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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스크랩] 하느님의 침묵

겟세마니에서 애절하게 이 잔을 거두어 달라는 예수님의 청원에 하느님께서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다. "하느님의 침묵"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느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하느님의 침묵"에는 하느님의 아픔과 우리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담겨 있다. 사랑하는 외아들의 죽음을 지켜봐야하는 아버지의 아픔과 온 인류를 구원하기위한, 우리 모두를 향한 열정과 사랑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 중에 경험하는 "하느님의 침묵"은 무엇인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하느님의 침묵”을 체험하는가! 아무리 울부짖어도 들어주시지 않는 체험. "하느님의 침묵", 그것은 참으로 무시무시한 공포의 체험이다. 예수님조차 십자가 위에서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고 울부짖으신 체험이다. 그것은 고독한 광야의 체험이다. 하지만, 그 "침묵"은 하느님의 아픔과 사랑이 담긴 침묵이다.

 

"하느님의 침묵"은, 예수님께는 그분의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이루기 위함이며, 내게는 내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감으로 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이루기 위함이며, 이 세상의 온갖 아픔에 대해서는 당신의 사랑이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기 위한 기다림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바로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침묵"으로 파견된 사람들이다. 예수님께서도 겟세마니에서 바로 그 "하느님의 침묵"으로 투신하셨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도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침묵"으로 투신한다. 내게 있어 "하느님의 침묵"은 나의 상처, 나약함 그리고 어둠일 수 있고, 또는 광야의 체험(desolation)일 수도 있다. 이 세상의 "하느님의 침묵"은 세상의 온갖 어두움 속에 있는 사람들과 그 상황들(질병, 고통, 가난, 전쟁, 기아, 폭력, 불의, 무신론 등)이다. "하느님의 침묵"으로 투신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소명이다. 그것은 광야로의 투신이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니에서 “하느님의 침묵”으로 투신하셨듯이, 우리도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침묵”이 흐르는 곳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수님께서는 온갖 모욕과 멸시 그리고 매를 맞으시면서도 침묵하셨다. “예수님의 침묵”은 “하느님의 침묵”을 완성하시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침묵”은 ‘순명’을 의미하며, “하느님과 우리를 향한 열정과 사랑”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 침묵하는가! 내게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에 나는 침묵하고 있는가? 고독과 욕망 앞에 침묵하고 있는가? "나의 침묵"은 ‘순명’과 “주님을 향한 사랑”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하느님 사랑의 완성”이다.

 

“하느님의 침묵”과 “예수님의 침묵” 그리고 “나의 침묵”의 공통점은 "사랑"이다. 우리는 그 "침묵"으로 투신하도록 불림을 받았으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고가야 할 십자가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기도드린다.

 

“침묵의 기도”

 

주여, 저를 당신 사랑으로 가득 채우시어,

오늘 하루 저를 침묵하게 하소서.

 

제가 세상의 욕망 앞에 침묵하게 하시고,

타인의 욕망 앞에 침묵하게 하소서.

 

세상의 상처와 고난 앞에 침묵하게 하시고,

저의 부족함과 나약함에 침묵하게 하시며,

형제들의 부족함과 나약함에 침묵하게 하소서.

 

형제들의 드높여짐에 침묵하게 하시고,

나 자신을 드높이려는 욕망에 침묵하게 하시며,

형제들의 비난과 도전 앞에 침묵하게 하소서.

 

제게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침묵하게 하시고,

제게 주어진 낯섦과 불편 앞에 침묵하게 하시며,

제 부질없는 감정에 침묵하고,

제 영혼의 침묵을 통해 부질없는 말들을 삼가게 하소서.

 

주여, 저로 하여금 오늘 하루,

당신 앞에 침묵하고 세상의 욕망 앞에 침묵하며,

당신의 현존 앞에 겸손되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

 

출처 : 기도의 사도직
글쓴이 : 손우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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