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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스크랩] 분심(分心)... 그러나 기도(祈禱)

 

   어느 수도원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수도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두 명의 수련자가 있었다. 어느 날, 연로하신 수련장이 수련자들에게 물었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하는 한 시간 묵상 동안에 마음을 모아 기도는 잘 하고 있는가?"

 

  "저는 마음 집중이 잘 안되어 한 시간 동안에 열 번도 더 분심이 들었습니다." 하고  A 수사가 대답했다.

 

  "저는 오늘은 집중이 잘 돼서 한 번 밖에 분심하지 않았습니다." 하고 B 수사가 대답했다.

 

  '그랬겠지......'

 

  한참 뜸을 들인 뒤 이어진 수련장의 말은 이러했다.

 

  "내 생각에는 오늘 기도 시간에 A 수사가 더 기도를 잘 한 것 같네.

   왜냐하면, 우리는 묵상시간에 주님 앞에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데, A 수사는 한 시간 동안 열 번이나 깨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반면에 B 수사는 한 시간 내내 계속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딱 한 번 깨어 있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네. 우리는 인간 조건상 누구라도 오랫동안 깨어 있을 수 없다는 말이네."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면서 드는 분심 때문에 걱정하고 고민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기도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나 기도 생활의 초보자나 많고 적음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특은을 받은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도 중에 분심에 시달린다.  분심은 너무나 자연적인 것이다. 과학적, 생리학적 실험에 의하면 어떤 인간도 3분 이상을 한 가지 생각에만 온전히 몰두 할 수 없다고 한다.

 

  분심은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새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는 아무도 자기 머리 위로 새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새가 우리 머리 위에다 둥지를 틀려고 하는 것은 떨쳐 버릴 수는 있다.

 

  우리는 기도 중에 분심이 든다면 그때 마다 일단 떨쳐 버리고, 우리가 하느님 현존 앞에 있음을 의식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생각이 자꾸 우리의 의식을 딴 데로 돌리려고 하는 무엇이 있다면, 그것의 실체를 잡아내어, 그것을 하느님 앞으로 끌고 가서 하느님께 맡겨드려야 한다. 말하자면 분심을 기도화 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하느님께 맡기는 순간, 그것은 우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간절한 청원기도가 될 수 있고,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나 찬미의 기도로 바뀔 수도 있다. 그리하여 우리의 분심거리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영광 앞에 불쏘시개가 되어 우리의 사랑과 흠숭을 더하는 불꽃으로 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하늘나라도 아닌 이 세상에 사는 우리가 기도하는 중에 분심이 조금 들었다고 해서 기도를 망쳤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우리의 기도생활에 대해서 몇 가지 더 살펴 볼 것이 있다.

  내 생각에는 기도도 하나의 습관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마다 각자가 다른 기도의 형태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청원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은 자기 생활 안에서 청원기도 할 거리를 많이 찾고, 감사나 찬미의 기도를 많이 하는 이는 생활 안에서 감사나 찬미 할 거리를 끊임없이 찾는 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의 청원이 들어졌을 때 그에 대한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우리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습관적으로 청원이나 감사 찬미의 기도를 드린다.

 

  기도의 스승이신 성녀 예수의 데레사는 기도를 <생활의 대화>라고 가르친다. 이 말에는 참으로 깊은 뜻이 있다.  제대로 된 기도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사랑이 있어야 하고, 그 보다 먼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하느님이나 우리 중 어느 한 쪽의 독백이 아니라, 연인이나 친구, 또는 부모와 자녀 사이처럼 서로가 상대방과 말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 글자 그대로의 대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도가 사랑의 대화라면 우리가 기도를 할 때 굳이 어떤 특별한 장소나 시간, 자세나 방법을 가릴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 중에 문득 하느님을 생각하며 하늘 한 번 쳐다보는 것, 한숨 한 번 쉬는 것, 마음속으로 다짐 한 번 더 하는 것, '사랑합니다' 또는 '감사합니다' 하고 속으로 한 마디 하는 것들이 기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성녀 소화 데레사는 이를 두고 「 기도는 하나의 열정 」이라고 단호하게 한 마디로 정의 한 것 같다. *

 

 

  


 

*옹달샘*  분심(分心)... 그러나 기도(祈禱)

<가르멜 회보 2013년 2월호> 중에서

출처 : 가르멜수도회 성요셉 한국 관구 홈페이지 http://carmel.kr/

 


 

 

천일기도 오백일째

 

                                                 김석영

 

꿈결에 놓쳐버린

반평생이 허망하듯

 

매일 시작(詩作) 다짐하던

천일 기도(祈禱)도 작심삼일

 

시(詩) 한 수

못 건져내고

흘려버린 오백 날.

 

 



김석영 시조집「꽃노래」(불휘미디어. 2013) 중에서

1993년 계간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

가르멜 수도회 마산수도원 김석영 (예수 마리아의 요셉) 

출처 : 가르멜
글쓴이 : Peter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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