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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의 ‘마태오 복음에 대한 강론’에서)세상의 소금과 세상의 빛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의 ‘마태오 복음에 대한 강론’에서 (Hom. 15,6. 7: PG 57,231-232)
세상의 소금과 세상의 빛
예언자 이사야서에 의한 독서 6,1-13
하느님께서 예언자 이사야를 부르시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후렴3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자들아, 다 와서 들으라. 주께서 내게 하신 큰일들을 들려주리라. 알렐루야.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도다.
제1독서
예언자 이사야서에 의한 독서 하느님께서 예언자 이사야를 부르시다
1 우찌야왕이 죽던 해에 나는 주께서 드높은 보좌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았다. 그의 옷자락은 성소를 덮고 있었다. 2 날개가 여섯씩 달린 스랍들이 그를 모시고 있었는데, 날개 둘로는 얼굴을 가리고 둘로는 발을 가리고 나머지 둘로 훨훨 날아다녔다. 3 그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외쳤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만군의 주님
그의 영광이 온 땅에 가득하시다.”

4 그 외침으로 문설주들이 흔들렸고 성전은 연기가 자욱하였다. 5 내가 부르짖었다.
“큰일났구나. 이제 나는 죽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
입술이 더러운 사람들 틈에 끼여 살면서 만군의 주님, 나의 왕을 눈으로 뵙다니……”

6 그러자 스랍들 가운데 하나가 제단에서 뜨거운 돌을 불집게로 집어 가지고 날아와서 7 그것을 내 입에 대고 말하였다.
“보아라, 이제 너의 입술에 이것이 닿았으니 너의 악은 가시고 너의 죄는 사라졌다.”

8 그 때 주의 음성이 들려왔다.“내가 누구를 보낼 것인가?
누가 우리를 대신하여 갈 것인가?”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하고 내가 여쭈었더니

9 주께서 이르셨다.
“너는 가서 이 백성에게 일러라.
‘듣기는 들어라. 그러나 깨닫지는 말아라.
보기는 보아라. 그러나 알지는 말아라.’
10 너는 이 백성의 마음을 둔하게 하고
귀를 어둡게 하며 눈을 뜨지 못하게 하여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달아
돌아와서 성해지면 어찌 하겠느냐?”

11 나는 “주여, 어느 때까지입니까?” 하고 여쭈었다. 주께서 대답하셨다.
“도시들은 헐려 주민이 없고
집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고
농토는 짓밟혀 황무지가 될 때까지다.
12 주께서 사람을 멀리 쫓아내시고 나면
이 곳엔 버려진 땅이 많으리라.
13 주민의 십분의 일이 그 땅에 남아 있다 하더라도
그들마저 상수리나무, 참나무가 찍히듯이 쓰러지리라.
이렇듯 찍혀도 그루터기는 남을 것인데 그 그루터기가 곧 거룩한 씨다.”
 
제2독서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의 ‘마태오 복음에 대한 강론’에서 세상의 소금과 세상의 빛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주께서 여러분에게 맡기신 이 말씀 전파의 직분은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해서라고 주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희를 옛 예언자들처럼 두 개의 도시나 열 개 또는 스무 개의 도시나 또 한 민족에게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육지와 바다 온 세상에 파견하노라.” 사실 이 세상 전체는 부패에 물들어 있습니다. 주께서 또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라고 말씀하실 때 온 인류는 제 맛을 잃고 죄로 부패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십니다. 따라서 그분께서는 제자들에게 많은 사람들의 짐을 지어 주기 위해 유익하고 필요한 덕행들을 요구하십니다. 온유하고 겸손하며 자비롭고 의로운 사람은 이 덕행들을 자기를 위해서만 간직하지 않고 다른 모든 이들의 이익을 위하여 샘물처럼 흘려 내보냅니다. 그리고 마음이 깨끗하고 화평을 이루며 진리를 위해 일하다가 박해받는 사람은 공동선을 위하여 자기 생명을 바칩니다.

여러분은 안이한 투쟁이나 쉬운 일을 하도록 부름 받았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세상의 소금입니다.” 소금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제자들 역시 이미 부패된 것을 원 상태로 되돌렸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소금은 이미 부패된 것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제자들이 한 일은 이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새로워지고 부패에서 벗어난 것으로 자기들에게 맡겨진 것에다 소금을 쳐서 주께서 그 사람 안에 베푸신 재생을 보존시켰습니다. 죄로 말미암아 생긴 부패에서 사람들을 해방시킨 것은 그리스도의 업적이었고 지난날의 그 부패가 되돌아오지 못하게 한 것은 사도들의 열성과 수고가 이룬 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이 예언자들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십니다. 주께서는 제자들보고 오직 팔레스티나의 스승들이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온 세상의 스승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주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내가 너희를 다른 이들과 구별하여 가르치고 너희가 그토록 위험한 일에 직면하도록 하게 한다고 놀라지 말라. 내가 복음 전파자로 너희를 파견하는 도시와 민족과 나라들이 얼마나 크고 많은지 생각해 보라. 이 때문에 나는 너희만 슬기롭게 되는 것을 원치 않고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슬기로운 이들로 만드는 것을 원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너희 자신들마저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이들이 자신들의 맛을 잃어버린다면 여러분의 봉사직으로 그들은 잃은 맛을 되찾을 수 있겠지만, 여러분 자신이 그렇게 된다면 이제는 다른 이들마저 그 맛을 잃어버리게 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에게 더 큰 책임이 맡겨지면 맡겨질수록 더 큰 열성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주께서 말씀해 주십니다. “만일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만들겠느냐? 그런 소금은 아무 데도 쓸데없어 밖에 내버려 사람들에 짓밟힐 따름이다.”

그리고 제자들이 “너희는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다 받게 될 때”라는 당신의 말씀을 들을 때, 그들이 너무 두려워할까 염려하여 주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이런 것들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내가 너희를 뽑은 것은 헛수고였다. 저주가 필연적으로 너희 몫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것은 너희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고 오히려 너희 굳셈의 실현이 될 것이다. 너희가 저주라는 것에 눌려 버려 하는 일에 필요한 굳셈을 잃고 만다면 너희는 더 힘든 일을 당해야 할 것이다. 모든 이가 너희를 욕하고 멸시할 것이며, 너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이어서 주께서는 더 높은 차원의 비유를 들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여기서도 주께서는 한 민족 또는 스무 개 도시들의 빛이라고 하시지 않고 온 세상의 빛이라고 하십니다. 주께서 뜻하신 소금이 영적인 소금인 것처럼, 여기서 뜻하시는 빛도 우리가 보는 태양보다 훨씬 뛰어난 지성의 빛입니다. 그분께서 먼저 소금에 대해 말씀하시고 다음에 빛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은 소금의 맛을 지닌 짠 말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또 빛을 지닌 깊은 가르침이 얼마나 유익한지를 보여 주시고자 함입니다. 그러한 가르침은 마음의 분산을 제어하고 방지하며 덕행으로 이끌어 주고 마음의 눈을 예리하게 만들어 줍니다. “산 위에 있는 마을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등불을 켜서 됫박으로 덮어 두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등경 위에 얹어 둔다.” 이 말씀으로 주께서는 제자들이 조심스런 생활 자세를 지니도록 독려하시고 깨어 있는 자들이 되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들은 중인환시 가운데 살아가고 자신들의 투쟁의 장으로서 온 세상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