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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성 폴리카르포의 순교에 관한 스미르나 교회의 편지)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희생 제물

성 폴리카르포의 순교에 관한 스미르나 교회의 편지에서 (13,2-15,3: Funk 1,297-299)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희생 제물

 

사도 바오로가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둘째 편지에 의한 독서 4,7-5,8
환난 중에 그리스도의 능력이 드러납니다

 

제1독서
환난 중에 그리스도의 능력이 드러납니다
형제 여러분, 4,7 하느님께서는 질그릇 같은 우리 속에 이 보화를 담아주셨습니다. 이것은 그 엄청난 능력이 우리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시려는 것입니다. 8 우리는 아무리 짓눌려도 찌부러지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실망하지 않으며 9 궁지에 몰려도 빠져 나갈 길이 있으며 맞아 넘어져도 죽지 않습니다. 10 이렇게 우리는 언제나 예수의 죽음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지만 결국 드러나는 것은 예수의 생명이 우리 몸 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1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언제나 예수를 위해서 죽음의 위험을 겪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죽을 몸에 예수의 생명이 살아 있음을 드러내려는 것입니다. 12 이리하여 우리 속에서는 죽음이 설치고 여러분 속에서는 생명이 약동하고 있습니다. 13 “나는 믿었다. 그러므로 나는 말하였다.”라는 말씀이 성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이와 똑같은 믿음의 정신을 가지고 믿고 또 말합니다. 14 그것은 주 예수를 다시 살리신 분이 예수와 함께 우리도 다시 살리시고 여러분과 함께 우리를 그분 곁에 앉히시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15 이것은 모두 여러분을 위한 것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감사하는 마음이 넘쳐서 하느님께 영광이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16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외적 인간은 낡아지지만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17 우리는 지금 잠시 동안 가벼운 고난을 겪고 있지만 그것은 한량없이 크고 영원한 영광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입니다. 18 우리는 보이는 것에 눈길을 돌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에 눈길을 돌립니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5,1 우리가 들어 있는 지상의 장막집이 무너지면 우리는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에 들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세워주시는 집입니다.

2 지금 육신의 장막을 쓰고 사는 우리는 옷을 입듯이 하늘에 있는 우리의 집을 덧입기를 갈망하면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3 우리가 그것을 입으면 벌거숭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4 이 장막에 머물러 있는 동안 우리는 무거운 짐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 장막을 벗어버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늘의 집을 덧입음으로써 죽음이 생명에게 삼켜져 없어지게 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5 이런 일을 우리에게 마련해 주신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며 그 보증으로 우리에게 성령을 주셨습니다.

6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마음이 든든합니다. 그러나 육체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는 우리가 주님에게서 멀리 떠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7 사실 우리는 보이는 것으로 살아가지 않고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8 그러므로 우리는 마음이 든든하며 오히려 육체를 떠나서 주님과 함께 평안히 살기를 원합니다.
+ 하느님의 말씀 때문에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과 함께, 성실한 증인이신 우리 구세주를 찬미하며 기도합시다.
◎ 주께서 당신 피로 우리를 구원하시어 성부께 바치셨나이다.

당신의 순교자들이 신앙을 증거하기 위하여 자원으로 죽임을 당하였사오니,
― 주여, 우리에게 참된 마음의 자유를 주소서. ◎ 주께서 당신 피로 우리를 구원하시어 성부께 바치셨나이다.

당신의 순교자들이 피를 흘리면서까지 신앙을 고백하였사오니,
― 주여, 우리에게 순수하고 굳은 신앙을 주소서.◎ 주께서 당신 피로 우리를 구원하시어 성부께 바치셨나이다.

당신의 순교자들이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랐사오니,
― 주여, 우리도 일생의 고통을 굳세게 참아 받게 하소서.◎ 주께서 당신 피로 우리를 구원하시어 성부께 바치셨나이다.

