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
7월 10일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마태 10,16-23)
"너희 아버지의 영이시다."
올바른 종교는
인간을 소유가 아니라 이탈을 향해 나아가도록 촉구합니다.
특히 그리스도교 신앙인이라면
평생토록 지녀야할 일관된 자세 하나가 필요합니다.
부단히 ‘작은 나’를 극복하고
‘크신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그리고 ‘나’라는 작은 울타리에 갇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가는 동료들에게
더 큰 세상, 더 큰 선, 더 큰 아름다움이 있음을 알려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 사람들이 대체로 꺼려하는 고난과 시련, 가난이야말로
우리 교회가 가장 가까이 두고 지내야 할
‘절친’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주는 일입니다.
신앙생활에 몰두할수록 무병장수, 현세축복,
만사형통이 따라올 것이라는 가르침이 울려 퍼지는 교회라면
심각한 반성과 자기 진단이 필요합니다.
제한되고 유한한 존재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이상
인생의 시련과 우여곡절은 필수입니다.
출생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습니다.
화사한 봄날을 즐겼다면 혹독한 추위도 견뎌야 합니다.
꽃 같은 청춘시절을 만끽했다면 외로운 노년기도 맞이해야 합니다.
인생의 상승 곡선을 그렸다면
언젠가 반드시 하강곡선도 타고 내려와야 합니다.
신앙생활을
지속적인 현세의 축복과 성공의 보증수표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제자교육을 마친 예수님께서도
사도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면서 약속하신 것은
현세적인 성공이나 물질적 축복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예수님 당신을 선택함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의 반대와 고소, 채찍질과 법정 증언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주의를 건네셨습니다.
미움과 박해,
분열과 상처가 뒤따를 것임을 알려주셨습니다.
이렇게 제자들의 복음 선포를 위한 여행길이
‘고난의 행군’이 될 것을 잘 알고 계셨던 스승이었기에
걱정도 많이 되셨겠지요.
얼마나 걱정이 컸던지 이렇게 주의를 주고 계십니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그러나 제자들의 복음 선포를 위한 여행길이
마냥 고통과 괴로움으로 점철되지만은 않을 것임을
동시에 확증해주십니다.
하느님의 성령께서
제자들의 여행길에 항상 동반하실 것이기에
안심하라고 격려해주십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10,19-20)
더불어 제자들의 복음 선포를 향한
여행길이 힘겹고 고달프겠지만 절대로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라고 강하게 요구하십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10,22)
오늘 하루
우리가 하느님께 간절히 청하고 구해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인가 곰곰이 묵상해봐야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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