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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 과 비움 /윤동주

동시- 터진 만두,싫어서가 아니야,반달 귀!

 

 

싫어서가 아니야

                      김귀자


내가 등만 보이는 건

네가 싫어서가 아니야


잘난 것 없어도

건강한 몸 하나 있지


네가 힘들 때 건너 주는

다리가 되고픈 거지.


산골짝 개울물에

무릎 꿇고 엎드려

등 내미는

난, 징검다리.



------------

반달 귀

                           김귀자


무슨 비밀 얘기 나눈다고

캄캄한 풀숲에 숨어 도란거리나

별빛 묻은 풀벌레 소리 굴러나오네

또르 또르 또르르


서쪽 하늘 구름 사이에

얼굴 내민 반달

풀벌레들 눈치 채지 않게 들어주다가

귀 하얗게 열리네.


반달 귀!


귓속 가득 고이는

가을이야기

가만가만 듣다가

풀숲으로 기울어진

내 귀도 어느새

반달 귀 되었네.



풀벌레가 나눠준

가을 반달 귀!

--------------

터진 만두

                       김귀자


우리 선생님

별명은

터진 만두

우리만 보면 싱글벙글



하얀 이 사이

고춧가루도 싱글벙글

쿡쿡쿡......

선생님 몰래 속닥속닥

“터진 만두”

“터진 만두”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얼굴만 붉히는 선생님

입가엔 웃음이 가득


“녀석들! 배고프냐?”

그래, 내가 만두다

만두를 먹으려면 터트려야지

터진 만두 여기 있으니 먹어라“



“푸 하하하......”

너도 나도 터진 만두

교실 한가득 터진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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