당신의 순교자들이 어린양의 피로 자기 옷을 씻었사오니,
― 주여, 우리로 하여금 세속과 육신의 온갖 유혹을 이기게 하소서.◎ 주께서 당신 피로 우리를 구원하시어 성부께 바치셨나이다
제2독서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희생 제물
불태울 장작더미가 다 준비되었을 때 폴리카르포는 그의 겉옷을 벗고 허리띠를 헐겁게 했습니다. 그리고 신자들이 서로 먼저 그의 몸을 만져 보려 했기 때문에, 전에는 그렇게 해본 일이 없었지만, 자기 신발을 벗으려고까지 했습니다. 그는 순교하기 전에도 자신의 선행 때문에 이처럼 신자들의 존경을 받은 것입니다.

그의 둘레에는 화형에 쓰일 물건들이 다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사형 집행인들이 그에게 쇠못을 박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키려 했을 때 폴리카르포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로 두시오, 나에게 불을 견딜 힘을 주시는 분께서는 당신들이 못을 박지 않더라도 장작더미 위에서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서 있는 것을 허락하실 것이오.” 그래서 그들은 못박지는 않고 묶어 놓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하느님의 마음에 들고 하느님을 위해 마련된 번제물인 희생 제물로 바치려고 큰 양 무리에서 뽑은 가장 살진 한 마리의 숫양처럼 그는 양팔을 뒤로 젖힌 채 결박당했습니다. 이때 그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이시여, 우리가 그분을 통하여 당신을 알게 된 사랑하올 복되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시여, 천사들과 대천사들 그리고 모든 피조물과 당신 면전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의인들의 하느님이시여,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당신께서는 이날과 이 시간에 제가 순교자들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잔을 함께 나누고, 성령을 통하여 불사 불멸 안에서 육신과 영혼의 새 생명에로 다시 일어나도록 마련하셨나이다. 성실하시고 거짓 없으신 하느님이신 당신께서 마련하시고 저에게 이미 보여 주셨으며 이제 이루어 주신 대로, 오늘 당신의 순교자들과 함께 살지고 마음에 드는 제물로서 저를 받아 주소서.

그래서 저는 이 모든 것 때문에 영원하신 천상의 대사제이신 당신의 사랑하시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을 찬미하고 찬송하며 영광을 드리나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과 더불어 당신께 이제와 미래에 영원토록 영광이 있으소서. 아멘.”

그가 “아멘”이라고 말하며 기도를 마쳤을 때 사형 집행인들은 불을 붙였습니다. 거센 불길이 타오를 때 우리는 한 기적을 보았습니다. 우리에게 그 기적을 보는 것이 허락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전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불은 바람을 가득 담은 배의 돛처럼 불 가마의 모양을 띠고는 그 순교자의 몸을 감싸 주었습니다. 그 가운데 있는 몸은 타고 있는 육신처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구워지고 있는 빵이나 또는 용광로에서 제련되고 있는 금이나 은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유향 냄새나 어떤 귀한 향료 같은 향기를 맡았습니다.
+ 순교자들의 임금이신 그리스도께서 최후 만찬과 십자가에서 당신 생명을 봉헌하신 이 시간에 그리스도께 감사 드리며 기도합시다.
◎ 주여,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모든 순교의 원천이시요 모범이신 우리 구세주여, 당신은 끝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으니,◎ 주여,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회개하는 모든 죄인을 생명의 상급으로 불러 주시니,◎ 주여,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죄의 사함을 위하여 새롭고 영원한 계약의 피를 바치도록 교회에 맡겨 주셨으니,◎ 주여,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오늘 하루도 당신의 은총으로 신앙에 충실할 수 있었사오니,◎ 주여,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오늘도 많은 형제 자매들을 당신 죽음에 참여하도록 부르셨으니,◎ 주여,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마침기도
기도합시다
만물을 창조하신 천주여, 당신은 성 폴리카르포 주교를 순교자들 대열에 들게 하셨으니, 그의 전구를 들으시어, 우리도 그와 함께 그리스도의 쓰라린 잔을 나누어 마시고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기도합시다
주 예수 그리스도여, 당신은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시어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을 지어 주시니, 오늘 우리의 소원과 한 일을 받아들이시고, 당신을 더욱더 충실히 섬길 수 있도록 편히 쉬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