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와 마디 사이 그리움은
연필로 나무 한 그루 그리는 일이다 선 하나 그으면 앞서 그린 선이 지워진다 잎사귀 그리면 줄기가 지워지고 둥치 없어진 자리엔 흰 구름이 들어선다 무한정 그려도 제대로 그릴 수 없이 늘 한 군데가 모자란 짝짝이 눈이거나 콧구멍이 없는 기형의 얼굴, 못 갖춘 마디 마디와 마디 사이 - 김정숙의 시집 《구석을 보는 사람》 에 실린 시 〈마디〉 전문에서 - * 꽃을 떨궈야 열매가 달리고, 열매를 떨궈야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가 소멸되어야 다른 하나가 탄생합니다. 선과 선, 마디와 마디 사이에 무궁한 그림이 펼쳐지고 자연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모든 것은 마디가 있고, 틈이 있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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