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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 과 비움 /윤동주

[스크랩] 나의 길은 누가 내었나? 만해 한용운.

 


만해 한용운

나의 길은 누가 내었습니까

      이 세상에는

      길도 많기도 합니다.

      산에는 돌길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뱃길이 있습니다.

      공중에는 달과 별의 길이 있습니다.

      강가에서 낚시질하는 사람은

      모래위에 발자취를 냅니다.

      들에서 나물 캐는 여자는

      방초(芳草)를 밟습니다.

      악한 사람은 죄의 길을 좇아갑니다.

      의(義)있는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하여는

      칼날을 밟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는 붉은 놀을 밟습니다.

      봄 아침의 맑은 이슬은

      꽃머리에서 미끄럼탑니다.

      그러나 나의 길은

      이 세상에 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죽음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다른 길은 죽음의 길보다 험하고 괴로운 까닭입니다.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었습니까.

      아아, 이 세상에는 님이 아니고는

      나의 길을 내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길을 님이 내었으면

      죽음의 길은 왜 내셨을까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

      韓龍雲 (한유천) 시인, 독립운동가
      1879년 7월 12일 충남 홍성 출생
      ~ 1944년 6월 29일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31 ~ 잡지 '불교' 인수 사장취임
      1927 ~ 신간회 중앙집행위원, 경성지회 회장
      1924 ~ 조선불교청년회 회장
      1919 ~ 3.1 운동때 민족대표 33인
      1918 ~ 불교잡지 '유심' 창간
      1916 ~ 월간지 유심 발간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이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돌어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어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어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백담사 만해 기념관

      꿈 깨고저

      님이며는 나를 사랑하련마는,

      밤마다 문밖에 와서 발자취 소리만내이고,

      한번도 들어오지 안하고 도로가니,

      그것이 사랑인가요. 그러나

      나는 발자취나마 님의 문밖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사랑은 님에게만 있나봐요.

      아아 발자취 소리나 아니더면,

      꿈이나 아니 깨었으련마는

      꿈은 님을 찾아가려고 구름을 탔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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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동 심우당


출처 : 하늘의 소리
글쓴이 : 핵무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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