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명품 노인>
12월 21일 대림 제4주간 월요일
(루카 1,39-45)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몇 군데 대림특강을 다니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교회 역시
어느새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인들이 여생을 보다 의미 있게 구성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생을 통해 축척한 노인들의 풍부한 삶의 지혜와
소중한 인생의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드리는 것은
아주 소중한 노력이겠습니다.
그러나 노인들 편에서도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덕스럽고 지혜로운 노인,
마치 프란치스코 교황님처럼 매력적인 명품 노인은
아무런 노력 없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행히 성경 안에는 노인들이 본받아야 할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입니다.
엘리사벳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녀는 참으로 모범적인 신앙인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이스라엘 구원 약속을 그 누구보다도 굳게 믿고 있었던 사람,
남편 즈카르야와 함께 언제나 성전을 떠나지 않고 기도하던 사람,
주님께서 명하신 계명과 규정을 단 한치 오차도 없이 준수하던 사람,
하느님 앞에 한 점 흠 없이 살아가던 참 신앙인이었습니다.
유일한 약점이 있었다면 아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0, 30, 40세가 되도록 이제나 저제나 목 빠지게 기다렸지만
끝끝내 하느님께서는 엘리사벳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습니다.
이제 어언 나이는 50을 넘어 60... 더 이상 희망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거니, 마음 고쳐먹어보지만
어느새 야속한 마음, 억울한 감정이 솟구쳐 홀로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하느님은
울음을 춤으로 바꾸시는 분,
비탄의 기도를 찬미의 노래로 바꾸시는 분,
희대의 비극적인 만남을 역사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장면으로 바꾸시는 능력의 하느님이심이라는 사실을
엘리사벳은 온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죽어가던 고목에서 한 송이 향기로운 꽃이 피어난 것입니다.
인간들은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하느님 안에는 안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하느님을 찬양하는 엘리사벳을 바라보며
노년기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계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이 많이 먹었다고 해서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하며 좌절해서도 안되겠습니다.
어디 가서 나이 자랑 절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 기도하고 더 영적으로 살아야겠습니다.
부질없는 고집도 내려놓고,
별 도움 안되는 자존심도 버려야겠습니다.
목숨 다하는 마지막 날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생명이 붙어있는 한 어떻게 해서든 움직여야겠습니다.
우리의 육체는 매일 눈에 띄게 소멸되어가겠지만
그와 반비례해서 영적인 영역은 더욱 성장시켜나가야겠습니다.
내 안에 나는 점점 작아지고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점점 커지도록 나를 비워야겠습니다.
참으로 놀랍고도 신기한
소멸과 죽음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성찰해야겠습니다.
멋지고 훌륭하게 나이 드는 일은 기술을 젊을 때부터 배워야겠습니다.
어제의 나약하고 죄투성이인 나와 매일 아침 결별해야겠습니다.
나를 안주하게 만드는 익숙한 환경으로부터
매 순간 탈출해야겠습니다.
투명한 아침 햇살도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부드러운 석양은 더욱 찬란합니다.
휘황찬란한 도시도 멋있습니다.
그러나 허물어져가는 고성(古城)은 그에 못지않게 멋있습니다.
사람들이 부러워할 명품 노인으로 당당히 서기 위해
지금부터 노력해야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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