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서가 아니야
김귀자
내가 등만 보이는 건
네가 싫어서가 아니야
잘난 것 없어도
건강한 몸 하나 있지
네가 힘들 때 건너 주는
다리가 되고픈 거지.
산골짝 개울물에
무릎 꿇고 엎드려
등 내미는
난,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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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귀
김귀자
무슨 비밀 얘기 나눈다고
캄캄한 풀숲에 숨어 도란거리나
별빛 묻은 풀벌레 소리 굴러나오네
또르 또르 또르르
서쪽 하늘 구름 사이에
얼굴 내민 반달
풀벌레들 눈치 채지 않게 들어주다가
귀 하얗게 열리네.
반달 귀!
귓속 가득 고이는
가을이야기
가만가만 듣다가
풀숲으로 기울어진
내 귀도 어느새
반달 귀 되었네.
풀벌레가 나눠준
가을 반달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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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진 만두
김귀자
우리 선생님
별명은
터진 만두
우리만 보면 싱글벙글
하얀 이 사이
고춧가루도 싱글벙글
쿡쿡쿡......
선생님 몰래 속닥속닥
“터진 만두”
“터진 만두”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얼굴만 붉히는 선생님
입가엔 웃음이 가득
“녀석들! 배고프냐?”
그래, 내가 만두다
만두를 먹으려면 터트려야지
터진 만두 여기 있으니 먹어라“
“푸 하하하......”
너도 나도 터진 만두
교실 한가득 터진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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