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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감동순간 그림과 사진

[스크랩] 갈릴래아 호수에서 풍랑을 만난 그리스도

갈릴래아 호수에서 풍랑을 만난 그리스도

렘브란트

 

 

 

 

 

우리가 렘브란트의 성화에 매료되는 이유가 뭘까?

그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성경에 비추어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성화를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보인다.

렘브란트가 1633년에 그린 <갈릴래아 호수에서 풍랑을 만난 그리스도>를 보면

제자들의 마음이 보인다.

 

이 그림은 마태오복음 8장 23-27절이 그 배경이다.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시자 제자들도 그분을 따랐다.

그때 호수에 큰 풍랑이 일어 배가 파도에 뒤덮이게 되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다가가 예수님을 깨우며,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그분은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하고 말씀하셨다.

그런 다음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그 사람들은 놀라워하며 말하였다.

“이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이 얼마나 메마른 글인가?

렘브란트는 이 건조한 글에 그림으로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배에는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이 탔고,

큰 풍랑이 일어 배가 뒤집힐 지경이 되었다.

배의 상단에 있는 제자는 끊어진 밧줄을 다시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기둥에 모여 있는 네 명의 제자들은 파도를 이기려고 동서남북 사방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배 중앙의 제자는 바닥에 앉아 물을 퍼내고 있다.

이들 일곱 명은 인생의 풍랑이 닥쳤을 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대변해 준다.

그래서 그들은 활동적인 색인 노란색과 밝은 색 옷을 입고 있다.

빛을 흠뻑 받으며.

 

그리고 두 명의 제자는 자기 머리를 잡고 구역질을 하고 있다.

한 제자는 머리를 바다로 내밀어 구토를 하고 있고,

다른 한 제자는 관객을 바라보며,

“사는 게 왜 이렇게 머리 아프냐?”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 또한 밝은 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네 제자는 예수님께로 향한다.

그리고 그들의 옷 색깔은 어둡고 차분하다.

두 제자는 기도를 하고 있고,

두 제자는 스승을 흔들어 깨우며 애원하고 있다.

그런데 기도하는 사람의 시선이 사뭇 다르다.

한 사람은 어둠에 묻혀 예수님만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는데,

다른 한 사람은 손을 모았지만,

여전히 파도만 바라보며 공포에 질려 있다.

 

다른 두 제자는 스승을 깨우며 지금의 처지를 이야기한다.

“주님, 이 상황에서도 잠이 옵니까?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저희를 구해 주십시오.”

그들의 표정에는 간절함보다는 원망이 가득했다.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하겠다는 것보다는

위기를 모면해보겠다는 의지만 보인다.

그래서 그분께서 그들을 보시며 말씀하신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이 얼마나 명쾌한 답변인가?

우리가 인생의 풍랑에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믿음이 약해서다.

우리가 시련을 당할 때 주님을 원망하는 것도 믿음이 약해서다.

그분이 함께 하시면 모든 근심과 어려움도 사라지는데,

그분의 현존을 느끼지 못하니 고난 앞에서 걱정부터 하는 것이다.

이에 그분께서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우리의 마음까지 고요해졌다.

그래서 어둠은 걷히고, 서광이 비추고 있다.

 

그런데 예수님도 제자도 아닌 어부가 노를 잡고

이 광경을 보고 있지 않은가?

그는 노를 젓지도 않는다.

그는 노를 잡고 예수님만 바라보고 있다.

그는 알았다.

풍랑을 이기는 것은 노가 아니라 예수님이란 것을.

그가 그것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는

그의 하얀 수염이 말해주고 있다. (091013)

 

출처 : 가르멜산 성모 재속가르멜회
글쓴이 : 장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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