것 안으로 들어가는 “나”가 있습니다.
내가 몰락해야 내가 다른 것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빠져나와 몰락해야 할 “나”는 무엇이고
다른 것 안으로 들어가야 할 “나”는 무엇입니까?
빠져나와야 하고 그래서 몰락해야 할 “나”는
육의 나,
자기중심적인 나,
세속적인 나이고
다른 것 안으로 들어가야 할 “나”는
영적인 나, 사랑의 나, 신적인 나입니다.
이 육의 내가 죽지 않으면
하느님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자기중심적인 내가 죽지 않으면
이웃 사랑 할 수 없으며
사랑이신 하느님 안으로 몰입할 수 없습니다.
육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하늘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빠져 나오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